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자유한국당이 전국 231곳에 대한 현지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전원책 변호사를 위시한 조직강화특위를 꾸린 한국당은 10월 중순부터 두 달간 현지 지역구 조사를 통해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의 교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현지 조사는 한국당 소속 당협위원장의 일괄 사퇴서를 접수한 만큼 당무감사 성격보다는 교체지수 평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현역이 절대 유리한 현지 조사로 인해 결국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이 홍준표 전 대표 시절 임명된 60여 명의 원외위원장과 일부 문제가 있는 친박계 중진 의원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적잖은 내홍을 예고한다.

 

- 지역구 방문 기자·당직자·주민 면담…본격 물갈이
- 홍준표 임명 원외위원장 62명 교체되나


자유한국당은 지난 10월 1일 전국 253곳 당원협의회 중 사고 당협 22곳을 제외한 231곳의 당협위원장 전원에 대해 일괄 사퇴서를 받았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은 이를 바탕으로 12월 말까지 현역 의원 112명(지역구 의원 95명)을 포함 원외 당협위원장에 대해 교체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한국당은 연말까지 전국 231곳에 당협 재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정치혁신위가 평가 세부기준을 마련해 조강특위가 이를 바탕으로 당협위원장이 심사·교체 실무를 맡는다.

통상 당무감사는 한국당 사무처 직원이 전국을 수도권, 호남권, 영남권, 충청권 등 권역별로 나뉘어 파견 나가 현지 실태 조사를 벌인다. 이번 전원책 조강특위의 경우 당 사무처 직원 40명을 전국 당협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6.13 지방선거 책임론
TK·PK ‘피바람’ 예고

현 당협위원장에 대한 지역실태 조사는 지역 기자, 주민, 당직자 면담을 통해 당협위원장의 지역구 활동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 실태조사가 끝나면 당협위원장에 대해 A, B, C 등급을 매겨 지역구 활동 점수를 정량화해 조강특위에 보고한다. 중앙당에서는 당협위원장에 대해 여론조사와 심층면접도 실시한다.

정량평가가 완료된다고 해도 정성 평가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당협위원장 교체 기준으로 지방선거 결과뿐만 아니라 검찰 기소 현황 등도 평가 항목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방선거 책임론이 일 경우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부산·경남에서 현역 당협위원장들이 무더기 탈락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당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도 무소속과 야당 바람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조강특위 외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계파 및 명망가 정치 청산 등도 내놓아 논란이 일었다. 한마디로 선수가 높은 친이·친박계 인사들에게 선당후사 차원에서 백의종군할 것을 종용하는 셈이다.

조강특위 외부위원들은 운영 원칙으로 ▲당 원로를 포함한 보수인사와 당 내부의 의견 수렴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위한 계파정치의 청산 ▲‘웰빙정당’ 종식을 위한 체질 개선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비대위는 당협위원장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국정 어젠다 관련 지식, 지역 현안 및 경제·산업 분야의 경향 변화 이해도, 구체적인 정책 추진 방안 등을 심층적으로 묻는 논술형 평가 도입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엇보도 이번 조강특위는 231곳 당협위원장이 전원 일괄 사퇴를 했기 때문에 과거 당무감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 당무감사는 교체 필요성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을 우선 구분하는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 당무감사가 아닌 실태조사 및 여론조사와 심층 면접을 통해 당협교체 지수가 높을 경우 바로 신임 당협위원장 공모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당무감사는 60일간의 공고 기간이 필요하고 감사 후에 다시 조강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조강특위를 거쳐 우선 재임명 절차를 빠르게 밟고 당이 안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태조사 및 방법은 복잡할수록 현역이 유리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지 실태조사를 나간 바 있는 전 한국당 사무처 직원에 따르면, 통상 평가 결과에서 검찰에 기소돼 재판받는 현역의원이 지역구 활동을 제일 잘하고 그 다음이 현역 의원이고 원외 당협위원장이 제일 낮은 등급을 받는것으로 나타난다.

한국당에서 검찰 조사를 받고 재판중인 의원만 13명이다. 하지만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더 지역구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배경이 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현역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반면 원외 위원장의 경우 지역 주민이 얼굴도 모르거나 사무실도 없는 ‘휴대폰 위원장’이 적잖아 교체 ‘0순위’라는 게 전 사무처 직원의 증언이다.

이 인사는 “현지 실태조사에 나가면 현역 의원들이 인지도도 높고 활동도 왕성해서 거의 A등급을 받는다고 봐도 된다”며 “하지만 원외위원장들은 지역구 주민들이 알지도 못하고 활동도 거의 안 해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호남 등 험지의 경우 사무실도 없고 휴대전화만 들고 활동하는 원외위원장들도 부지기수라고 귀띔했다.

‘정치적 판단’ 필수 불가결...
 친박·친홍 청산?

결국 정량적 평가에 있어 현역 의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어서 정성평가 즉 정치적 판단 내지 고려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실토한다. 결국 112명 중에서 TK 중심의 친박계 상징적인 현역 인물 몇몇과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현역 의원 중 최종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의원들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숫자는 한 자릿수 교체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럴 경우 원외 당협위원장이 주 교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홍준표 대표 시절 교체한 62명의 원외당협위원장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다. 홍 전 대표는 당시 서청원·유기준·배덕광·엄용수 의원 등 현역 의원 4명을 포함해 전국 당협 가운데 62명의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했다.

결국 당내 실태조사나 여론조사, 면접에 논술전형 등 절차가 복잡할수록 형식적일 수밖에 없고 정치적 요식행위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량평가를 축소하고 정성평가를 확대해 정치적 판단 기준을 확실하게 세워 인적 쇄신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당에 유리한 지역구는 현역이 갖고 험지는 정치 신인으로 채운다면 당협위원장  신청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이참에 현역 위주의 기존 정량평가도 대폭 손질하고 여성, 청년 등 정치신인들이 대거 등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역 할당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