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현안 산적…경영 능력 시험대 올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다음 달 3일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경영 성적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최정우 회장은 국정감사와 노사 현안 등 회사 내부적인 경영 과제만 살펴봐도 산더미다. 또 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무역 전쟁이 심화되는 상황의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그의 첫 발걸음이 주목되는 이유다.

 

노사 갈등부터 무역전쟁 대비까지 임무 막중
최대 규모 투자 계획으로 100년 포스코 완성할까

 

최정우 회장이 맞닥뜨린 첫 번째 과제는 국정감사 과정에서 지적된 포스코의 기업 인수·합병(M&A) 의혹이다. 앞서 정무위원회는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주요 금융 현안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특히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포스코의 M&A와 매각과정, 해외자원 투자, 자산매각 등을 둘러싸고 많은 의혹을 제기했다. 추혜선 의원은 포스코의 공시자료 및 내부 문건 등을 근거로 EPC에쿼티스와 산토스CMI 부실 인수 의혹 및 매각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추혜선 의원에 따르면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은 2011년 영국 페이퍼컴퍼니 EPC에쿼티스와 에콰도르 건설회사 산토스CMI에 대해 인수 자금, 유상증자, 자금 대여 등으로 총 2000억 원을 쏟아붓고도 EPC를 0원, 산토스를 60억 원으로 원래 주인에게 되팔았다.


해당 과정에서 약 800억 원을 손상처리하면서도 유상증자, 추가 지분 인수, 자금 대여를 지속했다. 또 포스코ICT와 포스코가 주주로 참여해 2010년 설립된 포스코LED의 경우 2016년 3월 27일에 주주들이 가진 주식 전량을 무상감자하고 총액 72억 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한 후 바로 다음날 매각했다.

활발한 대외 활동

포스코엠텍은 부채비율이 1313%에 달하는 나인디지트라는 기업을 인수했다가 몇 년 후 기업가치를 0원으로 평가해 합병한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추혜선 의원은 영국 국세청에 신고된 2010년 말 EPC의 대차대조표와 관련해 “조세회피처인 파나마에 있는 법률자문회사에서 유출된 자료인데, EPC의 자산과 매출이 모두 0으로 돼 있어 누가 봐도 페이퍼컴퍼니”라고 지적했다.


포스코를 둘러싼 부실 매각과 경영 비리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포스코의 의혹과 관련 감리를 포함해 손상처리와 회계처리 문제, 배임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고 한 만큼 최정우 회장은 해당 의혹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스코 노사 간에 불거진 갈등을 종식시키는 것도 최정우 회장의 경영 능력을 판단할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17일 50년 무노조 경영을 해 왔던 포스코의 사상 첫 노조 출범 소식과 노조 와해 의혹은 세간의 시선을 모았다.


취임한 지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드러난 문제인 만큼 최정우 회장 초기에 진화가 가능할지 여부가 중요해졌다. 포스코는 “"포스코 직원들이 불법적인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분명히 노조가 생기면 대화하겠다고 했는데 (노조원들이) 왜 무리한 행동을 했는지 잘 따져 보겠다”는 입장이다.


대외적 시장 상황도 포스코 입장에서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아 최정우 회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모양새다. 따라서 최정우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대외 활동에도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앞서 최정우 회장과 장인화 포스코 사장 등 포스코 주요 경영진들은 지난 10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해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등과 만나 환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 15일 세계철강협회(WSA) 총회에 참석, 세계 철강 업계 수장들과 대면했다. 무역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철강업계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국내 주요 철강사 대표들과 글로벌 무역전쟁 대응책을 논의할 기회였다.


최정우 회장을 비롯해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등 국내 주요 철강사 대표와 고위 임원진은 제52회 WSA 연례총회에 함께 참석했다. 특히 취임 후 처음으로 WSA에 참석한 최정우 회장의 능력 검증이 주목됐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 8월 한국철강협회 주최로 열린 ‘스틸코리아2018’에서 “글로벌 공급과잉 및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해 정부와 합심, 업계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우호적인 무역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제적 공조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청사진

포스코가 내년부터 5년간 철강과 2차전지(배터리) 소재, 에너지·인프라 등 주력 사업에 45조 원을 투자하고 2만 명의 정규직을 새로 뽑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1968년 창립 이후 최대 규모 투자를 발표한 것도 최정우 회장의 청사진이다.  


포스코는 지난달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5년간 이뤄질 투자 규모는 연평균 9조 원이다. 3조5400억 원이었던 최근 5년(2014~2018년) 평균보다 154.2% 많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제3고로(高爐·용광로) 스마트화와 기가스틸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 공장 신·증설 등 철강 부문에 26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신성장동력인 리튬 등 소재 사업과 자원 개발 등 에너지·인프라 부문에도 각각 10조 원과 9조 원을 투자한다. 채용 역시  포스코의 최근 5년간 채용 인원은 7000명이었는데, 내년부터 5년 동안 2만 명을 채용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글로벌 철강산업을 이끌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한발 앞선 투자와 우수 인재 조기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정우 회장의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은 그가 그리는 ‘100년 포스코’ 청사진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취임 100일이 되는 다음 달 3일은 최정우 회장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포스코 개혁과제를 직접 제시하겠다고 밝힌 날이다. 다음 달 3일, 최정우 회장이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 비판 여론 앞에 설지는 그의 성적표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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