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고가 자동차 ‘수입차와 한판 붙는다’

쌍용 체어맨W · 현대 제네시스 · SM7 뉴아트 (위에서 차례대로)

연초부터 국내 고급자동차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수입자동차들이 성능과 가격 인하를 무기로 국내 고급차시장을 야금야금 빼앗아가고 있는 사이 국내 완성차 업계가 새해 들어 고가 세단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시장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세단으로 대변되는 최고급 자동차시장은 국내 완성차업계와 수입차 업계 간에 일대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성능 면에서 해외 유명브랜드 수입자동차들이 같은 급의 국내 차들보다 높게 평가받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수입자동차업계는 3000만~4000만원대의 세단을 시장에 내놓으며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고급차시장에서 수입차 잠식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5만3390대. 전체 신차시장에서 5.1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006년(4만530대)보다 31.7% 는 것이다. 2000년 4414대가 팔려 점유율 0.42%에 머물렀던 시절에 비하면 매우 가파른 성장세다.

특히 지난해 점유율 5%의 벽이 허물어진 것은 뜻하는 바가 크다. 북미시장의 최고급 차 시장규모는 4%대이다. 국내시장에서 수입차는 대부분 고가시장에 쏠려있는 까닭에서다.

위기감 속에 올해 완성차업계는 앞 다퉈 고급세단들을 내놓으며 내수시장 지키기와 해외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새 모델로 내수ㆍ수출 두 마리 토끼 사냥

국내 자동차 업계가 외국 자동차와 한판 대결을 벌이기 위해 적극 나서는 것은 신차개발이다. 올해 완성차업계가 내놓을 고급세단으론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쌍용자동차의 '체어맨W' △르노삼성자동차의 'SM7 뉴아트' △GM대우자동차의 'L4X' 등이 있다.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4년간 5000억원을 쏟아 부어 개발한 최고급 세단이다. 제네시스는 세계 명차들이 적용하는 후륜구동(뒷바퀴 구름)방식을 택했다. 이중 소음기를 적용, 시끄러운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엔진성능은 물론 연비(10㎞/ℓ)도 경쟁차종으로 삼는 BMW 530i(8.8㎞/ℓ), 벤츠 E350(8.7㎞/ℓ)보다 15%쯤 더 높다.

국내에선 3300㏄와 3800㏄를 선보인다. 최대출력은 262마력과 290마력. 값은 4050만~5280만원이다.

르노삼성은 이달 중 3년여 만에 SM7을 부분 개조한 'SM7 뉴아트'를 내놨다. 이 차는 기존 제품과 성능 면에서 큰 차이는 없으나 겉모습 디자인과 인체공학적 기능성을 강조해 상품성을 높였다는 평이다. 5개의 사양으로 값은 2750만~4100만원선이다.

쌍용차는 최근 기존 체어맨의 사양과 값을 조정한 체어맨H를 내놨다. 이 차는 500S(2800cc)와 600S(3200cc)로 나온다. 기존의 500S 고급형은 3537만원, 최고급형은 3784만원이며 600S는 4044만원에 팔린다. 쌍용차는 오는 3월 시판을 앞둔 초대형 세단인 '체어맨 W'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체어맨W는 3600㏄와 5000㏄로 나뉘며 판매가를 6000만~1억원으로 책정했다. 국내 모델 중 최고였던 현대차의 에쿠스 리무진(4500㏄ 9078만원) 값을 넘어선다. 체어맨W는 국내 승용차론 처음 7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앞뒤바퀴간 거리(휠베이스)도 2m97㎝
로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보다 길다.

GM대우는 3600㏄급인 L4X를 올 하반기 중 내놓는다. L4X는 최고출력 258마력으로 수동 겸용 5단 자동변속기를 갖추고 있다. 뒷좌석 안마장치 등 한국 고객취향에 맞는 편의장치가 이뤄진다. 이 회사가 '스테이츠맨' 단종 후 내놓는 대형 세단이다.


다양한 마케팅전략 눈길

출시 차종이 고급화하면서 고객사냥을 위한 국내 차 업계의 마케팅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고가 수입차들이 펼쳐왔던 특화서비스전략을 통해 고객확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과거 일반 보증수리나 일부 고객 대상의 초청행사에 그쳤다면 최근엔 각종 강연회나 문화행사 초청은 물론 전용잡지 발송 등 다양한 ‘문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고객들을 대상으로 △전문가 초청 강연회 초대 △문화공연 초청 △골프 클리닉 개설 등 다양한 고객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한정 발송되는 ‘제네시스 매거진’도 받아볼 수 있다.

또 국내 상위 5%를 대상으로 발급되는 현대카드 ‘퍼플’과 ‘M 플래티넘’카드를 발급받아 골프장, 레스토랑, 항공, 펜션 등을 이용할 때 할인혜택도 준다.

르노삼성은 ‘SM7 뉴아트’ 시판과 함께 구매고객을 위한 전담관리팀을 신설했다. 이 회사는 특히 이 차에 ‘퍼펙트 케어 서비스’란 개념을 접목시켰다. 운전자의 소모품 교체주기를 알려주는 ‘애프터서비스 컨설팅 서비스’를 국내 처음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고수준(6만km 혹은 3년)의 소모품 무상 교환, 일부 수입차에서 해주는 무상픽업 및 배송, 무료 렌털, 인천국제공항 무료 발레파킹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국내 자동차회사들의 이 같은 시장전략이 새해 들어 본격 시동을 걸자 외국 수입차업체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그냥 있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고객 사냥’을 위한 대대적인 판촉전을 준비하는 등 시장 싸움의 기선 잡기에 고삐를 죄고 있어 토종 자동차와 외제 자동차의 한판 싸움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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