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만사 새옹지마

삼성 이재용 전무와 한라 정몽원 회장

‘인간만사새옹지마’(人間萬事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옛말이 실제로 피부에 와 닿는 일이 기업에서 생겨나고 있다. ‘경영만사새옹지마’(經營萬事塞翁之馬)라는 것이다. 한때 미운 오리새끼로 낙인 돼 퇴출을 당할 만큼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최근 재기의 기지개를 펴고 있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e삼성, 동아건설, 한라그룹 등이다. 이들 기업은 7~8년이라는 잃어버린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화려한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삼성전자 황태자인 이재용 전무의 주도아래 지난 2000년 설립된 인터넷 벤처 회사군인 e삼성 · e삼성인터내셔널과 오픈타이드라는 양대 축으로 인터넷 제국을 꿈꾸던 e삼성은 380억원이라는 막대한 손실을 입고 사업을 시작한지 1년도 안 돼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됐다. 막대한 손실을 삼성가 우량 계열사들이 껴안으며 막을 내리게 된다.

지금까지 삼성가는 이재용 전무의 쓰디쓴 기억을 되새김질하는 e삼성에 대한 말을 꺼내는 것조차 금기하는 게 불문율이었다. 특히 e삼성은 이 전무의 야심찬 첫 번째 프로젝트였고 사업가로서의 기질을 가름하는 중요한 시험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7년 뒤 오늘날, 상황이 달라졌다. 대박의 신화를 이룬 것이다.


e삼성 7년 만에 투자수익 200배

중국 현지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e마켓 플레이스를 공략하는 아이마켓 차이나, 중국 커뮤니티 솔루션 사업을 하고 있는 오픈타이드 차이나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말 삼성그룹 내 인터넷 관련 기업들을 모아 출범시켰던 e삼성에서 떨어져 나와 설립된 e러닝이 200배 수익이 터진 것이다. 2000년 당시 500원에 불과했던 크레듀의 주식이 최근 15만원을 돌파는 투자수익 200배 기적을 만들었다.

이에 삼성의 특수관계인인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부회장은 2천만원을 투자해 40억원을,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은 20억원의 대박 신화를 만들었다. 또한 일본 현지 사업인 e 삼성 재팬과 게임온도 붉은 보석이라는 게임과 뮤라는 온라인 게임으로 높은 수익을 올렸다.

뿐만 아니다. 한라그룹도 외환위기 때 잃어버린 실질적인 모기업인 (주)만도를 재인수해 부활에 성공했다. 한라그룹의 계열사인 한라건설이 만도의 대주주인 센세이지(JP모건, UBS캐피털 합작 투자사)와 지분 72.4%를 6515억여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만도를 되찾아 오라”는 고 정인영 회장의 유지를 받들게 됐다. 한라그룹은 고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고 정인영회장이 1962년 세운 현대양행 안양공장(만도기계)이 모태로 계열사 18곳을 거느린 자산 6조 2000억원, 매출 5조 3000억원의 재계 12위 그룹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도로 그룹이 무너지면서 1999년 위니아만도 등 3개의 회사로 분할 된 뒤 이중 만도는 JP모건이 주축이 된 투자회사 선세이지에 매각됐다. 당시 한라그룹도 모기업만큼은 뺏기지 않으려 동분서주했지만 외환위기로 인한 구조조정에 결국 손을 들고 만 것이다.


한라그룹·동아건설, 부활 날개 짓

그러나 만도는 현존하는 현대가의 맏형인 정상영 KCC회장이 정인영 회장 1주기에서 “만도를 찾아 형님(정인영)의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강조할 만큼 만도는 한라그룹에게 상징적인 곳이다. 이에 한라그룹의 만도 재인수는 단순한 사업 확장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 2001년 3월 회사회생절차 폐지결정에 이어 같은 해 5월 법원의 파산신고를 한 동아건설도 재기의 날개를 활짝 폈다. 한때 동아건설은 1970년대 중동에 진출한 뒤 1983년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렸던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주하면서 한때 국내 도급 순위 5위권에 올랐던 대형 건설사였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과다한 부채 누적으로 어려움을 겪다 1998년 8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1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7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사업 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 차이나문화타운 1단계 드래곤 플라자를 631억원에 수주, 지난달 28일 기공식을 진행했다. 2009년 12월에 완공되는 드래곤 플라자는 지상 5층, 지하 3층 연면적 5만9554㎡ 규모의 복합쇼핑몰이다. 이에 동아건설은 50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차이나 문화타운 건설사업의 대부분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성기에 비하면 큰 액수는 아니지만 동아건설의 첫 삽을 바라보는 쓰려졌던 많은 기업인들은 유달리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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