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소연 대전시의원이 불법 선거자금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한 이후 공은 이제 검찰 손으로 넘어갔다. 이해찬 당대표가 직접 비공개 회의에서 직권조사 명령을 내릴 정도로 중앙당에서는 엄중하게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6.13 지방선거 전 일어난 사건에 대해 3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김 시의원이 왜 뒤늦게 폭로했느냐는 점과 공천에 적잖은 영향을 준 박범계 의원과는 무슨 관계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또한 이해찬 대표가 중앙당 차원에서 조사를 지시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견해가 제기된다. 당대표와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만든 김 시의원의 폭로로 불거진 정치권 내 의혹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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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지방 의원 불법자금 폭로 직권조사앞과 뒤
- 이해찬, 충청맹주 노리는 박범계 의원 견제구날렸나 의구심


더불어민주당 김소연 대전시의원(37.女, 서구6)이 6.13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해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섰다. 통상 선거법 위반 사건은 선관위가 조사해 검찰에 고발하면 지역 경찰서에 이첩하는데 이례적으로 직접 검찰이 수사를 벌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 시의원은 지난 9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선거 과정에서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 있었다”면서 “선거를 도와준다던 특정인으로부터 법정 선거비용 5000만 원 이외에 5000만 원 이상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은 “선거 초반 믿을 만한 A라는 인물로부터 선거의 달인이라는 B를 소개받았다”며 “선거비용으로 1억 원 이상의 돈을 요구받았고, 또 특정인의 사조직에서는 봉사활동을 할 것과 경조사비를 부담할 것 등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A씨는 전문학 전 대전 시의원이고 B씨는 대전 서구을 지역구의 박범계 의원 전 비서관인 B씨로 밝혀졌다.

불법정치자금 연루 3인방
모두 박범계 사람들


김 의원의 폭로가 이어지자 바른미래당에서는 10월 1일 즉각 논평을 내고 “전 시의원이 선거의 달인이라고 소개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고, 1억 원의 불법 선거자금과 장례식장의 조의금 대납 요구 및 사조직에서의 봉사활동을 요구한 선거의 달인이 박 의원의 비서이자 문재인 후보 대전시민캠프 멤버였다는 의혹 또한 짙어 불법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승훈 부대변인은 “선거의 달인은 청년 후보자에게 전임자의 자리를 물려주는 댓가로 권리금 성격의 돈을 요구하고 전 선거에서 표를 위해 불법적으로 썼던 비용 내역까지 보여줬다고 하니 민주당 내 불법선거 관행이 얼마나 뿌리 깊게 내렸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참여정치시민연대도 10월 2일 성명서를 통해 “대전에서는 6.13 지방선거 이후 이종호 시의원 겸직 문제, 김영미 서구의원 업무 추진비 유용 문제, 중구의회 원구성 파행 등 민주당 소속 시의원과 구의원들의 부적절한 행동 때문에 지방자치가 불신을 받아왔고 이 와중에 금권 선거 폭로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대전시당은 어떠한 입장과 해명도 하고 있지 않는 상태다. 이해찬 대표가 중앙당 창원의 윤리심판원 조사를 지시했다”며 “민주당은 이번 금권선거 폭로를 계기로 김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이 금권선거 또한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김소연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부각시키면서 이해찬 대표는 이례적으로 최고위원회의 비공개회의에서 윤리심판원에 직권조사를 명령했다.

또한 이 대표는 이와 관련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엄중 징계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10월 4일 김윤환 중앙당 평가감시국장이 대전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했다. 민주당 대전시당에 따르면 이날 김 국장이 김 의원을 포함해 관련자로 지목된 두 인사에 대한 면담조사를 4시간 가량 실시했다.

민주당의 자체 조사와는 별개로 대전시 선관위는 10월 8일 김 의원을 비롯해 선거 브로커를 소개한 전 전 시의원과 B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검찰에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불법정치자금 의혹이 커지자 김 의원은 10월 10일 외압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날 “불법선거자금 폭로 이후 직접적인 것은 아니지만 외압이 있었다”며 “다만 사실관계는 수사기관에서 진술하겠다”고 추가로 폭로했다.

검찰 수사와 중앙당 조사가 본격화되자 불똥은 재선인 박범계 의원에게 옮겨붙는 양상이다. 일단 김 의원을 비롯해 전문학 전 시의원, B씨 등이 모두 박 의원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 폭로 “박범계 의원과
사전 교감 없었다”


전문학 전 시의원은 김 의원이 당선된 서구6지역 출신이다. 전 전 시의원은 박 의원의 측근으로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구가 지역구인 박 의원의 도움으로 공천을 받아 당선된 박 의원 사람이다.

그러나 올해 실시된 6.13 지방선거에서는 청년·여성 몫으로 박 의원이 김소연 ㅠ호사를 적극 밀면서 전 전 시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해야 했다. ‘선거브로커’로 알려진 B씨의 경우 박 의원의 전 비서관 출신이다.

박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전 전 시의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을 정계에 입문시킨 장본인이다. 또한 박 의원 측근인 전 전 시의원은 B전 비서관을 소개하고 B씨는 김 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요구한 셈이다. 박 의원으로선 지역구 관리 문제에다 측근 관리 부실, 게다가 무리한 공천까지 드러나면서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박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전시당위원장직을 맡아 대전 지역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의원은 지방선거 3개월 전인 지난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례적으로 “대전 그리고 월평·만년 주민에 큰 선물”이라고 극찬하며 영입을 발표해 ‘내정설’이 돌았던 김소연 변호사를 서구 시의원 후보로 단수공천했다.

이어 박 의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종천 시의원도 지난 시의회 원구성 선거 당시 당 방침을 어겨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던 전력에도 시의원 단수 공천티켓을 거머쥐어 당선됐다. 당시 지역 정가에서는 박 의원이 ‘공천이 아닌 사천을 하고 있다’고 낙천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특히 언급해듯 전문학 전 시의원 역시 박 의원의 측근임에도 불구하고 정치 신인이자 젊은 여자 변호사를 단수 공천한 것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를 두고 이런저런 소문이 돌기도 했다. 박 의원이 민변 출신이고 김 의원이 변호사 시절 민변 활동을 해 친분을 맺은 게 아니냐는 정도만 지역 정가에 알려져 있다.

한편 이해찬 대표가 대전시당에서 조사를 해도 될 지방의회 사안을 직접 챙겨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직권 조사를 시킨 배경을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일단, 충남 세종시가 지역구이자 충남 청양이 고향인 이 대표가 충북 영동이 고향인 박범계 의원간 앙금설도 나오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충청권 맹주를 노리며 당대표 선거에 뛰어들었던 박범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이 대표의 복심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박 의원은 8.25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당권 주자 중 첫 번째로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 의원은 지난 7월 4일 국회 정론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당원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해 동지들의 심장을 춤추게 하겠다”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시 당대표 선거를 두고 가장 큰 관심사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해찬 의원 출마 여부였다. 특히 이 대표의 경우 막판에 출마를 선언했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재선인 박 의원이 충청권 출신 당내 큰어른인 이 대표와 사전 교감도 없이 출마를 하면서 이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대표는 2012년 총선 출마 당시 박 의원의 당선을 위해 지원유세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여준 바 있다

박 의원이 이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후에도 출마를 접지 않았고 끝까지 당대표 경선에 참여해 결국 컷오프됐다. 컷오프 당한 이후에도 박 의원은 이해찬 후보와 송영길 후보 사이에서 지지를 고민하다 막판에 이해찬 당대표 지지를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이 대표의 입장에서는 박 의원이 곱게 보일 리 만무한 셈이다. 결국 이런 앙금이 김소연 시의원의 불법정치자금 폭로가 터지자 이 대표는 중앙당 차원에서 직권 조사를 명령한 배경이 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대전시당 위원장을 맡으면 사천 의혹을 받고 있고 대전 지역 내 낙천자들의 공천 불만이 현재까지 누적돼 있어 이를 무마하기 위한 전략적 고려라는 해석도 낳고 있다.

한편 김소연 시의원이 폭로 배경에도 지역 정가에서는 각종 억측이 난무한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정치 초년생인 김 의원이 같은 당 인사들이 연루돼 있고 실제로 금품을 건넨 것도 아닌 상황에서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왜 자폭성격의 폭로를 했느냐는 점이다. 

김 의원이 밝힌 폭로 배경으로 “선거판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면서도 “불법 자금을 거절하자 B 전 비서관이 사무실을 빼라고 협박해 그 자리에서 최종적으로 갈라서게 됐고, 저는 그때도 분명하게 문제를 삼고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말했었다"고 밝혔다.

특히 B 전 비서관의 불법 자금 요구에 대해 박범계 의원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스스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전문학 전 시의원의 최측근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박 의원과 연관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자신을 정계에 입문시킨 장본인인 박 의원과는 사전 교감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지역 정가, ‘꿩 먹고 알 먹은’
김소연 시의원


이와 관련 지역 정가 한 인사는 “김 의원이 폭로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미래 경쟁자인 전문학 전 시의원과 금품을 요구하면서 귀찮게 한 B 전 비서관 두 인사를 한방에 정계에서 쫓아내고 본인은 불법정치자금을 거절한 정치 신인으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본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전문학 전 시의원의 경우 박 의원의 최측근 인사지만 김 의원이 자신의 지역에 단수공천이 되면서 최대의 피해자였다. 또한 시의원 불출마를 선언할 당시 지역에서는 ‘청와대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연루되면서 청와대행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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