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경영승계 예측

재벌가의 첫 모녀간 경영권 승계가 시작되는 것일까.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가 초고속 승진을 통해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정 전무가 연말 정기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정 전무가 부사장 자리를 꿰찰 경우, ‘현대그룹 후계자’로서의 위상이 확고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재벌그룹의 후계승계는 부자(아버지-아들)간 대물림이 보통이다. 가끔 삼성 등 일부 재벌그룹에서 부녀간 모자간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부녀간 경영권 승계의 경우 신세계그룹 ‘고 이병철 전회장-이명희 회장’이 대표적이다.

또 모자 승계는 신세계 이명희-정용진 부회장,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채형석 부회장 등이 꼽힌다.


정지이, 입사 4년만에 부사장?

이런 가운데 재벌그룹 역사상 첫 모녀간 후계승계가 이뤄질 것인가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정지이 전무간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인가’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재계에서는 정지이 전무의 승진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할 경우, ‘그룹 후계자’로서 위상을 견고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 회장은 고 정몽헌 회장과 사이에서 아들 1명, 딸 2명을 두고 있다. 외동아들인 정영선씨는 아직 어리고, 공부를 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안팎에서는 정 전무를 ‘후계자’로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정 전무는 그간 ‘후계자’로서의 파격 행보를 해왔다. 정 전무는 고 정몽헌 회장 사망한 후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2004년 1월 현대상선 재정부 사원으로 입사한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정 전무는 사원으로 입사한 뒤 대리, 과장, 상무를 거쳐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한 바 있다. 만일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할 경우 정 전무는 불과 4년여만에 사원에서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정 전무의 파격 승진에 대해 그룹안팎에서는 “경영수업을 시키려는 현 회장의 의중이 담겨져 있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현 회장은 항상 정 전무를 데리고 다니며 경영수업을 시키고 있기도 하다. 금강산 사업 등으로 인한 방북때마다 현 회장은 정 전무를 대동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정 전무는 현 회장 및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등과 함께 북한 원산에서 김정
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백두산 관광에 대해서도 협의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현대유앤아이 통해 실탄 마련?

이와 함께 정 전무는 현대유앤아이 등기이사로서 그룹내 물류 솔루션 특화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재계에서는 정 전무가 근무하고 있는 ‘현대유앤아이’라는 회사에 주목하고 있다.

2005년 7월 설립된 현대유앤아이는 현대상선·택배·아산·증권·경제연구원 등 계열사에 시스템통합(SI) 및 IT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재계에서는 현대유앤아이의 설립 등을 현대그룹 후계구도와 연관짓고 있다. 대부분의 재벌그룹에서는 SI업체 등을 통해 후계승계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그룹 SI업체들의 경우 그룹 계열사들의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 재벌그룹의 후계자들은 이런 SI업체의 대주주로서 막대한 이득을 챙겨왔던 것이다.

현대유앤아이 경우에도 지난해 42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67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회사다. 현대유앤아이의 지분도 현 회장(68.2%)과 정 전무(9.1%)가 지분 77.3%를 갖고 있어 사실상 모녀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정 전무가 현대유앤아이 등에서 후계승계를 위한 실탄(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후계자로서 위상을 넓히고 있는 정 전무에도 ‘경영승계’의 걸림돌이 있다. 바로 범 현대그룹에서 ‘현정은 회장-정지이 전무’간 경영권 승계를 용인할 것인지 여부가 초점이 되고 있다.

범 현대그룹은 가부장적인 성향이 강하다. 현 회장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자, 범 현대가에서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재계에서는 ‘시숙의 난’으로 불리는 현대그룹 현 회장과 KCC 정상영 명예회장간 경영권분쟁도 이런 맥락에
서 풀이하고 있다.

이에 정 전무가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경우, 범 현대가가 반대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연말 정기인사에서 정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할 지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정 전무와 관련해 후계구도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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