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정부 부처 앞 다퉈 기업 두들겨 패기 경쟁 ‘치열’
사정기관·정부 부처 앞 다퉈 기업 두들겨 패기 경쟁 ‘치열’
  • 김은경 기자
  • 입력 2018-10-19 18:23
  • 승인 2018.10.19 19:46
  • 호수 1277
  •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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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0건·SK 8건…대기업 중 최다는 ‘한진’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현 정부 들어 사정기관은 물론 정부 부처들까지 앞 다퉈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단순 조사에 그칠 사안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인 압수수색 후 원래 혐의와는 다른 별건수사 등으로 처벌한다거나,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사정당국이 동시에 조사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은 조사 방어에 전념하느라 미래를 위한 본격 경영에는 엄두를 못 내고 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검찰과 경찰 수사 경쟁이 격화되면서 애꿎은 기업들만 이중고를 겪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업들 미래 투자·일자리 발굴 등 정상 경영활동 못해”
검·경 수사권 조정 앞두고 애꿎은 기업만 이중고 겪나

최근 사정당국이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조사를 펼치면서 기업들이 정상 경영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조사 탓에 기업들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미래 먹거리 발굴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단순 조사에 그칠 사안에 대해서도 무차별적 압수수색 후 원래 혐의와는 다른 별건수사 등으로 처벌한다거나,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사정당국이 동시에 조사하는 사례가 나타난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현 정부 들어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 공여,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방해, 이건희 회장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 4건, 경찰 2건, 국세청 2건, 금융위 1건, 국토부 1건 등 총 10건이 넘는 조사를 받았다. SK그룹은 검찰 2건, 국세청 5건, 공정위 1건 등 8건, 현대자동차그룹은 검찰 2건, 경찰 1건 등 총 5건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롯데그룹은 공정위 7건, 경찰 1건 등 총 11건의 조사를 받았다. LG그룹은 조세 포탈 혐의 등으로 검찰 1건, 국세청 1건, 공정위 1건 등 총 3건의 조사를 받았다.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조사 건수를 기록한 한진그룹은 검찰, 관세청, 법무부 이민특수조사대, 공정거래위원회,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11개 기관에서 19건의 조사를 받았다.

대기업 중 사정기관 조사 받지 않은 곳 찾기 어려워

오히려 대기업 중 4대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운 모양새다.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그룹 계열사과 대림산업·JW홀딩스·유한킴벌리·쿠팡 등의 중견기업, KB·하나·BNK·DGB·JB 등 금융사들은 뇌물, 조세 포탈, 취업 특혜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거나 수사가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 건설사들은 재개발·재건축 비리와 관련된 혐의로, KT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한진과 CJ파워캐스트는 ‘갑(甲)질’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한화테크윈(방산 비리), 현대산업개발(비자금), BYC(탈세), 한국타이어(지분 편법 승계), 현대엔지니어링(하도급 비리) 등은 특수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하림·태광 등은 일감 몰아주기로, 아모레퍼시픽·세븐일레븐·이마트 등은 가맹점 불공정 행위로, 하림과 이동통신 3사는 가격 담합으로, LG전자·현대중공업 등은 하도급 갑질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검·경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 건수와 검찰의 영장 기각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1∼6월)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발부 건수는 11만8000여 건으로 전년 대비 20%, 10년 전에 비해 2배 증가했다. 수사기관들이 매일 650차례꼴로 사무실과, 자택, 휴대전화, 금융계좌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1∼5월)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은 약 5.2%로 예년(2∼3%)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경 압수수색 영장 발부 건수 ‘역대 최고’ 기록

추 의원은 이와 같은 잇단 압수수색이 기업 경영에 치명적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은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해 10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삼성전자 본사 4차례,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3차례, 서울 서초사옥 2차례, 삼성경제연구소 1차례 등이다. 한진그룹은 검·경·관세청 등 11개 기관에서 조사 중이며 관련 압수수색은 18회 실시했다. 추 의원은 “‘일단 압수수색부터 하고 보자’는 검찰의 접근방식 때문에 개인 인권 침해가 우려되고, 기업 경영 위축도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규모 인원이 장기간 현장에 거주해 조사를 하거나, 조사 중인 사안임에도 사실과 다르게 언론에 악의적으로 보도돼 기업 이미지에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검찰과 경찰 수사 경쟁이 격화되면서 애꿎은 기업들만 이중고를 겪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6월 정부는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조정안에는 사법경찰관이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을 갖고, 검사는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에 관해 송치 전 수사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의 내용이 다뤄졌다. 추 의원은 “과거에는 검찰 지휘 하에 경찰이 움직였으나, 최근에는 경찰이 기업수사 전면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검찰이 공정위와 함께 경쟁적으로 기업조사에 나설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보 교환 규제 강화로 가격담합의 의도가 없는 단순한 정보 교류만으로도 공정위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