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가을은 국정감사의 계절이다. 20일간 벌어지는 국정감사를 통해 현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시기다. 무엇보다 국감은 야당이 빛나는 시기다. 집권 여당은 정부와 국정운영에 공동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에서 날선 공격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이나 제2의 야당인 바른미래당 모두 이렇다 할 국정감사 스타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슈도 더불어민주당의 박용진 의원이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여당 국감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야권은 국감이 주목받지 못하는 데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문재인 정부의 평화공세가 한몫하고 있다는 치기 어린 푸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기관을 감시해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과 남북관계와는 별개다.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으로   교황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건 안 만나건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에는 충실해야 한다.

또한 ‘부실 국감’에 대해 야당에서는 피감기관들의 ‘부실자료’ 제출을 들고 있다. 야당이라 힘이 없어 정부기관들이 만만히 보고 자료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알맹이는 빼고 줘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없다는 푸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오래된 보좌관들은 ‘부실한 자료 질의서가 부실한 자료를 가져온다’고 비아냥거린다. 의원과 보좌진의 역량 문제인데 공무원 탓을 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자가 목도한 국정감사는 야당의 경우 치열하게 준비하고 밤샘작업을 벌여 이슈를 창출했다. 그리고 정부에서 제출할 수 없는 기밀자료에 대해서는 사진 촬영을 하거나 필사해 터트려 화제를 모으는 야당 의원실이 비일비재했다.

심재철 의원이 국정감사 돌입 전 방대한 비인가 자료를 입수하고도 이렇다 할 대형 이슈를 만들지 못하는 데에는 의원과 보좌진의 역량 미흡이라는 게 오래된 보좌진들의 시각이다. 없는 것도 만들어 이슈화하는 게 보좌진의 역할인데 그 방대한 자료를 갖고도 변죽만 울리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무엇보다 ‘맹탕국감’, ‘부실국감’의 비판 뒤에는 제1야당과 제2야당의 내부 문제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국감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보수대통합 전당대회’니 ‘당협위원장 전원 사퇴’로 당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당협위원장 교체 건에 목을 매고 국정감사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30명의 국회의원을 가진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다. 한국당이 ‘보수대통합’카드를 내세워 바른미래당을 흔들어대니 국정감사는 둘째치고 당이 쪼개질 수도 있는 파국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형편이다. 야당이 정부를 견제할 국정감사 기간에 치고받고 싸우니 화장실에서 웃는 사람은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공무원들이다.

365일 중 편하게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딱 20일 국회의 눈치를 보고 질타도 받으며 자료 준비를 하는데 제1, 2 야당이 정신을 못 차리니 살판난 셈이다. 원내교섭단체도 아닌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 역시 국감 동안 존재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여당의 2중대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실정이다.

다행히 아직 국감이 끝나지 않았다. 국감은 야당의 독무대다. 여당에게 대형 이슈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남은 국감 기간이라도 야당들이 정신차려야 한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도록 정부와 피감기관들을 철저하게 단속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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