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장엔진 vs 모기업마저 배탈

M&A(인수ㆍ합병)는 기업의 성장 엔진이 되고 있다. 국내 삼성, LG등은 막대한 기술 투자보다는 생산성 높이는 실속형 M&A를 통해 기업의 성장엔진을 찾고자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반도체·가전 등 회사 내 사업부문들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데다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쉽지 않자 M&A를 통한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M&A가 불황으로 침체된 세계 IT시장에 새로운 '돌풍'이 될 조짐이다. 반대로 무리한 M&A로 몸집을 키운 기업들이 글로벌금융위기, 증시불황, 경기침체 등으로 자금난을 겪으며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기업의 성장엔진이라는 M&A에 ‘허와실’에 대해 분석해 본다.

반도체·가전부문 한계에 부닥쳤고, 로열티 급증으로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 국내 최대 반도체, 가전업체인 삼성전자는 M&A를 통해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 중에 있다. 지난 10일 삼성전자 권오현 반도체총괄 사장은 "기술 확보 및 사업 확대를 위해 시스템 LSI(비메모리) 업체를 인수할 것"이라며 "좋은 가격에 좋은 기회가 오면 바로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의 폭락으로 부진이 거듭되고 있다. 하지만 비메모리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바로 M&A이다.


삼성과 LG
왜 M&A 매달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M&A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 비메모리(시스템 LSI CIS) 업체 트랜스칩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메모리카드 업체 샌디스크 인수 검토에 들어갔다.

신사업 부문 M&A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한 미국 로봇업체에 투자 및 인수 논의를 제안한 했다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체 성장을 중시하던 삼성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세계 경기하락으로 반도체·가전부문 한계에 부닥쳤다. 또 로열티 급증으로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 이를 타계하기 위한 방안으로 찾은 게 M&A이다. M&A를 통해 글로벌 삼성으로 한층 더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고 말했다.

LG전자도 M&A를 통해 성장엔진을 찾고 있다.

지난해 남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해외 업체를 인수합병(M&A)해서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히고, 한때 GE 가전 부문을 예의 주시하기도 했다.

또 11일에는 독일 태양광에너지 업체 코너지 그룹의 태양전지 생산기지를 인수, 지분비율 75(LG전자)대 25(코너지)로 조인트 벤처를 만들기로 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태양전지 사업은 LG전자뿐 아니라 LG그룹 전체에서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신규 사업분야"라며 "그동안 LG전자 자체적인 직접투자와 M&A를 통한 성장이라는 2가지 방안을 검토한 후 M&A를 통한 성장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계약이 체결되면 향후 태양전지 신규사업에 대한 LG전자의 적극적인 공세가 예상된다"며 "LG전자의 Conergy AG로부터의 합작법인 설립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특히, 세계 전역에 7만여개의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한 경험과 태양전지 양산공장에 2.5억 유로(4000억원)를 투자했다는 점에서 LG전자에게는 매력적인 합작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태양전지 셀과 모듈 제조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Conergy AG의 태양전지 관련 기술 및 250MW급 라인 가동을 통해 단기간 내에 수율이 안정화되고 생산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M&A에 적극적인 것은 기존 사업부문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삼성은 매년 2배씩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이는 기술 선도력을 기반으로 후발업체와의 격차를 벌여왔다. 하지만 최근 극심한 불황으로 사업 한계에 부딪혔다.

반도체 총괄 매출은 2005년 1분기 4조4800억원에서 올 1분기 4조39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는 선도 기술 확보보다는 양산 제품의 생산성을 높이는 '실속형'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위한 방안책으로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외부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른 하나의 문제는 특허(IP)니 로열티문제 때문이다. 삼성와 LG는 환율상승과 재계약으로 미국 등 특허기술 기업들에 지불하는 특허 로열티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수나 투자를 통한 특허 확보가 경제적이라는 판단에서 M&A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IT업체들의 주가 하락도 삼성·LG에 M&A 욕구를 충족시키기 충분하다. 삼성은 현금 보유액은 상반기 기준으로 6조원을 넘는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IT산업에서 특허의 가치가 날로 커지면서, 웬만한 라이선스·로열티 규모가 조 단위를 넘고 있다"며 "국내 전자업계가 특허를 갖고 있는 외국의 기술기업에 대한 M&A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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