기동취재 - (주)삼표 국내최대 골재채취 현장

지난 17일 오전 10시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가납2리 한 식당 앞에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인 주민은 150여명. 어깨에는 이 지역 골재 채석업체를 규탄하는 띠를 두르고 있었다. 이날 광적면 김재현 회장은 석산개발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주민들과 외쳤다. 일부 주민들은 격앙된 표정으로 골재업체를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주민 시위는 지난 9일에 이어 두 번째다. 시골 촌부들이 모여든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속사정이 있는 걸까. 본지는 현재 삼표산업이 운영 중인 광적면 도락산 봉재석산과 관련된 주민과 업체 간의 내홍을 추적했다.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가납리. 마을 입구부터 심상치가 않다. 진입로와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에는 100m가 멀다하고 도락산 봉재석산을 운영중인 삼표석산의 개발 중단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이어진다.

봉재석산은 국내 최대 규모의 채석장이다. 양주시 등에 따르면 봉재석산의 현재 채석장 허가 면적은 15만㎡가 넘는다.


30년 간 석산 개발, 주민 피해 늘어

또 봉재석산에서 생산되는 골재는 수도권 북부지역 골재 수요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표개발이 봉재석산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허가 면적이 점차 넓어지기 시작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석산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그러나 오랜 기간 석산개발로 마을 주민들의 피해는 이만 저만이 아니다. 우선 골재를 옮기는 대형 트럭들이 일으키고 있는 분진은 길거리를 덮고 있다.

길거리 옆 수풀은 이미 한눈에도 하얀 분진가루를 덮어 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좁을 길마저 오고가는 대형 트럭으로 길을 건너기도 무서울 정도다. 트럭 소음도 주민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한 주민은 목에 먼지가 쌓이는 기관지염으로 5년째 병원 행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학생이 있는 세대는 분진 때문에 아이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특히 골재 채취를 위해 매일 터지는 폭파음은 주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멀쩡하던 집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도락산을 뒤편에 두고 있는 이인순(64)씨의 집 내부는 곳곳에 균열이 가 있다. 벽지 도배로 균열을 가리려고 해도 금새 다시 벽지는 갈라져 버린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그의 창고 기둥은 세로로 길게 균열이 생기는 등 안전상에 문제를 보이고 있다.

부엌 등 일부 창문 유리에 난 균열은 폭파음에 따른 진동이 얼마나 주민들을 불안케 하는지 짐작케 한다.

이 씨는 “문짝이 어긋난 곳도 많다. 집이 10년뿐 되지 않았는데 허물어질 집처럼 느껴져 무섭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웃집 사정도 마찬가지다. 화장실 벽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는가 하면 비만 오면 천정 지붕에서 물이 새어나와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달 들어 이어지고 있는 삼표개발 봉재석산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개발 중단 시위는 마을 이장인 변산우 씨와 봉재석산 하청업체 관계자들 간 폭력사건이 발단이다.

지난 1일 오후 2시40분께 마을 월례회의를 마친 변산우 가납2리 이장에게 급한 전화가 왔다. 봉재석산 하청업체 관계자들이 집에 찾아왔다는 부인의 전화였다.

집 앞에 급하게 도착한 변 이장과 하청업체 관계자들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폭력을 예감한 변 이장은 집안으로 도망쳤지만 하청업체 관계자들은 변 씨를 놓아 주지 않았다.

공포를 느낀 변 이장은 소지하고 있던 가스총으로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저지하려 했다. 그러나 가스총은 불발됐다. 변씨는 도망을 가던 중 주택 계단에 쓰러졌다. 하청업체 관계자 일부가 쓰러진 변 씨의 무릎을 밟았다. 변 씨는 무릎 골절과 왼쪽 팔에 심한 타박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봉재석산 폭력사태 전방위 확산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청업체 관계자들은 경찰조사 과정에서 변 씨가 가스총을 소지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쌍방 간 폭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가납2리의 가장 큰 문제는 마을 공동체의 분열이다. 병원에 입원 중인 변 씨는 취재진에게 조심스럽게 마을 사정에 대해 입을 열었다.

변 씨는 삼표개발이 12년 전 더 이상 석산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주민들에게 했다고 말했다.

변 씨에 따르면 삼표개발이 지난 1995년 8월 석산 복수계획을 첨부해 주민과 양주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02년까지 채석을 마무리 한다는 협의문을 작성했다.

그러나 약속기한이 다가오자 삼표개발이 허가면적 내 골재 채취가 덜 됐다는 의견을 내놓는 등 연장을 주민들에게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삼표개발은 마을 일부 임원과 5억원의 마을 발전기금을 주는 조건으로 2차 합의를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마을 임원의 임의적인 합의에 반발이 심해졌고 삼표개발에 1995년 약속이행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마을은 석산개발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양분됐다. 양측 간 골이 깊어지면서 현재는 주민간의 법정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때부터 가납2리의 마을이장 선거는 마을 일꾼이 아닌 석산개발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싸움으로 전락했다. 국내 석산 개발에 따른 폭력사건은 가납2리뿐만이 아니다.

의정부지검 형사 4부는 지난해 석산개발을 반대하는 주민을 폭행하고 협의문 작성을 강요한 채석업체 대표 A씨를 구속 기소했다.


30년 골치덩어리, 해결 방안은 없나?

검찰에 따르면 포천시내 모 사찰 주지인 A씨는 지난해 7월9일 석산 개발을 반대하는 마을 이장 B씨를 절로 불러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사찰 이전을 계획, 채석사업을 추진하려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포천시가 허가를 거절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폭력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포천시민 대책위원회가 조직되는 등 포천시는 채석장 개발을 놓고 벌어진 폭력 사태로 내홍을 겪어야 했다.

산림청에 접수되는 최대 민원은 석산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피해 사항이다. 때문에 산림청은 사업자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하
고 있다. 산림에 대한 채석 허가는 국가개발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고 개발에 따른 주민 피해는 불가피 하기 때문에 해결점을 찾기 힘든 문제라는 것이 산림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대형 석산인 경우 영업이 중단되면 국내 골재 파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피해가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 이라며 “합리적인 방법을 사업주가 찾기 위해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덧붙었다.

반면 환경단체는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두만 의정부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석산 개발은 신규 진입이 어렵지만 진입하면 허가면적 변경 신청이 쉬워 개발 면적을 계속 늘릴 수 있다” 며 “산 하나를 다 허물고서야 끝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면적 변경과 개발 기간 연장 허가에 앞서 체계적인 주민실상 조사를 실시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사무국장은 석산개발에 따른 마을 공동체의 분열이 전국적인 사항인 만큼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삼표개발 관계자는 “폭력 사건은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당사자가 하청업체 직원인 만큼 직접적으로 거론할 사항은 아니다”며 주민들과 원활한 대화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표개발은 지난 9월 봉재석산 개발 면적 확대를 위해 한강유역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를 신청한 상태다.

국내 채석장 허가 면적은 지난해 말 현재 523곳 3223만㎡으로 여의도 면적 848만㎡의 4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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