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만원 짜리 인도 자동차


240만 원짜리 자동차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까? 인도 타타자동차(회장 라탄 타타)가 11일 240만원짜리 자동차를 내놨다. 타타자동차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9회 자동차엑스포에서 국민차 ‘나노’를 전격 공개했다.

나노는 624cc, 4인승으로 연비가 20Km에 달한다. 최고속력은 시속 130Km. 문짝도 보통 승용차처럼 4개가 달려있다. 트렁크도 있고 자동변속기어시스템도 돼있다. 차가 아무리 작아도 있을 것은 다 있는 셈이다. 차가 워낙 작아 ‘작은 것과 첨단’을 뜻하는 나노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타타회장은 4년 전 200만 원대 자동차를 개발하겠다고 발표, 자동차업계 관심을 끈 바 있다. 그의 약속은 이번에 지켜졌다. 나노 발표 현장엔 인도는 물론 외국자동차업계 관계자와 언론이 몰려들었다.

그 때 자동차업계는 타타회장의 발표를 불가능한 일로 여겼다. 일부에선 네 바퀴가 달린 자전거가 아니냐고 비아냥거릴 정도였다. 최하 500만원은 줘야하는 자동차를 200만원대에 내놓는다고 했으니 믿을 사람이 없었다.

자동차업계의 이런 냉소적 시각에 대해 타타회장은 고정관념을 깨야한다고 받아쳤다. 그는 반드시 200만원 대 자동차가 나올 테니 두고 보라고 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그 꿈을 이뤘다. 세계언론에 240만원 짜리 자동차를 선보인 것이다.

타타자동차는 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철보다 티타늄, 플라스틱 같은 소재를 많이 썼다. 또 쇠로된 볼트사용도 최소화하고 접착제 등을 많이 활용했다고 회사 쪽은 밝혔다. 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타타자동차는 우선 국내에 나노를 공급하고 해외시장에도 내보낼 계획이다. 나노는 기존의 자동차 중 가장 가볍고 기름소모도 최저이므로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 자동차시장은 2004년 100만대였다. 2010년 200만대, 2014년에 3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구에 비교해서 자동차시장이 아직 크지는 않지만 240만원 짜리 자동차가 나올 경우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자동차엑스포에서 나노를 관람한 한 시민은 “고유가시대에 경제성이 큰 차가 개발돼 기쁘다”며 “지금 갖고 있는 차를 팔고 나노를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나노가 팔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업계는 타타자동차의 나노가 일단은 경차시장에 불을 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럴당 1백 달러나 되는 유가를 생각하면 충분히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많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으로 외국기업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파급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노가 세계 자동차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두고 봐야 한다. 나노는 기동력과 에너지 절감효과는 뛰어나지만 차체가 너무 작아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의견도 없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자동차를 개발한 타타자동차는 최근 재규어와 랜드로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타타자동차가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한다면 순식간에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로 떠오르게 된다. 특히 이들 회사로부터 신기술을 지원받아 경쟁력 있는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나노가 초저가 자동차시장에 불을 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닛산은 280만원 대의 자동차를 내놓겠다고 했다. 일본의 스즈키도 410만원 짜리 자동차를 계획하고 있다. 500만원 미만의 값싼 자동차가 속속 탄생할 날도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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