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다양한 수당으로 이루어진 임금체계 탈피해야”

사진=뉴시스

2013년 12월,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의 관심을 가졌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다. 바로 ‘통상임금’에 대한 판결이었는데, 그 핵심은 매월 또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 과연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통상임금이 중요한 것은 해고예고수당, 출산휴가 급여,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등의 산정에 있어서 기준이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이었다. 경영계에서는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경우 기업이 떠안아야 할 임금이 대폭 증가한다는 점에서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반대로 노동계에서는 고정적으로 매월 또는 정기적으로 상여금으로 지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그 명칭이 상여금이라는 이유에서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에서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판결 이전 부분에 대해서는 ‘신의칙’에 따라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을 함으로써 경영계와 노동계 양측의 비판을 받았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임금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하게 됐다. 근로자들은 이러한 판결을 근거로 다수의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4년 초,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해 노사 간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초로 한 노사지침을 제시했고, 그것이 바로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이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금액”이라고 근로기준법에 정하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통상임금을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를 제공하면 확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고 적시했다. 통상임금 여부는 임금의 명칭이나 지급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인 기준이 아니라 임금의 객관적 성질이 통상임금의 법적인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로 판단한다. 구체적으로 통상임금은 시간외근로(연장, 야간 및 휴일) 수당 등을 위한 기초임금으로 근로계약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가 아닌 특별한 근로(초과근로 등)를 제공하고 추가로 지급받은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실제로 초과근로를 제공하기 전에 미리 확정돼 있어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기업마다 혹은 근로자들마다 다른 임금의 구성 항목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 판결에서는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인지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①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인지, ②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 ③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 ④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 등 총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소정근로의 대가는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에 관해 사용자와 근로자가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품’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받는 임금, 근로계약에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 외의 근로를 특별히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로부터 추가로 지급받는 임금, 소정근로시간의 근로와 무관하게 지급받는 임금 등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둘째, 정기적 지급 여부(정기성)는 ‘미리 정해진 일정한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더라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인지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연간 600%의 상여금을 매 짝수 달마다 100%씩 지급하는 경우 기존에는 1임금 지급기(1개월)를 초과해 지급되는 금품으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통해 1개월을 넘어 2개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지급되더라도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면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셋째, 일률 지급 여부(일률성)는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뿐만 아니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도 포함’되는 개념으로, 일률적으로 지급돼야만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이란 작업 내용이나 기술, 경력 등과 같이 소정근로의 가치 평가와 관련된 조건으로 시시때때로 변동되지 않는 고정적인 조건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정 지급 임금  여부(고정성)는 ‘초과근로를 제공할 당시에, 그 지급 여부가 업적, 성과 기타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 없이 사전에 이미 확정된 것’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고정적인 임금은 명칭을 불문하고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에 퇴직한다고 하더라도 근로의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제공 이외에 추가적인 조건이 충족돼야 지급되는 임금이나 그 충족 여부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는 임금은 고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실제 근무 성적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지는 성과급과 같은 임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최소한도로 보장되는 부분만큼은 근무 성적과 무관하게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고정적인 것이어서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노사 간에 첨예하게 대립됐던 통상임금 판단기준이 정립됐다는 점에서 대법원 판결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통상임금에 대해 명칭이나 형식에 치중했던 고용노동부의 판단기준도 변경됐다는 점에서 또한 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이 통상임금 해당 여부에 대한 다툼은 지속되고 있고, 법원의 판결도 일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노사 간 분쟁을 줄이기 위해 노사 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며, 기존의 복잡하고 다양한 수당으로 이루어진 임금체계를 탈피하고, 직무급 도입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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