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작무스 지분매각 단순 손실인가? 검은 거래인가?

삼성물산이 지난 2004년 카자흐스탄 구리 생산업체 카작무스 지분을 전량 처분한 것에 대한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분 매각 가격이 시장거래가격보다 터무니없게 낮았다는 점과 매수 당사자가 삼성물산 출신 차용규 전 카작무스 대표였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곳은 경제개혁연대.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삼성물산에 지분 매각 이유를 밝혀달라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일부 정치권에서도 이 부문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이 삼성물산 벗기기에 나선 내막은 무엇일까. 의혹을 낳고 있는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지분 매각과 차용규 신화에 대한 의문을 추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차용규 신화에 가려진 삼성물산 관련 의혹 규명’이라는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또 삼성물산의 지난 2004년 카자흐스탄 구리 생산업체 카작무스의 지분 매각과정에 의문이 있다며 업체에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공개질의서는 4개로 구성돼 있다.

질의서 내용을 보면 2004년 8월 13일 지분 매각당시 이사회 결의의 근거를 첫 번째로 묻고 있다. 매각 계약 체결 직전 카작무스의 런던증권거래소 상장계획이 구체화되던 시점인 것을 감안하면 매각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저가 매각액 산정 근거다.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지분 매각액은 주당 1만9000원 . 전년 말 현재 카작무스의 주당 순자산가액 4만9600원에 절반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공개질의서 4가지 포인트

경제개혁연대는 또 매각 두 달 전인 2004년 6월 카자흐스탄 증권거래소에서 카작무스 주식이 주당 3만원을 전후한 수준에서 거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는 인수 상대방 확정 경위다. 삼성물산이 2004년 8월 카작무스 지분을 통째로 넘긴 곳은 영국에 있는 페리파트너스(perry partners)다. 페리파트너스는 2003년까지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위탁경영을 담당했던 차용규씨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경제개혁연대는 네 번째로 저가 매각으로 인한 회사 손해에 대한 책임 추궁이 있었는지 여부를 묻고 있다. 책임자에게 문책 또는 손해배상청구 등의 조치가 있었냐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의 공개질의서는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지분 매각의 배경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공개질의서는 단순히 지분 매각 이유와 이후 조치에 대해 묻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1995년 카작무스의 위탁경영을 위한 회사 지분 매수를 위해 광업진흥공사(이하 광진공)의 돈을 끌어다 썼다.

이에 따라 삼성은 매년 사업 보고서를 광진공에 제출했다.

삼성물산은 카작무스의 지분 전량 매각 이후 광진공에 보낸 매각 사후 승인 요청서를 통해 사유를 밝혔다.

삼성물산이 밝힌 매각 사유는 ‘기회수익 하락에 따른 자산 처분’과 ‘환경기준 강화로 추가비용 발생’ ‘인건비 상승에 따른 원가경쟁력 저하’ 등이다. 또 ‘신규 광산 개발 등에 따른 대규모 투자 필요성 대두’ 등을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이미 삼성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한 상태였고 오랜 기간 조사를 벌이고 있는 점은 공개질의서가 단순한 물음이 아니라는 의문을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그룹의 대표 주력 기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헐값 매각에 대한 검은 의도를 방증하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지분 매수 회사의 주인이 매각 1년 전까지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사업을 담당했던 차용규씨였다는 점도 의혹을 사고 있다.

게다가 올 초부터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지분 매각 배경에 대한 조사를 벌여오고 있는 점도 공개질의서가 갖는 배경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부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모 국회의원 측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밝힌 매각 사유 이외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에서 조사가 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지흐스탄 정치권 실세 개입 배경

이와 함께 삼성물산이 지분을 매각한 배경에 대해 카자흐스탄 실세들의 압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5년간의 위탁경영이 마무리 된 2000년 11월 해외자원개발사업 변경 신고와 함께 지분을 17.33%를 추가로 취득, 42.55%까지 늘리며 카작무스 최대 주주가 됐다.

동시에 카작무스의 경영진 절반이 삼성물산 관계자로 채워지는 등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는 삼성물산이 광진공에 제출한 2000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카작무스의 런던증권거래소 상장 직후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는 당시 현지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00년 말 현재 카작무스의 지배구조를 보면 삼성물산이 42.55%, 카자흐스탄 정부 35% 등이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지분 15%가 네덜란드 자본인 Cuprum Holding B.V에게 넘어간다. 또 이후부터 ABN 암로 등 국제 자본세력의 이름들이 자주 거론되기 시작했다.

2003년 접어들어 삼성물산은 2.78%을 추가로 매각하면서 보유 지분이 24.77%까지 추락한다.

특히 2005년 카작무스 영국증권거래소 상장을 놓고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는 현지 언론보도가 나왔다.

보도내용은 주식 상장을 이끈 블라디미르 김 회장과 차용규 전 대표가 카작무스를 어떻게 지배하게 됐는지에 대한 것이다.

보도 내용은 경제개혁연대가 밝힌 카작무스 지분 이동 내역과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보도가 주식 소유구조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는 카자흐스탄 정치권은 미래를 위한 돈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민영화된 주요 기업들을 세탁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ABN 암로 등 거대자본 개입

또 2000년 이후 카작무스의 지배구조를 설명하면서 삼성물산과 대주주였던 ABN 암로 등 일부 거대 자본의 뒤에 카자흐스탄 실세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삼성물산이 카작무스 사업을 현지 실세들의 압력으로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삼성이 카자흐스탄 실세들의 들러리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현지 이권 개입을 위한 사적 포석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물산측은 지분 매각 당시 차용규씨의 실체를 몰랐으며 매각 배경도 시장의 불투명성 때문에 철수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는 등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일축하고 있다. 반면 경제개혁연대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의문을 갖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공개질의서는 삼성물산의 지분 처분 과정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일부에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심증을 표시했다. 특히 의문의 시선들은 삼성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사례로 꼽히는 ‘카작무스 투자’와 샐러리맨에서 1조원대 갑부로 성공한 ‘차용규 신화’를 재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경제개혁연대의 조사를 통해 삼성물산이 차용규 신화에 가려져 있을 수 있는 배경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삼성물산 카작무스 사업추진 일지

▲1995년 2월 카자흐스탄 총리, 삼성물산에 제스카스간
동 콤비나트 위탁경영 제의

▲1995년 6월 콤비나트 위탁 경영 개시

▲1996년 6월 콤비나트 카자흐스탄 정부 주식 24% 인수
계약 체결

▲1997년 회사명 ‘카작무스’로 변경

▲1998년 6월 정부 지분 계약 지분 24% 인수 완료

▲1999년 11월 소액주주 지분 1.17% 추가 취득

▲2000년 3월 17.22% 추가 지분 해외법인 명의로 취득

▲2000년 4월 소액주주 지분 0.12% 추가 매입

▲2000년 7월 소액주주 지분 0.04% 추가 매입

▲2001년 10월 보유 지분 15% 매각 계약 체결

▲2003년 5월 카작무스 유상증자 참여

▲2003년 9월 지분 2.78% 매각

▲2004년 7월 카작무스 런던 지주회사 설립

▲2004년 8월 삼성물산 이사회 카작무스 지분 매각 결의와
보유 지분 전량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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