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 고위공무원 영입 실태

퇴직 공직자의 취업 예정업체에 업무관련성이 있을 경우 취업을 제한하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취업제한 대상이 되는 공직자들이 가장 많이 재취업한 기업은 삼성·현대 등 재벌그룹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이 고위공무원 모셔가기에서도 1등을 차지한 셈. 이러한 현상은 지난 2004년 134건에서 2005년 168건, 2006년 174건, 2007년 6월 말까지 104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벌기업의 고위공무원 모셔가기 실태에 대해 낱낱이 살펴봤다.


취업제한대상 퇴직 공무원들이 법망을 피해 대기업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2004년 이후 취업제한대상 공직자가 민간기업에 취업한 사례는 모두 580건. 이중 국방부 출신 고위공직자가 73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국세청 출신 (70명)이 바짝 뒤를 이었다.

이 밖에 금융감독원 67명, 경찰청 51명, 감사원 34명, 검찰청 32명, 재경부 23명, 산자부 19명, 공정위 15명, 건교부 14명 순으로 조사됐다.


4년간 ‘제한’ 단 8명

반면 재취업한 취업제한대상 공직자 580명 가운데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제한조치를 받은 사람은 8명에 불과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자 4급 이상과 국세청·경찰청·감사원 등의 권력형 기관 공직자들은 취업제한 대상으로 퇴직 후 2년 동안에는 퇴직 전 3년 동안 담당했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사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또한 2004년에는 단 한명도 없었으며, 그나마 2005년에 1명, 2006년 2명, 올 들어 5명이 제지를 당했다. 제도만 있을 뿐 취업승인을 요청하면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취업승인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 실태에 대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김정권 의원은 “공직자 윤리법에 따르면 고위공무원은 퇴직 2년 동안 담당업무와 연관성 있는 민간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취업승인을 요청하면 대부분 받아들여지는 등 유명무실화 돼 있다”며 “취업제한 업무연관성의 범위를 보다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관계자 또한 “현 퇴직자 취업제한제는 대다수 퇴직 공무원의 취업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등 유야무야 한 제도”라며 “단순 업무 밀접성에 따라 취업 제한 여부를 정하도록 한 공직자윤리법에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추가해 더 엄
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04년부터 최근까지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제한조치를 받은 사람은 ▲박병원 전 재경부 차관(우리금융지주)을 비롯 ▲김종빈 대검찰청 총장(GS건설) ▲서영제 대검찰청 검사장(한솔제지) ▲조학국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현대차) ▲금감원 1급 공무원인 이상일(메리츠화재)·이순관(미래에셋증권)·송시영(동양종금)·손광기(삼성화재) 등이다.


재취업 1위 ‘삼성’

최근 4년간 취업제한대상 퇴직공직자들을 가장 많이 채용한 기업집단은 다름 아닌 삼성그룹.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은 2004년부터 최근까지 41명의 퇴직 공무원을 ‘모셔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깍듯한 예’를 보인 곳은 현대그룹으로 모두 29명의 퇴직 고위공무원들을 ‘새 식구’로 맞이했다. 또 우리금융그룹이 22명, 두산그룹이 19명, SK그룹이 13명, LG그룹이 12명으로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개별기업 가운데서는 삼성전자가 11명으로 채용인원이 가장 많았으며, 뒤 이어 우리은행이 9명을 채용해 바통을 이었다.

이 밖에 삼성물산과 삼일회계법인,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이 각각 8명씩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 삼성화재, 현대차 등이 6명씩을 채용해 공동 6위에 올랐다.

이와관련,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청와대, 검찰, 국정원, 금감원, 국세청 등 권력 기관에 종사했던 공무원들이 대기업으로 가는 것을 비난할 수만은 없지만 공익적 사회 법인이나 비영리 공익재단 등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모습이 드문 게 아쉽다”며 “공직자 시절에 맘껏 누렸던 ‘권력욕’에 만족하지 않고, 남아있는 인생을 ‘돈 버는 욕심’을 더 채우기 위해서 일한다는 것은 소중한 인재·재원들의 낭비”라고 지적했다.



#주요 퇴직고위공무원 대기업 취업 현황

-검찰청(검사이하 생략)

▲홍석조 광주고검장(보광훼미리마트)▲대검찰청 연구관 이재웅 검사(LG전자)▲대검찰청 하용득 부장검사(GS건설)▲대검찰청 이기배 검사장(LG석유화학·대신증권)▲대검찰청 이정수 차장검사(현대차계열 글로비스)▲대검찰청 윤종남 검사장(아인스)

-대통령실(4급이하 생략)
▲경제보좌관 정문수(교보증권·산은캐피탈) ▲3급 이상수 행정관(한무쇼핑) ▲균형인사비서관실 3급 박준익(한솔제지) ▲총무비서관실 3급 홍경태(두산엔진) ▲3급 강선희(SK) ▲경호실 장동걸 기획관리실장(건설공제조합) ▲1급 이충수(건설공제조합) ▲3급 김영목(코엑스)

-국가정보원
▲1급 이윤영(삼성전자) ▲1급 신경엽(두산중공업) ▲1급 고내균(쌍용양회) ▲1급 김용진(한국동서발전) ▲2급 이학우(DSME 건설)

-경찰청
▲최기문 청장(한화건설) ▲김용화 수사국장(삼성전자) ▲민승기 본부장(기아자동차·유니온스틸·금호석유화학) ▲김중겸 치안감(에스윈) ▲권지관 치안감(고려노벨화학) ▲김병준 치안감(삼성SDI)

-금융감독원(3급이하 생략)
▲정기홍 부원장(서울보증보험) ▲신해용 부원장보(미래에셋생명) ▲이순철 부원장보(하나은행) ▲방영민 감사(서울보증보험)

1급 공무원
▲정제풍(부산은행) ▲유병태(대우캐피탈) ▲이장훈(한국신용정보) ▲이장훈(한국신용정보) ▲변원호(현대증권) ▲박윤호(하나증권) ▲정기승(굿모닝신한증권) ▲김인섭(신한카드) ▲이진우(대한투자증권) ▲유양기(코리안리재보험) ▲신상식(현대캐피탈) ▲정상덕(홍콩상하이은행) ▲김용걸(동양생명보험) ▲이종호(LG카드) ▲김재성(광주은행) ▲유지홍(조흥은행) ▲조재호(신한은행) ▲김광진(삼성화재) ▲강승추(신한생명) ▲김호용(LG투자증권)

2급 공무원
▲노명환(하나로상호저축은행) ▲정태철(하나은행) ▲김명호(국민은행계열 KB신용정보) ▲한복환(광주은행) ▲김기훈(대신증권) ▲이원관(CJ투자증권) ▲최일규(교보증권) ▲신영태(KB자산운용) ▲최상훈(전북은행) ▲장활철(롯데카드) ▲장명식(녹십자생명보험) ▲김기섭(한국상호저축은행) ▲김강현(솔로몬상호저축은행) ▲김동수(HK상호저축은행) ▲김성춘(경남은행) ▲박창규(부산은행) ▲김종옥(SK생명보험) ▲류영돈(KB자사운용) ▲오중관(동양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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