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회 의혹은 빙산의 일각..한전ㆍ농협ㆍ신한 靑 ‘외압 의혹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후로 태양광 발전이 대체 에너지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이 태양광 사업의 핵심에 친여권·진보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인사들 중에는 현 정부 최고 실세의 측근도 포함돼 있어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야권의 질타를 받았다. 게다가 태양광 발전사업의 절반이 호남지역에 편중돼 있어 그 배경도 의심스럽다.
이 사업을 위해 한전과 농협, 신한은행 등에도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나와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 자칫 이번 정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만큼 야권의 질타가 계속되고 있다.
‘친여권 성향 협동조합 3곳’ 서울시 보조금 절반 이상 독차지
발전사업자의 절반이 호남 지역…융자 지원도 영남의 3.5배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함과 동시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끌어올렸다. 2010년 30ha였던 태양광 허가면적은 지난해 1434ha로 증폭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호 국회의원이 산림청으로 제출받은 ‘태양광 발전시설 현황’에 따르면 전체 허가 건수 7823건 중 5000건이 넘는 허가는 지난해와 올해 이뤄졌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나서서 태양광 사업을 독려한 결과다. 산업부는 올해 산단 협동조합형 태양광 보급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다른 산업단지로 확대해 오는 2022년까지 3.2GW(기기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1GW급 원자력발전소 3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백운규 장관은 “건물 옥상에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은 44GW에 이른다”면서 “옥상은 인근 주민의 반대가 없고 전력 소비처와 생산처가 동일해 송배전과 같은 전력계통에 대한 추가 투자도 거의 필요하지 않아 속도감 있게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최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태양광 사업자들에게 보증금 지급과 함께 20년간 고정비용으로 전기를 사준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2억 원 투자로 200만 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유혹에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면서 투기 열풍까지 일었다.
서울 시내 단독주택에도 사업을 독려하는 광고 전단지가 붙어 있을 정도였다.
진보 인사들 태양광 사업 ‘싹쓸이’
문제는 이 사업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세력들이 현 정부와 유착관계가 있는 시민단체나 운동권 출신이란 점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윤한홍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태앙광 미니발전소 보급 사업 현황’에 따르면 친여권 성향의 협동조합 3곳(서울시민 햇빛발전·해드림사회적·녹색드림)이 최근 5년간(2014년~2018년 6월)설치한 미니태양광(베란다형) 개수는 총 2만9789개로 전체 5만8758개의 50.7%를 차지했고 설치 보조금으로 124.4억 원을 수령해 전체 보조금 248.6억 원의 50.1%를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서울시민 햇빛발전 협동조합의 박승옥 등기이사(전 이사장)은 한겨레두레공제조합,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전태일 기념사업회에서 활동했으며 해드림 사회적 협동조합의 박승록 이사장은 서울시민 햇빛발전 협동조합 이사 출신으로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사무국장을 지냈다.
또한 녹색드림 허인회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열린우리당 전국 청년위원장을 지냈다.
허 이사장은 2013년 녹색드리림협동조합을 설립, 발효현미를 팔다 2016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서울시 태양광미니발전소사업 보급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태양광사업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64년생인 허 이사장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386의 대표주자였다. 전 송영길 인천시장 등과 비슷한 연배이며 현 정권 최고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설장보다는 약 2년 정도 운동권 선배다.
임종석-우상호-이인영 등 전국조직의 전대협 출신들이 일찌감치 국회의원 배지를 달며 정치권으로 약진했지만 허 이사장은 다소 뒤처져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탄생과 더불어 허 이사장의 대약진이 도모되고 있다.
이 일이 보도된 직후 그는 “2004년 동대문 선거 이후 14년째 정치를 하고 있지 않다”며 “우연한 기회로 알려지면서 많은 매출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업을 추천한 인사도 일반 지인이라며 정치권과의 연결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친여권·진보 시민단체 출신이 설립한 협동조합 세 곳의 태양광 발전 사업에 편중되며 의심받고 있다.
또한 전국 태양광 발전사업자(한국전력 거래 업체 기준)의 절반이 호남지역에 편재돼 있어 그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윤한홍 의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호남지역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1만3081개로 전체의 48.6%를 차지하는 반면 영남지역은 4716개로 17.5%에 그쳤다.
호남지역에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편중되면서 에너지공단으로부터 받는 장기 저리의 융자지원금도 총 지원액의 절반 이상을 호남지역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4년~2018년, 2018년은 상반기 추천기준) 태양광 발전사업자에 대한 에너지공단의 융자지원액은 총 2573억 원으로 이 중 51.8%인 1333억 원이 호남지역이었고 영남지역은 383억 원, 14.9%에 불과했다. 호남지역 사업자가 영남지역에 비해 3.5배 많이 지원받은 것이다.
정부 시중은행에 무리한 태양광 대출 요구
윤한홍 의원은 “소문만 무성했던 친여권 진보 시민단체 출신들의 태양광 사업 싹쓸이 실태가 드러났고 산업부도 협동조합 등 소규모 태양광 발전을 측면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자기 식구를 챙기기 위해 정부까지 앞장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다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의 세금과 전기요금 인상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는 자기 돈 하나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금융권에서 대출해 주는 제도도 생겼다는 것에 대한 불만의 토로이기도 하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 사업 추진 자금을 은행에서 100% 조달토록 계획했다. 사업비의 90%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끼고 은행이 대출해 주고 나머지 10%는 은행이 대출 심사 결과와 관계 없이 무조건 대출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해당하는 은행이 농협과 신한은행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협동조합은 자기 자금이나 담보 하나 없이 은행을 통해 사업 자금을 100% 조달할 수 있다. 농협이 정부 입김이 강한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 지 의원이 매체를 통해 공개한 농협이 지난 6월 작성한 ‘저수지 태양광 취급방안 검토(안) 문건’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농협에 저수지 태양광 정책자금대출 지원 가능 여부를 문의하면서, 책임분담금에 대해서 은행 여신 심사결과에 관계 없이 지원을 요구한다고 적혀 있다.
이 문건에는 농협의 책임분담 예상 금액은 270억 원. 농협은 책임분담금 270억 원이 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크고, 농협 여신 규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기재부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기재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가 “신한은행은 요구를 수용했는데, 왜 농협만 안 된다고 하는거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지상욱 의원이 전했다.
지 의원은 또 신한은행이 기재부의 대출조건을 수용하는 대가로, 산업부 정책자금을 지원해주겠다는 대가성 제안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지상욱 의원은 “정부가 드라이브 걸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 사회적 협동조합에게는 특혜성으로 심사 결과와 상관없이 대출해 주라고 시중은행을 압박한 사건이다”라고 밝혔다. 의혹이 제기되자 은행측에서는 이게 가능한 건지 문의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압력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시민단체 출신들이 협동조합 주도해 靑에 지속적으로 민원
자원외교(MB) 창조경제(박근혜) 잇는 현 정부 아킬레스건 되나
지난 4월에는 시민단체 출신들이 만든 협동조합이 ‘학교 옥상 태양광발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밀어주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일선 학교들은 한전의 태양광 제품을 선호했지만 협동조합 제품이 납품되게 하려고 정부가 ‘중재’에 나서겠다며 사실상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달서갑)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학교 태양광 사업 관련 사회적기업 상생방안 정책회의’를 열었다. 최혁진 대통령사회적경제비서관 주재로 열린 이 회의에서 청와대는 학교 태양광 사업 문제에 대해 한전 측에 “협동조합과 한전 사이에서 중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학교 태양광 사업을 시작해 최근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해 있다. 서울지역 8개 협동조합으로 구성된 서울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는 “한전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사업 중단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9월부터 한전의 학교 태양광 사업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곽 의원은 “단순한 의견 전달이라도 청와대에 불려간 한전 직원들은 압박을 받게 된다”며 “청와대가 협동조합의 주장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는 사회수석실 행정관과 한전 직원 3명,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협동조합의 민원성 주장을 한전에 전달한 것은 현 정부의 지지 기반으로 볼 수 있는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협동조합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해당 회의를 주재한 청와대 일자리수석실 소속의 최혁진 사회적경제비서관은 국내 최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인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에서 최고전략책임자로 일해왔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4월 사회적금융·중소기업·브랜드디자인 전문가로 더불어민주당이 영입한 인사다.
‘자원외교’ 판박이 한 점 의혹 없어야
일각에선 이번 태양광 사업이 문 정부의 아킬레스 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태양광 발전은 궁극적으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추진 중이다. 화석연료는 고갈 우려가 있고 공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태양광발전사업을 육성시키는 일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권과 친한 일부 인사가 자기 입맛에 맞는 특정인을 간택하고 이 사업을 수주한다면 공정한 사업 환경을 저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정권차원의 대형게이트로 비화될 수 있다.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처럼 차기정권에서 이 문제로 몇몇 사람이 검찰에 불려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태양광발전소 문제점 지적엔 여야 막론 ‘맹공’ 산지 태양광 80곳 실태 점검 결과 286곳 문제점 드러나 태양광 시설로 인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산림청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5일 진행된 산림청 국정감사에서는 여야의원들을 막론하고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산림청의 산지허가의 문제점에 맹공을 쏟아 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