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8세금기동팀 동행취재

지난해 서울시 세입예산은 9조9000억원, 이중 체납액은 6800억 원, 2005년에는 8조9000억 원 중 6300억 원이 체납됐다. 내년도 국가총예산 257조원을 감안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 2001년 38세금기동팀이 발족된 이후로 체납액이 당시 1조 원대에서 현재 천억대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세금이 부과되면 대부분의 납세자(98%)는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나 2%정도가 체납을 하고 있다. 이중 76%는 납부능력은 있으나 교묘히 재산을 은닉하고 체납하는 악성·고질체납자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고액체납자가 6518명이나 되고 중견기업인,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상류층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이러한 악성·고질체납자의 체납을 징수하기 위해 체납자와의 전쟁을 선포한 서울시 38팀(세금기동팀)과 기자가 함께 동행해 이들의 은닉 재산을 심층 추적 취재했다.


서울시는 8187억원의 체납 세금을 거두기 위해 세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시는 지난 15일 “25개 자치구의 부구청장을 책임자로 삼아 체납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총력체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우선 이달 말까지 모든 체납자에게 고지서를 일제히 발송한 뒤 11월10일까지는 공매 예고 통지를 하고, 그래도 밀린 세금을 내지 않으면 12월10일까지 자산관리공사에 공매를 의뢰하기로 했다.


수사관 방불케 하는 ‘38팀’ 일과

특히 5000만 원 이상 밀린 고액 체납자 6518명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요청해 출국금지 시킨다.

시는 또 500만 원 이상 체납자 6만2011명의 체납사실을 금융기관에 통보해 대출 등에 불이익을 주고, 3회 이상 체납자가 운영하는 음식점, 숙박업소 등 관허사업을 하는 경우 허가를 취소한다.

올해 8월 말 현재 서울시의 전체 체납액은 모두 8187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2559억 원이 올해 발생한 세금이다. 체납 세목별로 보면, 주민세가 4743억 원으로 가장 많고, 자동차세 1091억 원, 취득세 962억 원 등의 순이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 1198억 원 ▲서초구 397억 원 ▲송파구 294억 원 등으로 부촌으로 불리는 강남권 체납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빈곤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강북구는 62억 원으로 가장 적었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23일 38팀의 하루는 24시가 모자랄 정도로 분주하게 돌아갔다.

아침에 출근하면 3개 팀이 각자 맡은 구별로 목록을 살핀 후 조별로 자신들의 체납자(조사관 1일당 800~1000명) 중 어떤 사람에게 접근해야 만날 수 있을 것인지 경륜과 동물적 감각으로 주민등록등본 열람 및 주변인 관계를 파악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오전이 훌쩍 가버린다. 목표를 정하면 3명 1개조가 돼 체납자의 주소지를 바탕으로 조사가 시작된다.

기자가 동행 취재한 날은 모두들 더욱 비장한 각오를 한 듯 엄숙한 표정이었다.

이병욱 조사반장, 연인숙 조사관, 이순덕 조사관과 함께 고액체납자들을 탐문 수사하기 위해 강북구 미아동으로 출발했다.

체납자의 집을 찾기 위해 미아동 주변에 도착, 가까운 부동산을 찾았다. 지번도를 확인하고 고액체납자 이미영(가명)씨의 주소지
를 향했다. 강북의 한 다세대주택 지하단칸방 사람이 한동안 살지 않았던 흔적이 보였다.

이 반장은 “보통 체납자들은 이렇게 좀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 동네의 지하방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먼저 우편물을 확인한 결과 체납자 명의의 우편물은 있었다.

주변 세입자들에게 사실 확인 차 물어본 결과 본인은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 집에 세 들어있는 세입자들은 이씨와 전세계약을 한 상태였다. 수입이 있음이 드러났다.

남편은 이혼한 상태라 추적이 불가하고 그의 어머니 명의로 된 빌라로 향했다. 00빌라에 도착 우편물을 확인한 결과 여기에도 이씨 명의의 각종 우편물이 쌓여 있었다.

이웃들을 중심으로 탐문 조사한 결과 그가 여기 거주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38팀의 추적을 예상한 듯 초인종을 아예 없애버린 상태라 문을 두드렸다.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가 않았다. 아쉽지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번엔 대구시내에서 유명백화점을 운영했던 나체납(가명)씨의 집을 찾았다. 남편이 4억 부인이 7천만 원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수납장 뒤지자
롤렉스시계, 명품 수두룩


강북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나씨의 집은 그냥 보기에도 영화에 나올법한 넓은 정원에 근사한 조경까지 이런 집에 거주하면서 세금을 체납한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마침 부인이 집에 있었다.

“서울시청에서 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대문이 열리자 얼른 정원을 가로질러 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에는 한눈에 봐도 그럴싸한 자개로 된 가구에 도자기가 가득한 장식장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체납자는 다짜고짜 눈물을 울먹거리며 “정말 세상 깨끗하게 살아왔는데 이 나라가 없는 사람의 등골을 빼먹는다”며 하소연 늘어놓았다. 혈압이 안 좋으니 더 이상 혈압을 올리지 말아달라는 경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연한 자세의 이 반장은 “당신같이 좋은 집에 살면서 세금 낼 돈이 없다면 누가 믿겠냐며 지방세법에 의거해 가택을 수색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납자는 수색영장을 가지고 오라며 난동을 피웠다. 한동안 난동을 피우다 알아서 하라는 체납자는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수사를 시작한지 불과 10여분도 되지 않아 옷가지를 정리해둔 수납장에서 롤렉스시계를 발견했다.

체납자는 진품이 아니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 때 다른 쪽에서 이 조사관이 롤렉스 감정서를 발견했다.

명품 가방 등 다양한 물품이 발견되자 다시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 반장은 능숙한 솜씨로 서랍장을 빼서 뒤집었다. 서랍장의 바닥에는 박스테이프로 붙어있던 채권 관계 등이 담겨있는 문서가 나왔다.

정말 체납자의 말처럼 세상 깨끗하게 살아온 건지 의심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지방세법 28조에 의해 압류조치 하려고 했으나 대부분 다른 채권자들이 먼저 압류한 상태여서 소용없었다.

그리고 230㎡(70여평)의 시가 수십억 원의 집은 교묘히 빼돌린 상태였다. 나씨가 데리고 있던 부하 직원이 경매로 넘어간 집을 낙찰 받은 후 체납자 나씨의 아들에게 다시 매매하는 수법으로 현행법상 제제를 가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경우 38팀은 민사소송을 통해 아들명의로 이전했다는 사해행위의 증거를 찾아내야만 한다.

수색을 마치고 집을 나선 시각이 오후 5시30분. 이 반장은 “허탕을 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인데 기자와 같이 와서 한건해서 보람을 느낀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또 다른 체납자 오 모 씨는(62)씨는 2027만여원의 주민세와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상태다.

오씨는 특정한 직업이 없다. 그런데 오씨의 딸과 처남은 경기 광주에 약 50억 원 상당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고, 그의 부인과 자녀 명의로 전남 광양에 소유한 아파트만 45채에 이른다.

오씨는 악성 체납 세금을 징수하는 ‘38팀’의 끈질긴 추적 끝에 가족명의로 부동산 투자를 계속한 사실을 추궁 당하자 다음 달까지 밀린 세금을 모두 내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유명호텔의 사장이 대리인을 통해 호텔을 경영하는 경우와 00건설회사 사장이 강남에 수천평의 땅을 부인명의로 보유하고 자녀 명의로 벤츠승용차를 구입해 타고 다니는 등 일부 부유층들의 윤리의식이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음이 안타까운 현주소이다.



#38세금기동팀은?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


지난 2001년 8월, 서울시 시세의 체납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고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자 당시 고건시장의 지시에 따라 고액·상습 체납자들을 소탕하기 위해 체납세금 징수팀인 38세금기동대가 출범했다.

25명 2개팀으로 출발한 38세금기동팀은 현재 금융전문가, 공매전문가, 보험전문가, 신용정보회사에서 채권을 추심했던 전문가들을 포함 사무관 3명, 직원 29명, 계약직원 8명 등 40명 3개팀으로 구성,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는 슬로건 아래 체납세금과의 전쟁을 펼쳐 나가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 조항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38세금기동팀’은 악성체납자의 은닉한 재산을 찾아 오늘도 체납세금을 해소하기 위해 구슬땀을 쏟아내고 있다.



##신시섭 38세금기동팀장 인터뷰
“국세청과 정보교류 절실”


신 팀장은 너무 많이 언론에 소개돼 쑥스럽다며 “지난 2001년 발족 이후 그동안 22만 건 8800억에서 2500억을 징수했다.

연평균 450억을 거두고 있는 꼴인데 40명이 12만 건 3600억을 징수하고 있다. 목표가 년 480억 정도이다.

올해도 현재까지 400억을 징수했고 이 중 절반정도가 법인이다.” 하지만 38팀의 원활한 징수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단다.

신 팀장은 “법인체납자의 주주현황을 파악해야 추징이 원활한데 국세청과 전혀 교류가 되지 않고 있어 힘든 형편이다. 또한 체납자가 거주지를 옮기면 타시도와도 협의가 안 된다. 행자부가 부정기적으로 취합해서 주는 것이 고작이다. 법인이 배우자, 자녀 등
타인 명의로 돌려놓은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국세청과의 교류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일부 사회지도층의 윤리의식 결여도 체납에 일조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조세범 처벌법을 강화해 본보기를 보일 필요가 있다. 세금은 반드시 내야하는 고귀한 의무임을 인식 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대한 오류를 지적했다. 현재 모든 보험도 압류가 되는데 우체국보험만은 압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체납
자들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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