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에 담긴 비밀은 “최종피해자는 소비자”

“저희 같은 중소제조업체에서는 밥줄이 끊길지도 모르는 두려움에 시달려야합니다. 죄송합니다. 인터뷰를 거절하겠습니다.” 십여 번 통화했던 제조업체들마다 거절의 이유는 같았다. 이런 인터뷰에 응하게 되면 이마트 쪽에서 쉽게 해당업체를 찾아내고 곧바로 계약해지라는 응징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이마트와 이마트에 납품업체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들 관계는 한마디로 국내 최고의 유통업체에 목을 메어가며 납품을 해야 하는 종속관계다. 그만큼 이마트는 치밀하고 고도의 정보망을 가지고 이들의 목죄기에 능숙하다. 지금 제조업체들은 ‘이마트의 PL(Private Label)상품 대대적인 출시??라는 비보에도 불구하고 목 놓아 울 수 없는 상황이다. 신세계 이마트의 이 같은 PL 상품의 출시는 유통업계의 지존 경쟁을 벌이는 롯데에게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한계에 봉착했던 유통업 수익구조를 극복하고 새로운 이윤창출 극대화를 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이러한 이마트 ‘PL상품 프로젝트’에는 숨겨져 있는 몇 가지 병폐가 있다. 이마트 카트에 담긴 PL상품들은 제조업체들의 평범한 NB(National Brand)보다 정말 싸고 품질이 좋은 걸까.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라는 2007년 이마트 최면에 걸린 이유에 대해 살펴봤다.



1993년 11월 3일 창동점 1호점을 오픈한 이마트. 이마트는 정말 대단한 기업임에 분명했다. 1980년대 신세계 백화점을 지으려고 매입한 쓸모없는 창동의 땅에 3명의 신규사업팀을 꾸려 1993년 11월 3일 창동점 1호점을 오픈했고 지금은 100호점을 넘겨 유통왕국이 됐다.

그런 이마트가 논란과 비난의 중심에 섰다. 국내 유통시장을 거의 독과점한 이마트가 커도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러다가 이마트가 국영기업이라도 되는 것이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고 있다.

더군다나 유통구조와 제조가 취약한 지방 영세 상인들과 재래시장상인들은 이마트 때문에 살수가 없다며 원성이 자자하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이마트는 올해 들어 104호 105호점의 오픈을 놓고 축포를 터뜨리기는커녕 이렇다 할 보도자료 조차 내지 못하고 조용한 오픈식을 하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유통업계와 지방영세상인들을 자극시키는 행사는 하지말자는 의도다.


이마트 독주, 표정관리 들어가
104호점 오픈식 조용히 열려


뿐만 아니라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준다는 PL((Private Label) 제품의 확대로 인해 제조업체들과의 심각한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유통업체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작 PL 상품을 제조해 납품하고 있는 4000여개의 제조업체들은 하얗게 질려 큰소리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미 이마트는 최근 3000여개의 PL 신상품을 대대적으로 판매하면서 2010년에는 23% (2조4000억원), 2017년에는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PL 상품은 유통업체가 직접 상품을 기획·판매하는 하는 것으로 NB(National Brand)인 일반 브랜드에 비해 20~40%가량 싸다.

그러나 제조업체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행한다. 유통업체는 물건을 싸게 판매하기 위해 제조업체에게 낮은 납품단가를 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리한 요구는 제조업체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넘겨져 제조업체의 경영악화가 불가피해진다. 가장 큰 문제점은 선진국 PL상품의 경우 무반품, 대량구매, 장기 계약 등 제조업체들이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반품은 물론 단기계약에 소규모 납품인 탓에 반품은커녕 대량구매나 계약 등의 지위에서도 자유롭지 못해 제조업체들의 피해만 늘어나기 때문이
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질로 값싼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바람넣기, 질량빼기 등의 소비자들의 눈속임을 할 수 있는 제품들이 나올 수밖에 없으며 특히 식품류의 경우 원가절감을 위한 저품질의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 “상황 지켜보겠다”
망한 월마트·까르프 전철 밟나?


결국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제조업체는 결국 유통업체의 횡포에 밀려 도산이라는 파국을 맡게 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유통업체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채 다른 제조업체를 선택해 불공정 계약에 가까운 불합리한 관계를 쉽게 맺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는 수많은 피해 사례가 접수되자 이마트의 PL제품 확산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고 공정위 권오승 위원장은 “지켜보겠다”는 말을 남겨 후폭풍을 예고했다.

또한 일부 유통관계자들은 중국시장 진출과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이마트가 싼값과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 국내제조업체를 외면하고 해외의 값싼 물품을 역수입해 판매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처음 이마트에서 판매한 것은 PB(private brand) 제품들이었다.

즉 값싸고 많이 팔리는 제품인 우유, 휴지, 커피 등의 제품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에 기저귀, 햄, 패션의류, 주방용품 등의 고가 상품을 출시하면서 고품질의 PL상품으로 슬그머니 모습을 달리했다.

이것은 곧 이마트라는 거대한 유통업체 밑에 군림하게 되는 제조업체의 확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미 말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서울우유, LG패션, 유한킴벌리, 삼양 등이 이마트의 PL 상품이라는 이름으로 물건을 제조해내고 있다.

이에 이마트가 잇따른 해외점포 개점과 PL제품 판매하다가 국내시장에서 쓴맛만 보고 짐을 꾸린 글로벌 유통기업인 까르프와 월마트를 전철을 밟고 있으니 몇 년 후를 지켜보자는 악의 섞인 반발도 인터넷상에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마케팅 전략연구소 이준호 시너지플래너는 “이마트가 무리하게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제조사에게 불공정 거래를 요구하고 있다” 며 “결국 오늘 소비자가 이마트에서 PL상품으로 5000원정도의 돈을 절약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영세한 중소업체 희생의 결과이며 장기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마트 납품 제조업자 인터뷰
“이마트 덫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마트의 카트가 왜 점점 커지고 있는 줄 아십니까? 또 최저보상제가 슬그머니 사라진 이유도 모르실 걸요. 또 말해볼까요? 지금 물건값이 1000~2000원 싸다고 해서 이마트의 PL제품이 싸고 품질이 좋은 걸까요? 경제의 경자는 몰라도 자본주의 시장 구조를 안다면 이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마트 정말 문제입니다. 문제”

힘들게 만난 이마트에 납품을 하는 한 제조업자 관계자는 절대 보안을 유지해달라며 자신의 업체라는 것을 눈치 채지 않게만 써달라며 이같이 성토했다.

실제로 이마트의 쇼핑카트는 개점 초에는 한국인 체형에 맞춘 101L였다. 이후 2001년 2월 동인천점부터 150L짜리 카트를 내놓았고 현재는 180L로 바꿨다.

“이마트에서 작은 바구니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소비자들이 정작 필요한 물건만을 사려고 들어갔다가 막상 큰 카트에 두서너 개의 물건만 구입하고 돌아오는 것을 뭔가 서운하게 만들자는 거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자연스럽게 창피함을 주자는 이야깁니다. 그러니까 막상 지금 필요 없지만 앞으로 필요할지 모르는 물건이 1+1 행사를 하면 왠지 집 근처 마트보다 더 싼 것 같고 해서 그것이라도 집어넣게 만든다는 것이죠. 마트에 다녀오면 생각하지도 않았던 물건들이 적어도 30%는 담겨 있습니다.”

또 다국적 유통기업인 까르프와 월마트가 우리나라에서 철수한다는 보도가 있자 국민들은 국내 유통업계에게 힘찬 박수갈채를 보냈다.

특히 월마트가 있었던 자리에 이마트가 들어서자 이것은 우리나라 유통업계의 진정한 승리라고 자부했었다.

그러자 그 이후 슬그머니 최저보상제도가 사라졌다. 이마트의 연도별 보상액은 2003년 8억4000여만원, 2004년 16억1000여만원, 2005년 20억3000여만원 등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그 동안 다른 업체의 가격정보를 알아내 제조업체들에게 좀 더 많은 가격할인을 요구할 수 있었으며 상당한 많은 정보를 획득한 이후 비싼 대가를 지불하며 굳이 제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었겠냐는 것이 제조업자들의 전언이다.

“소비자들은 PL 제품으로 싼 값에 물건을 살수 있다고 하지만 보십시오. 다른 다국적 기업들처럼 이미 동남아시아에 진출해 있는 이마트가 결국 최저만을 외치다가 국내 제조업의 도산을 초래하고 결국 값싸고 품질이 떨어지는 동남아 시장의 물건만을 놓고 판매하는 날이 올 겁니다.”

절대로 자신임을 알지 못하게 해달라는 이 제조업자는 “지금은 할 수 없이 이마트에 납품하고 있지만 실제 이마트라는 덫에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