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운영, 재산 증식으로 삼아 충격”

[사진=박용진 의원실 제공]
[사진=박용진 의원실 제공]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일명 비리유치원명단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전국 비리유치원사태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강북구을)이 비위 행위를 처음 공개하면서부터다. 박 의원은 유치원과 교육청 사이의 유착관계공개까지 예고하고 있어 사태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박 의원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2017년 감사를 벌인 결과 전국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무려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폭로했다. 이후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은 일부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국민 여론이 계속해서 비판적으로 형성되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은 지난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한유총은 동시에 유치원 명단은 공개하지 말라는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모든 사립유치원이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비춰져 타격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또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시작으로 박 의원과 일부 언론사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경기도 화성시 소재의 동탄 환희유치원은 7억 원 가량의 교비로 성인용품, 명품가방 등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나 원장은 학부모들 앞에서 눈물로 사과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결국 화재 진화에 나섰다. 지난 18일 부교육감회의에서 최근 5년간 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기로 한 것은 물론, 교육청별 상시감사체계를 구축하고 온라인 비리신고센터를 개통하기로 한 것. 내년 상반기까지 비리 신고가 접수된 유치원과 대규모 유치원, 월 학부모 부담금 50만 원 이상의 고액유치원, 감사결과 처분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유치원부터 감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감사인력이나 처분 수위 등 시도별 편차를 줄이기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교육당국 그동안 뭐 했나반성하고 자기 역할 철저히 해야

내가 하룻강아지면 한유총은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는 격

비리유치원화살의 주인공인 박용진 의원은 19일 오전 일요서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일로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은 것으로 안다. 반응은 어떠한가라고 묻는 질문에 국회의원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웃음)”고 말했다. 웃는 그의 목소리에선 피곤함이 묻어났다.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를 공론화하고 연이은 문제제기를 이어가는 행보 때문일 것이다. 인터뷰 중에도 그는 국감 때문에 계속 이동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 이전부터 관련 토론회에서 전국 유치원 원장 300여 명의 맹공을 받았으며 이후 한유총의 법정 공방 예고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으로서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다음은 박용진 의원과 가진 일문일답이다.

 

- 사립유치원 비리를 파헤치게 된 계기는.

(국회 전반기) 정무위원회에서는 재벌 개혁을 국회의원 활동의 화두로 생각했다. (이후 후반기) 교육위원회로 오게 되면서 교육 개혁을 위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게 맞겠나 생각을 했다. 연구 비리, 사학 비리, 유치원 비리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해서 집중하고, 관심을 갖고, 파헤쳐서 대안을 마련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도 세금을 둘러싼 국민적 상식을 잘 실현시키면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국민 세금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 중 해도해도 너무하다라는 부분을 꼽는다면.

환희유치원이 제일 충격적이었다. 명품백(가방)을 사고 성인용품을 사고 아무런 개념 없이 쓰고() 대부분의 유치원에서도 드러난 것인데 유치원 원장이 자기 월급은 2000만 원까지 받아가고, 가족 운영을 하면서 가족들을 취업시키고, 그들에게 또 엄청난 월급을 줬다. 유치원 운영을 재산 증식으로 삼고 있는 게 충격이었다. 거기서 그분들이 많이 가져가게 되면 교사들에 대한 처우가 낮아지고 유치원 운영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

 

- 한유총은 죄송하다라고 밝히면서도 박 의원과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내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빈 격이라면 한유총은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는 것같다. 문제를 지적했을 때 고치면 그만인데 문제를 지적한 국회의원의 손가락을 꺾으려고 하고, 문제를 고발한 언론사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하는 행태다. 이것은 국민을 향한 도전행위라고 본다.

 

- ‘유치원 알리미징계 내역 미공개에 대한 부분도 최근 국감에서 지적했다. 사립유치원에서 교육부로 화살이 돌아갔는데.

무엇보다도 교육당국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게 드러난 것이다. 이번에 밝힌 교육부의 대책 내용도 보면 사실은 교육부가 그동안 할 수 있고, 당연히 했어야 할 일들을 안 하고 있던 것이다. 교육당국은 그동안 역할을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자기 역할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 ‘에듀파인프로그램(회계시스템국공립유치원에서 사용 중)이 사립유치원에도 도입될 전망인데.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제대로 수립하고 그 원칙하에 에듀파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유치원의 회계가 어떤 원칙과 규칙으로 운영돼야 하는지 기준이 잡히는 것이다. 에듀파인이 도입되면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쌈짓돈 쓰듯이 유치원 회계를 마구 오남용, 혹은 유용하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그래도 근본적으로 없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눈에 관리감독이 편해지니까 인력 문제로 유치원 감사전수조사를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은 적어질 것이라고 본다.

 

- 유치원과 교육청 사이의 유착관계공개도 예고했다.

계속 들여다보면서 감사기관에 얘기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7일 국회 교육위 국감에서) 충남교육청에 질의한 내용이 있다. “왜 다른 곳은 100여 건 이상 적발하고 있는데 충남은 135곳에 달하는 유치원 개수에도 불구하고 7곳 적발에 불과했느냐. 어떻게 생각하느냐. 부실감사냐 공무원들과 유치원 원장들의 짬짜미인가.” 오늘(19) 보면 광주도 그렇다. 이거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제보 들어온 것들을 천천히 뜯어보고 확인할 것이 많다. 교육감들이 표를 먹고 살아야 사는 선출직 공직자이지 않느냐. 그러니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 그 밑에서는 유착관계가 있는 것이고그런 것들을 더 살펴보고 파헤쳐 보겠다.

 

- 이번 일로 학부모 등 국민들의 목소리를 많이들은 것으로 안다. 반응은 어떠한가.

격려와 응원이 쇄도해서 국회의원으로서는 너무나 고마운 시기를 지내고 있다. 국회의원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이렇게 신나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구나 싶다. 물론 나중에 시간이 더 지나가면 국민적 관심도 줄어들고 언론도 다른 소재를 찾아서 떠나, 나와 의원실만 남을 수도 있고 소송에 걸리는 등 정신이 없겠지만 국민들의 응원을 먹고사는 국회의원이니까 더 힘내서 잘 하겠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사립유치원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이해이익집단이 자신들의 재정인력표를 동원해 선출직 공직자들을 휘두르고 자신들의 의무인 감사 등을 거부하거나 투명한 회계를 거부하고 있다. 또 국고를 낭비하거나 유용하기도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데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사회곳곳에 만연해 있는 비리나 부조리를 끝까지 파헤치는 역할이 국회의원들한테 있으니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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