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3세 연루 특혜의혹 ‘솔솔’

야간표적지시기 사업 내용이 담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자료.

수의계약 특혜 의혹으로 온갖 구설수에 오른 ‘군(軍) 마일즈 사업’이 언론을 통해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해당부서인 국방부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국방부는 육군 전투력 향상을 위해 다중 통합 레이저 교전 훈련 체제를 도입 중이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최근 육군 마일즈 사업에 참여, 수 십 억원에 달하는 돈을 챙긴 R사의 대주주 A씨(64)에 대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방부가 R사에 연구개발을 승인한 기술이 재벌그룹 오너 3세인 B(40)씨가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A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급기야 국내 재벌 3세에 대한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의혹의 중심은 공학도 출신이 아닌 재벌 3세가 고도의 기술 특허의 발명자로 등록된 배경에 대한 것들이다. 그러나 해당 재벌그룹은 이번 A씨 구속영장 청구에 B씨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최근 경찰 수사 등을 통해 대대급 마일즈 사업 장비 납품 비리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R사가 200억원대에 달하는 육군 개량형 야간표적지시기(PAQ-04K) 도입 사업에서 수의 계약으로 독점 공급권을 따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최근 육군 과학훈련 장비를 납품하면서 거짓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수 십 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R사 대주주 A(64)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해외에 머물고 있는 재미교포 C(64)씨를 같은 혐의로 지명수배 중이다.

A씨 등은 지난 2003년부터 3년간 육군 다중통합 레이저 훈련체계인 마일즈 사업 장비를 국방부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거액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일즈 사업은 눈먼 돈?

이들은 임가공료와 재료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70여억 원의 거짓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게다가 A씨 등은 자녀들을 R사에 유령 취업시킨 뒤 급여와 상여금 등 명목으로 8300여 만 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회사 임직원들도 2003년 4~6월 국방부 조달본부에 노무비를 허위 청구해 361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재벌 3세가 마일즈 특허 소유?

특히 이번 육군 개량형 야간표적지시기와 관련된 특허가 국내 재벌 3세의 명의로 특허청에 등록된 사실이 확인됐다.

국방부의 연구개발 승인을 통해 개발된 기술 특허의 발명자가 제3자의 이름으로 등록된 배경에 대한 것이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2003년 야간표적지시기(PAQ-91K)를 대체할 개량형 야간표적지시기를 도입키로 결정한 뒤 R사와 연구개발 승인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관련 기술 특허 소유는 국방부가 아닌 R사의 실질적 소유주인 C모(63)씨의 처조카인 재벌그룹 오너 3세 B씨가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관련 특허 출원 현황을 확인한 결과, 지난 2003년 11월 ‘광선을 이용한 야간표적지시’ 특허가 출원됐고, 2006년 5월 특허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원인과 발명자가 모두 재벌 3세인 B씨의 명의로 등록이 돼 있다.

B씨 명의의 특허 내용을 보면 화기에 장착된 야간 표적지시기에서 나오는 적외선광선을 야간투시경을 착용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실탄사격 없이 화기의 조준선과 정렬 시킬 수 있고 정렬된 야간표적지시기의 재 정렬 없이 주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야간표적지시기이다.


의문의 특허내용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개량형 야간표적지시기 국방 규격은 적외선 레이저 광선과 가시광선을 모두 사용하며 실탄 사격으로 조준선 정렬(영점)을 잡는 구형과 달리 비사격을 통해 조준선을 정렬할 수 있어야 한다.

B씨가 개발한 것으로 돼 있는 야간표적지시기 특허 기술과 국방부가 제시한 개량형 규격과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공성진 의원은 최근 방위사업청에 자료 요구를 통해 지식재산권 정부 소유 여부에 대해 물었다.

방위사업청은 야간표적지시기의 지식재산권 소유와 관련, 업체와 정부 소유임을 계약서에 포함토록 국방부에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업체 자체의 연구개발로 추진된 사업으로 국방 획득관리규정에 따라 연구개발비용 전액을 개발업체가 투자했기 때문에 소유 문제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규정을 적용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연구개발사업관리규정 15조는 지식재산권·연구보고서 등 무형 결과물은 정부 출연금 지분에 상당하는 부분을 협약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주관 연구기관이 소유로 하고 기업이 주관연구기관인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정부 출연금 지분에 상당하는 부분을 전문기관 소유로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명의만 빌려줬다”

하지만 재벌 3세인 B씨가 특허를 소유하게 된 배경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용 비즈니스 모델(BM) 특허가 아닌 전문기술 특허라는 점 때문이다.

특허는 광선을 이용한 야간표적지시기의 블록과 단면도 광혼합분배기 단면도 등 전문적 기술이다.

의문의 단초는 경찰 수사 대상인 C씨와 B씨의 관계에서도 나온다. B씨와 재미교포인 C씨는 친인척 관계다.

또 본지 확인 결과, 공학도가 아닌 전문 경영인 길을 걷고 있는 B씨가 마일즈 사업 관련 특허를 직접 발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C씨가 관련 특허를 국내에 쉽게 등록하기 위해 재벌 3세라는 신분을 가진 B씨의 명의를 이용한 셈이다.

국내 재벌 3세가 졸지에 마일즈 사업을 통해 뒷돈을 챙긴 사업자들의 후원자가 돼 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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