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오 두 아들 두산 결별 독자노선 쓴잔

박용오 · 박경원 · 박중원

2005년 7월 ‘형제의 난’ 뒤 두산가로부터 제명당한 박용오 전 두산 회장 일가. 그의 두 아들이 두산그룹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코스닥시장 입성을 노렸으나 모두 쓴 잔을 마셨다. 최근 박 전 회장의 차남 박중원 씨가 지난 3월 한 코스닥기업을 인수했다.

하지만 8개월만에 경영을 접었다. 이어 2006년엔 일찌감치 벤처갑부 꿈을 키워가며 전신전자를 인수한 장남 박경원씨 역시 경영실패로 물러났다. 재벌가 4세인 이들의 행보에 증권시장의 관심이 쏠렸던 게 사실이다. 특히 이들이 경영권에서 손을 떼며 개인손실 없이 물러나는 일련의 과정에서 소액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소리가 높다. 박 전 회장 두 아들의 행보를 추적해 본다.

2005년 박용오 전 두산 회장이 동생 박용성 회장의 그룹회장 추대에 반발, 검찰에 두산그룹일가가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투서를 넣으며 두산가 ‘형제의 난’은 시작됐다.

재계에선 두산가 가족들 싸움의 발단을 박 전 회장이 아들들에게 두산그룹 지분이나 두산건설에 넘겨주기 위해서였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런 흐름에서 박 전 회장 일가는 그룹경영에서 제외된 채 그의 두 아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코스닥기업 입성을 통해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8개월만에 마침표 찍은 코스닥 대표 꿈

박중원 전 뉴월코프(옛 가드랜드) 사장은 1995년 두산상사(현 두산)에 입사, 두산건설에서 경영지원본부 상무로 일했다. 그는 ‘형제의 난’ 뒤인 2005년 7월 이사회를 통해 상무직을 해임 당했다. 그해 8월까지만 해도 두산산업개발 주식 57만여 주를 갖고 있었던 그는 주식지분을 줄여갈 수밖에 없었다.

2006년 3월 두산산업개발의 남은 보유주식 21만8130주를 처분하며 그는 두산가와의 인연을 완전 끊었다.

그 뒤 거의 2년에 가까운 공백기간을 거쳐 와신상담 끝에 지난 3월 뉴월코프를 인수하며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취임 때 박 사장은 ‘코스닥입성이 자신의 인생전환점’이라 할 만큼 경영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두산과 함께하는 사업이 없고 친족들 도움을 받는 것도 없다”며 독자경영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뉴월코프 경영권 인수 때 그의 주식지분은 130만주(3.16%)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회사 주식을 주당 2400원에 사들이며 31억2000만원을 투자했다. 이후 그는 장외매수와 제3자 배정유상증자 등에 참여하면서 주식지분 6.88%(102만7584주)를 사들이면서 74억8372만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그에게 위기는 너무나 짧은 시간에 다가왔다. 쿠웨이트 오일슬러지 재처리 플랜트 건설사업을 적극 추진해 왔지만 결국 늦어졌다.

지난 9월엔 자신의 돈으로 5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겠다던 계획마저 지금까지 미뤄지고 있다. 본인이 따로 투자키로 했던 또 다른 코스닥회사인 액슬론의 증자에도 불참하는 등 사업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액슬론이 지난 11월 주가하락과 자금조달
차질 등으로 유상증자를 철회하며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수세에 몰린 그는 회사경영권을 넘겼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박씨는 자신의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손을 썼다. 넘긴 자본금은 주당 6000원씩 계산, 61억6550만원. 최초 경영권을 인수할 때 사들인 주가(주당 2400원)에 두 배가 넘는 금액으로 경영권을 팔았다.

박씨가 경영권 인수 전후인 3월21일 이 회사 주가는 주당 1만4225원까지 올라섰으나 12월 18일 종가기준으로 주당 2525원까지 내려갔다. 따라서 소액투자자들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일찌감치 선택한 독자경영

박경원 전 전신전자 사장은 2000년부터 정보통신(IT) 등 벤처사업에 관심이 컸다.

그는 집안반대를 무릎 쓰고 두산건설 상무직을 박차고 나와 2002년 CCTV제조사인 전신전자를 인수했다. 그 때 그는 재벌가 4세란 배경으로 증시 및 재계 사람들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경영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회사인수 첫해인 2002년 전신전자는 19억2300만원의 적자를 냈다. 흑자전환이 이뤄진 2004년 영업이익 규모는 7억7300만원. 그러나 20005년엔 9억2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 적자로 돌아섰다. 그는 결국 지난해 4월 전신전자 주식지분(171만주, 29.28%)을 어울림정보기술과 넷시큐어테크놀러지에 144억원에 판다는 계약을 맺었다.

그는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손해를 보지 않았다. 매각가는 주당 8408원으로 계약 때 종가인 주당 4400원에 거의 두 배에 이른다.

더욱이 그가 경영권에서 손을 떼기 전에 열린 전신전자 정기주총에서 ‘이사가 임기 중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실직할 땐 통상적 퇴직금 외에 퇴직보상액으로 대표이사는 20억원이상을 줘야한다’는 조항을 정관에 넣었다. 그는 이런 내용이 확정되자 경영권을 판 것이다.

경원·중원 두 형제 뿐 아니라 재벌가를 등에 업고 코스닥에 입성하기가 무섭게 ‘재벌가 코스닥 신드롬’이라 불리며 관련주가가 뛰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편승,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벌가의 투자만으로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적에 대한 평가와 사업진행과정을 지켜보고 투자에 나서야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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