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신고 중 절반 ‘서울’ 부녀회와 인터넷 카페가 주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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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정부가 입주민들 사이에서 최근 벌어지는 ‘집값 담합’에 대한 후속조치에 나섰지만, 여전히 주요 부동산 포털에는 집값 담합 행위가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입주민들은 카카오톡 비밀채팅방 등을 통해 호가를 올리고, 원하는 가격으로 매물을 내놓지 않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허위 매물로 신고하는 등의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담합센터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33건의 의심 신고 중 절반은 서울에서 벌어졌고 부녀회와 인터넷 카페 등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주택 시장 교란 행위를 엄벌해 투기수요를 근절하고 담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실수요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입주민들, 카톡 비밀 채팅방으로 호가 올리는 등 압박 가해
“주택 교란 행위 엄벌해 투기 수요 근절하고 담합 차단해야”

한국감정원이 지난 5일부터 주민 호가 담합을 단속하는 ‘집값 담합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입주민들 사이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집값 담합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단속 이후에도 주요 부동산 포털에 담합한 가격의 매물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A지역 공인중개사 대표 정모씨는 “단속 이후 지금도 주요 부동산 포털에는 담합한 가격으로 매물이 올라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입주민들끼리 은밀하게 입을 맞춰서 이뤄지는 일들인데, 단속으로도 이런 것들까지 모두 잡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정 가격 이하로는 팔지 말자”며 공모

확인 결과 실제로 여전히 주요 부동산 포털에는 담합이 의심되는 매물이 상당수 존재했다. 특히 B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호가를 올리기 위해 담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실거래가를 보면 B지역 인근 아파트들이 대부분 6억 원 안팎에서 계약이 체결됐으나 입주민들은 7억~8억 원선의 호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B지역 아파트 주민은 “자신은 그런 카카오톡 채팅방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호가를 올리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도 부동산 카페나 아파트 입주자 카페 등에서는 “일정 가격 이하로는 팔지 말자”고 공모하며 자신들이 정한 기준보다 낮은 가격의 매물을 허위 매물이라고 신고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호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저가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업소는 이용하지 말자며 보이콧을 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한국감정원 신고센터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호가 담합 행위, 공인중개업자 압박이나 공모, 이 과정에서 부동산 매물 사이트 악용 등 위법사실 전반을 접수하고 있다.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 자료에서도 “담합행위가 줄어들긴 했지만 근절하지는 못했다”던 부동산업자들 주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따르면 9·13 대책이 발표된 시점부터 1주일(14~20일)간 접수된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건수는 전주 대비 44.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강력대응 발표 이후 신고센터까지 가동되면서 부분적으로 효과를 보인 것이다.

다만 아직 집값 담합 행위 자체를 뿌리 뽑지는 못한 모양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감정원으로부터 받은 집값 담합센터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33건의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대상자별로 보면 아파트부녀회, 입주민협의회 등 단체가 11건, 인터넷 카페·블로그·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담합이 5건이었다. 이 외에 중개업자 11건, 개인 6건 등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6건이었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29건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4건은 지역이 특정되지 않는 신고였다.

신고된 유형 중에는 고가 담합 신고가 25건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공인중개사 업무방해 행위나 거래금액 허위신고 등 기타도 8건에 달했다. 한국감정원은 신고 내용 검토 후 가격 담합 의심 내역은 국토부에 통보한 뒤 필요 시 정부합동 단속 및 공정위·검경 등에 조사·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실수요자 피해 없도록 제도 정비해야 할 것”

박 의원은 “최근 온라인 등 담합을 통한 집값 부풀리기로 주택시장이 과열되고 실수요자가 피해를 봤다”면서 “주택 시장 교란 행위를 엄벌해 투기수요를 근절하고 담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실수요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감정원과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집값 담합 신고센터’ 신고 대상은 집주인, 중개업자 등의 집값·거래질서 교란행위로 ▲온라인 커뮤니티(카페 등)를 통한 집주인 호가담합과 이를 조장하는 행위 ▲중개업자의 가격 왜곡이나 공동의 시세 조종이나 중개대상물의 가격을 담합하는 행위 ▲이 과정에서 부동산 매물사이트를 악용하는 행위 등이다.

신고·접수된 담합 등 행위는 국토교통부에 통보하며, 필요시 관계 법령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나 검·경 등 수사기관 등에 대한 조사·수사 의뢰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다만 무분별한 신고 방지하기 위해 개인별 통합인증 접속이 의무화되며, 관련 증빙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김학규 한국감정원 원장은 “집값 담합 관련 국민들이 믿고 신고할 수 있는 공적인 신고 경로가 필요하다”며 “부동산 시장관리 공공기관으로서 집값담합 등 불법적인 부동산 거래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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