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피해구제 신청 봇물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여행객은 1160만명에 달했고 관광지출액도 137억 8300만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도 해외로 출국하는 관광객이 1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 늘고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정작 해외여행 시 현지가이드가 안내한 쇼핑매장의 부당행위는 좀처럼 줄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최초 상품에 명시된 코스를 어기고 선택 관광을 강요하는가 하면 폭리행위와 진품을 속이는 사례가 아직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피해구제 접수사례를 분석해 동남아, 중국, 호주 등에 대해 현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의약품, 건강식품, 현지 특산품 등 다양한 소비자 피해 사례가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모두투어를 통해 태국 푸켓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던 A씨(32)는 기분을 잡친 채 돌아와야 했다.

특급호텔에서 묵을 것이라던 계약과는 달리 현지에서 일방적으로 다른 호텔로 변경됐던 것.

바뀐 숙소의 층수로 인해 전망도 형편없었던 데다 자유시간을 이용해 숙소 주변의 관광지를 돌아보려던 A씨의 계획도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A씨는 “소중한 신혼여행이 계획과 달리 엉망이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B씨는 “신부 반값이라는 상품명에 푸켓 여행을 태국 국적기 ‘오리엔탈타이’를 통해 다녀오는 3박5일의 일정이었는데 귀국하는 날 갑자기 결항돼 회사에 출근도 못하는 신세가 됐지만 보상한 푼 받지 못하고 회사에서는 난처한 처지가 됐다”며 불만을 호소했다.


해외여행 소비자 불만 급증 배경

또 다른 신혼여행 상품에 피해를 입었다는 C씨는 현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불쾌했던 것이 상품에는 ‘과일바구니’ 포함이라고 해놓고 막상 공항에서 현지가이드가 시들어진 과일 두서개가 골아서 도저히 못 먹는 수준이었고 여행이 시작된 날 현지가이드가 “거기 가봐야 볼 것 없다며 자신에게 일정액을 걷어주면 더욱 좋은 곳으로 안내 하겠다”고 막무가내로 일정을 변경하려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행들과 상의해 원래대로 가자고 하자 가이드는 화를 내며 안내를 하더라는 것이다.

더욱이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현지에서 정해진 상점에 방문해 쇼핑을 했지만 살만한 상품이 없어서 구입을 안했더니 짜증을 내며 좋은 것이 많은데 왜 안사냐고 역정까지 냈다고 한다.

그래서 마지못해 다른 상점에 방문했을 때 천연라텍스라고 구입을 했더니 가이드가 야자열매(1달러 상당)를 신혼여행팀에게 돌리며 웃는 얼굴로 돌변 잘 샀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고국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한국에선 절반 값도 안했을
뿐만 아니라 천연이 아닌 합성라텍스여서 속았던 것이다.

이처럼 대형여행사들의 횡포로 인한 신혼여행객들의 피해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계약을 위반하고 현지에서 여행 일정이나 숙소 등이 일방적으로 바뀌는 등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소비자원에 해외여행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2005년 343건에서 2006년 489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8월말까지 286건이 접수됐다. 특히 현지 쇼핑관련 상담 건이 2005년 47건, 2006년 51건에 비해 2007 현재 100건도 넘어 급증하는 추세다.

이는 신혼여행 상품의 경우 항공료, 호텔숙박비, 현지교통비를 포함해 도저히 적정마진을 남길 수 없는 저가를 제시해 소비자를 현혹시켜 놓고 여기에 부족한 부분을 현지 쇼핑업체의 알선 프리미엄으로 부족분을 메우려하는 것도 피해를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에 대해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행사들은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대부분 현지가이드에게 기본급(100만원 미만)을 조금 주거나 심지어 안주는 곳도 있는 실정이어서 가이드들은 이 부족분을 어떻게 해서든 보상을 받으려 한다. 가이드는 결국, 강제쇼핑에 나설 수밖에 없고 옵션 관광을 강요해야 하며 음식의 질을 낮춰 한 푼이라도 더 남기려 하게 된다.”고 실정을 토로했다.

소비자원 분쟁조정국의 조재빈 과장은 “현재로서는 쇼핑과 관련해서 여행사에게 법적인 제제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소비자가 주의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여행사 가이드 관련해서도 심증은 있으나 물증을 잡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현지가이드의 안내만 믿고 구입하였다가 금전적 손해는 물론 잘못된 제품복용으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으니 해외여행전 대사관이나 관광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관련국가의 정보를 꼼꼼히 살펴야한다”고 말했다.

여행사는 상품의 가격을 낮추면 상품이 부실해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저가상품의 유혹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당장 모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해외관광 1천만명 시대
슬픈 자화상


아직까지도 저가상품의 상술이 먹히고 있어 정당한 길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여행상품의 질을 높이려면 소비자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저가상품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여행 시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소비자단체나 관광공사 등에 알려 여행사가 자정에 나설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 소비자가 저가상품의 포로가 된다면 여행문화 개선은 요원해지고 또 다른 피해자는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여행 시 피해예방을 위한 주요 수칙>

■ 해외여행 중 제품구입은 가급적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반품 및 환급 시 유리하다.

■ 해외여행 전 해당국가의 특산품, 가격 등 관련정보와 게시판 등의 여행후기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 가급적 과다한 상품구매는 자제하고, 꼭 필요한 상품만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은 검증된 제품이 아니면 가급적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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