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트럼프 ‘운명’ 쥔 11월 중간선거… 김정은 ‘벼랑 끝 정치’ 후폭풍
[심층취재] 트럼프 ‘운명’ 쥔 11월 중간선거… 김정은 ‘벼랑 끝 정치’ 후폭풍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8-10-19 15:53
  • 승인 2018.10.19 18:40
  • 호수 1277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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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중간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외교가는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과반의석을 탈환하는 ‘공화당 참패’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트럼프의 대북 협상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화당은 트럼프를 지지하고는 있지만 찜찜해 하는 분위기다. 선거에서 공화당이 진다면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까지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뒤집으려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김정은 국방위원장에게도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 내 대북 기조 변화에 따라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될 수 있다. 정치권은 이 같은 상황을 김 위원장 스스로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인 자세로 북핵 문제 해결에 앞장섰음에도 정작 김 위원장이 실질적인 비핵화에 발을 들이지 않은 탓에 미국 내 ‘불신’이 팽배해졌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의 ‘벼랑 끝 정치’가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자신에게까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분석이다.

- 공화당 참패= 北 ‘최악의 시나리오’ 김정은 측면 지원 나서나?
- 클린턴·부시 행정부, ‘중간선거’ 참패로 대북 기조 180도 수정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북미 협상이 다시 숨 고르기에 돌입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11월 6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로 넘어갔다. 북미가 아직 2차 정상회담 일시와 장소도 확정 짓지 못한 상태여서 ‘중간선거 리스크’가 더욱 크게 부각되는 모양새다.

민주 73.6% vs 공화 26.5%
하원 참패 시 ‘레임덕’ 위기


전체적인 선거 판세는 여론조사를 볼 때 일단 민주당이 하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보다 유리하고, 상원의원 선거에선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우세하다. 지난 10월 9일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는 선거분석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민주당이 하원에서 승리할 확률은 73.6%에 달하는 반면, 공화당이 이길 확률은 26.5%에 그쳤다.

민주당의 하원 의석은 최소 14석에서 최대 54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분석 업체 ‘쿡폴리티컬리포트(CPR)’ 등 다른 예측기관들도 민주당이 최소 200여 곳에서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30~40개 박빙 지역 가운데 최소 20여 곳에서 승리하면서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패배하는 최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탄핵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상원은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다 해도 하원을 민주당에 내줄 경우에도 각종 사안에서 의회에 발목을 잡히며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간선거 결과가 북미 협상에 미칠 파장이다. 상임위원장 지분을 여야가 나누는 한국 국회와 달리 미국 의회는 다수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방식을 적용한다. 미국 의회 권력의 교체는 과거 북핵 문제를 여러 번 반전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1994년 빌 클린턴 당시 민주당 행정부가 추진했던 북-미 제네바 핵합의는 그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며 무산됐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붙이던 조지 부시 공화당 행정부는 2006년 중간선거에서 완패하자 대북한 유화 노선으로 방향을 틀었고 당시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압력 속에 부시 정부는 북한과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까지 논의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정 반대다. 일관되게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주장해 온 민주당이 지금은 트럼프가 추진하는 대북 협상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뒤 “합의에 도달하려는 성급함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독재체제 현상을 유지시켰다”고 비판했고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김정은은 자신의 가족을 죽였고 억압적인 전제군주인데 그와 사랑에 빠졌다니 그의 취향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조롱했다.

민주당 내 ‘불신’ 팽배...
대북 정책 기조 변화 불가피

민주당의 이 같은 기조 변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 때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9월 열린 제3 남북정상회담 까지 그 어떤 비핵화 조치도 없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수십 년 세월 지속해 온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내기 위한 군사합의를 채택하였으며,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적 땅으로 적극 만들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말했지만 이는 지난 4월 판문점 선언과 6월 북미정상회담 때 발언과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북미관계에 유화적이었던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김 위원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만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성추문과 러시아 내통 의혹에 거센 공세를 펴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다면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목소리로 키울 수 있게 된다.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기조를 끝까지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설상가상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김 위원장이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약속할 가능성도 낮다. 앞서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허용에 대해 미국 주요 언론과 한반도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 보기 어렵다”고 혹평했다.

트럼프를 지지해 온 월스트리트저널(WSJ)조차 사설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결과로 볼 때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행보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도 “풍계리 핵실험장은 수명이 다해가는 시설”이라면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려면 핵무기 프로그램을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의회에 손발이 꽁꽁 묶이는 사태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하는 것은 북한에 ‘최악의 시나리오’인데 이 시나리오를 김정은 자신이 직접 쓴 것이다”라며 “중간선거 전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측면 지원에 나설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