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돈대로 나가고 되는 일도 없고

LG텔레콤이 끊이지 않는 악재에 울상을 짓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대형 악재에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위험자산에 투자했다가 기억대 손실을 본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9월말 야심차게 내놓은 영상통화 리비전A 서비스는 정부의 규제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고, 진행 중이던 특허권 분쟁에선 쓰디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말 그대로 설상가상에 엎친 데 덮친 격. 첩첩산중에 빠진 LG텔레콤의 현 상황에 대해 살펴봤다.


이동통신업계의 후발사업자인 LG텔레콤이 잇따른 대형 악재에 ‘헛배’가 불러오고 있다. 거액의 투자 손실을 비롯해 영상통화 리비전A의 서비스 난항, 여기에 중소기업과의 특허 소송 패배까지. 내놓은 ‘야심작’마다 번번이 물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말 3세대 유럽방식 이동통신 사업권을 반납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남용 사장이 물러난 뒤 LG텔레콤은 동영상 통화가 가능하면서도 기존번호 그대로를 사용할 수 있는 리비전A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기존 식별번호를 바꾸기 싫어하는 고객층에게 충분히 먹혀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 LG텔레콤 정일재 사장은 직접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리비전A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아, 옛날이여”

그러나 LG텔레콤의 이러한 피나는 노력은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이 최근 “리비전A 서비스도 010번호를 써야한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텔레콤의 리비전A는 ‘야심찬 전략’에서 경쟁력 없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리비전A는 미국·중국·태국 등 11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신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자동로밍’ 서비스가 되지 않을뿐더러, 데이터 전송 속도마저 경쟁사의 3세대 서비스보다 크게 뒤처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정부가 요금인하 정책의 방편으로 ‘망내 할인’을 도입키로 하면서 LG텔레콤은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망내 할인이란 같은 회사 가입자끼리의 통화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로, 가입자가 많을수록 요금 인하 효과는 커진다. 따라서 시장 점유율 82.3%를 차지하는 SK텔레콤과 KTF가 망내 할인을 하게 될 경우,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해 온 LG텔레콤으로선 여간 부담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산 넘어 산

설상가상으로 LG텔레콤에 내환까지 겹쳤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특허분쟁으로 관심을 끌었던 서오텔레콤과 LG텔레콤의 ‘휴대전화 응급구조 요청서비스’에 대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서오측 손을 들어준 것.

지난달 초 대법원 특별2부는 서오텔레콤이 LG텔레콤을 상대로 낸 ‘특허 등록 무효결정 취소’ 상고심에서 서오텔레콤의 특허는 유효하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로 특허권자인 서호텔레콤은 LG텔레콤의 휴대전화 긴급구조서비스에 대한 특허 사용료 청구와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낼 수 있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LG텔레콤은 지난 6월 말 223억원의 여윳돈을 명지건설 어음(CP)에 ‘몰빵’식으로 투자했다가 수십억원을 손해 보기도 했다. 실제 LG텔레콤은 올 2분기에만 100억원 정도를 손실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해당부서 팀장은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최고재무책임자는 관리책임 등의 이유로 자진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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