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학생은 학교의 보안관이 아니다!” 외친 까닭

동덕여대 학생들이 촛불집회 때 사용한 촛불
동덕여대 학생들이 촛불집회 때 사용한 촛불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를 방문한 20대 남성 A(27)씨가 자신의 나체를 찍은 사진을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 올린 이른바 ‘동덕여대 알몸男 사건’에 여론이 발칵 뒤집혔다.

사건 공론화 이후 수사가 진척돼 피의자는 특정됐지만 교육 현장에서 이런 범행이 발생한 점, 당시 A씨가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적발되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허술한 학교 보안 실태가 우려를 낳는다.

 

동덕여대 재학생, 필리버스터·촛불 집회 등 직접 ‘실천’ 나서

 

동덕여대 학생들은 이에 대해 규탄하고 앞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매일 오후 3시 본관 앞에서 필리버스터를, 오후 6시에는 백주년 기념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연다.

 

불안감은 커지는데…
여전히 ‘외부인’ 드나들어

 

기자는 사건 이후 동덕여대 촛불집회 현장을 보기 위해 지난 17일 동덕여대를 찾았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백주년 기념관 앞은 계단 의자가 설치돼 꽤 넓은 좌석 수를 보유했으나 이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모였다.

총학생회에서 준비한 촛불도 금세 동났다. 학생들은 거리를 좁혀 앉거나, 이마저도 부족해 자리에 앉지 못한 학생들은 옆에 서서 모두 한마음으로 집회에 함께했다.

집회 장소로 향하던 동덕여대 재학생에게 소감을 물었다. 그는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나서 이런 일(사건 대처 및 규탄)을 하는 것은 자랑스럽지만, 정말 이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뭘 하고 있나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 “뿌듯함보다는 학교의 무능에 대해 좌절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76학번 김명애(현 이사장)는 후배에게 사과하라’ ‘학생은 학교의 보안관이 아니다’ ‘건물마다 경비 인원 상시 배치하라’ ‘외부인 출입 규정 학생과 함께 신설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학생들은 사건 이후 학교의 미온한 대처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관해 동덕여대 학생회 관계자(이하 총학 관계자)는 “(사건 이후) 교내 건물마다 상주 가능한 (보안 업체) 인원 한 명씩 배치해 달라, 제대로 (보안) 점검해 달라 등의 요구를 학교 측에 했으나 이에 대해 자세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당초 이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도 학생들이었다. 앞서 ‘에브리타임’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 사실을 먼저 접한 교내 구성원들은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과 언론사 제보 등을 통해 이를 공론화했다.

지난 13일 ‘동덕여대 불법 알몸 촬영남 사건. 여성들의 안전권 보장,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글은 6만4311(19일 기준)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는 “현 동덕여대생으로써 이 사건이 너무나도 끔찍하고, 그 강의실에서 직접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서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지 모른다”며 “(다른) 동덕여대생들도 큰 혼란에 빠져 있고 등교뿐만 아니라 불안한 학교 전반적 생활에 대해 두렵고 불쾌해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뉴시스]
[뉴시스]

 

이처럼 사건 이후 학생들은 허술한 학교 보안에 관해 불안감을 느끼고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상태다. 이에 관해 한 동덕여대 재학생은 “외부인이 쉽게 출입할 수 있었다는 것, 피의자가 나체 상태로 학교를 배회하는 동안 아무도 몰랐다는 것 (불안감이 높은 이유를) 하나로 꼬집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학생들의 외부인 통제 요구 부분을 두고 ‘대학의 공공재성’을 논하며 과한 대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요구하는 것은 외부인 전면 통제가 아니다.

집회 당시 발언자로 선 재학생도 “지역 사회와 연대, 교류 좋다. (하지만) 학생들의 안전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총학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외부인 출입 규정 신설을 학교 측에 제안했으나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동덕여대 관계자는 “학생 의견도 수렴하고 ‘외부인’의 범위도 (학생들과 함께) 결정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협의를 위해 계속 회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최대한 ‘안전 동덕’을 생각하며 (그동안) 해오던 보안 사항들과 이 사건 있기 전부터 생각했던 것(보안 규정)을 더욱 강화해 최대한 (시행)하려고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A씨가 범행을 저지른 동덕여대 내 강의실
A씨가 범행을 저지른 동덕여대 내 강의실

 

성적 욕구 원인, ‘여대’라서?
A씨 진술에 여론 ‘술렁’

 

앞서 이 사건을 다룬 보도들을 통해 알려진 A씨의 경찰 조사 진술도 논란됐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음란 행위를 직접 촬영하고 게시하면서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는 것에 희열을 느끼게 됐으며, 자격증 갱신 교육을 받으러 동덕여대에 갔다가 여대라는 특성 때문에 갑자기 성적 욕구가 생겼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한 재학생은 “사회에서 여대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소비한다는 것에 대해 많이 충격을 받았다”며 “추가로 요즘 몰카(몰래카메라·불법 촬영) 문제가 많지 않나. (피의자가) 화장실에 설치를 해놨을 수도 있지 않느냐”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사회적으로 많은 성 관련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이 사건도 남녀 간 분쟁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대를 폐지시키거나 남녀 공학으로 전환시켜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이 사건을 ‘남녀 분쟁’으로 다루는 시각에 대해 총학 관계자는 “우리가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남녀 문제로 불거진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이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한편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북부지법 김병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 사실은 전부 인정되나 관련 증거들이 모두 확보돼 증거 인멸 염려가 없다”며 지난 17일 그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또 김 부장판사는 “범죄전력이 없고 주거가 일정해 도주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하루 전인 16일 A씨에 대해 음란물 유포 및 주거 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같은 날 검찰은 구속 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 1시 15분께 동덕여대 대학원 3층 강의동 및 여자화장실 앞에서 알몸인 채로 음란 행위를 하고, 그것을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오후 6시께 트위터에 올린 혐의를 갖는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 개설한 A씨의 트위터 계정에는 백화점 화장실, 공원, 서울 소재 어느 세무서 앞, 지하철 역 근처 등에서 찍은 사진 등 총 63건의 글이 게시됐다.

현재 A씨의 트위터 계정은 운영 원칙 위반을 이유로 일시 정지됐으며, 사건이 발생한 동덕여대 강의실은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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