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對당’ 통합은 사실상 ‘포기’… 바른미래당 11명 영입설 ‘몸집 불리기’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김병준號가 ‘인적쇄신’보다는 ‘몸집 불리기’에 혈안이 된 분위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바른미래당에 대해 끊임없이 ‘구애’하는 한편, 철저히 그 반대에 선 자‧타칭 ‘박근혜 친위부대’ 태극기 부대까지 통합 대상 물망에 올렸다. ‘도로 새누리당’이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 나비효과가 만만치 않다. 상대적으로 세가 약한 바른미래당은 속수무책으로 흔들리고 있다. 벌써부터 한국당‧민주평화당으로 분열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럴 경우 한국당은 한국당대로, 바른미래당은 바른미래당대로 진퇴양난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바른미래 쪼개기’ 작전 사실상 성공… 한국당‧민주평화당 이탈 전망
전원책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은 ‘주영진의 뉴스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 친박 단체는 “(그분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다. 극우가 아니다”라며 “그러면 그들을 우리 보수 세력에서 앞으로 제외할 것이냐, 그건 아니다”라고 태극기 부대 영입설에 불을 지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을 나는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은 재판’이라고 확신한다”며 “그런데 그 법정에 하루 10시간씩 재판을 하면서 일주일에 나흘씩 하는 그 재판에 친박계, 비박계 누가 가 봤나. 누가 그 현장을 지켜봤나”라고 부연했다.
이는 태극기 부대를 극우 세력으로 보는 일부 시선을 의식한 발언으로, 이들에 대한 영입을 정당화하는 의미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국당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보수 진영을 집결시켜 집권 여당인 민주당과 양강 구도를 형성, 다음 총선에 대비하려는 최선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인적 쇄신’은 어디에…
‘도로 새누리당’ 비판
하지만 이를 두고 곱지 않은 시각이 크다. 한국당이 당초 계획한 ‘보수대통합’이 여의치 않자 ‘무차별적 흡수’로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 한국당이 ‘인적 쇄신’을 명분으로 바른미래당 등 야당 인사를 포섭하는 일명 ‘몸집 불리기’를 시도하고 있단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여의도에서는 현재 한국당이 구(舊) 새누리당 출신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을 포섭하려는 시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암암리에 펴져 있던 한국당의 바른미래당 포섭 작전을 공론화시킨 것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다. 지난 10월 17일 이정미 대표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유한국당의 바람인지 아니면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들은 얘기”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보수를 집결시켜서 양강 구도를 다시 형성해, 다음 총선을 준비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며 “그러려면 사실 어중이떠중이 다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바른미래당 내 11명의 의원의 한국당 이적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바른미래당과 ‘당대당’ 통합은 어려우니 바른미래당을 흔들어 그쪽을 누르고 일정한 숫자를 빼 오는 방법을 쓰는 것이고, 쳐내는 방법은 안 되기 때문에 다 불러들이고 있다”면서 “전원책 변호사가 (자유한국당을) 전면적으로 물갈이하겠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불러들여서 하수 종말 처리장”이라고 혹평했다.
‘강건’했던 손학규도 ‘흔들’
일부 이탈 시 분열 전망
자유한국당이 의도했건 아니건 바른미래당은 현재 분열 조짐이 만연하다. 그동안 “한국당과의 통합은 절대 없다”며 일부 의원들의 이탈설도 전면 부인했던 손학규 대표가 “갈 의원들이 있다면 가라”고 분노에 차 발언한 점이 이 같은 분위기를 방증한다.
손 대표는 지난 10월 15일 “내부 쇄신부터 해야 할 한국당은 야권 통합을 말할 자격이 없다. 웃기는 얘기”라고 일축하면서도, 일각의 관측을 무시하지 못한 듯 “(우리 당에서) 나갈 사람들은 나가라. 수구 보수로 가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국당의 바른미래당 의원 접촉설이 흘러나온 후, 바른정당 원외 지역위원장 출신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지역위원장 신청에 주저하자 이에 대한 불쾌감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일각의 관측대로 구(舊)새누리당 출신 일부 의원들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한국당에 재입성한다면 남은 의원들도 이탈할 공산이 크다. 현재로서는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호남 출신 의원들이 민주평화당행(行)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바른미래당은 그동안 잦은 내홍에도 마땅한 명분이 없어 분당 위기를 넘겨 왔는데, 일부 의원들이 먼저 한국당행(行)에 오른다면 나머지 의원들에게도 명분을 제공하는 셈이 된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이 양당 모두에게 이롭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당의 ‘바른미래당 쪼개기 작전’이 실패할 경우 연일 주창했던 ‘보수대통합’설이 힘을 잃을 것이고, 이는 곧 한국당의 위상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방증하는 셈이라는 분석이다. 또 극우단체로 분류되는 태극기 부대의 영입도 총선에서 유리한 카드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당의 태극기 부대와의 통합은 ‘질적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 고정 지지층 결집을 통한 지지율 상승을 노리는 것 같은데, 반대로 ‘개혁 보수’를 원하는 또 다른 일부 지지층을 잃을 수 있다”며 “사실상 득표력에서는 실익이 없다고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