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눈높이를 낮춰야…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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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은 매크로포커스 리포트(작성자 정희성·박정우·김다경 연구원)를 통해 ‘미국 경기, 눈높이를 낮춰야’ 리포트를 내놨다.

해당 리포트는 ▲주간 매크로 포커스 ▲KIS 경제 전망 테이블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일요서울은 10월 넷째 주 BEST 리포트로 한국투자증권의 ‘미국 경기, 눈높이를 낮춰야’를 선정, 소개한다.

올해 곳곳서 드러난 미국 나홀로 호황과 우선주의
미국도 무역분쟁 영행서 자유로울 순 없는 상황

최근 종영된 김은숙 작가가 그린 ‘미스터 션사인’의 미국인은 친절했지만 현실의 미국은 불친절했다. 드라마 속 미국인은 조선의 종놈을 고귀한 자로 바꿔주고 안하무인 일본의 폭압에 맞서 조선의 애기씨를 지켜줬지만 현실의 미국은 반대였다.   

현실에서 반미와 친미를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올해 미국의 독주를 바라보는 심정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 불편함의 정체는 세계경제의 구조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의 모습 때문이었다. 우리는 세계경제의 방향을 미국이 쥐고 있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즉 미국이 가는 길이 세계경제가 뒤따라가야 하는 길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올해 미국은 자기가 가는 길의 흔적을 지우거나 따라오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태도를 보였다.
 
물론 미국의 이러한 태도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간직한 러스트 벨트를 기반으로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전략이 안하무인으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현재 세계경제 구조가 만들어 낸 거친 풍경이기 때문이다. 

이 풍랑 속에서 한국이라는 조각배는 여지없이 흔들렸다. 낡고 물이 새는 배를 하루라도 빨리 육지로 이끌어야 하는데 조타수를 잡은 선장은 ‘워라밸(!)’을 외치는 블랙코미디가 펼쳐졌다. 낡은 배의 선장은 조각배가 흔들리면 크루즈가 될지 모른다는 마법을 믿고 있는 것 같다. 마법 지팡이를 쥐고 있지 않은 이상 배가 흔들리면 그건 침몰을 뜻한다.  

아무튼 미국 우선주의는 올해 곳곳에서 드러났다. 특히 경제와 증시는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은 올해 소비도 좋았고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투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저물가와 저실업률이라는 믿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파월 의장의 표현대로라면 희귀한 상황인 것이다. 

특히 미국이 올해 다른 국가보다 돋보였던 것은 투자 부분이다. 유럽이나 중국이 투자가 부진한 것에 비해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에 힘입어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전체 고정투자 증가율이 지속됐다. 미국은 2분기 고정자산투자 전년 대비 증가율이 1분기보다 높은 5.2%를 기록해 투자 증가율이 둔화된 유럽이나 중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양호한 설비투자는 기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정체된 유럽과 달리 미국 기업이익이 올해도 여전히 좋았던 이유다.

무역분쟁의 상처뿐인 영광 

이처럼 양호한 투자 사이클에 힘입어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처 없는 전쟁이 어디 있으랴? 공짜 점심은 없는 법, 미국도 무역분쟁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순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무역분쟁은 결국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면서 현장에서 기업들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의사결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을 두 번 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골치 아픈 것이다. 

특히 투자 판단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중국 산 제품을 계속 써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고민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시급한 투자가 아니면 미룰 수밖에 없다. 현재 지역 연준 서베이에서 향후 자본 지출에 대한 전망이 둔화돼 나타나는 것은 필연코 설비투자 모멘텀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달러화와 장기금리 상승의 임계치

올해 미국 경제를 주도한 설비투자 사이클 둔화는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에 흠집을 낼 것이다. 현재 미국의 향후 12개월 명목 성장률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5% 내외에서 형성돼 있다. 2%대 후반의 성장률과 2%대 초반의 물가, 이것이 시장이 기대하는 미국의 성장률이다. 따라서 이 정도면 미국에 대한 낙관적 심리가 자산시장에 매우 강하게 반영돼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향후 설비투자가 둔화되면 미국의 기대성장률은 다시 4.5~5.0%로 회귀할 것이다. 즉 현재 미국의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금리와 달러화라는 2가지 변수는 상승의 임계치 수준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최근 10년물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공 : 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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