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순위, 유럽 축구 감독 〉 NBA 감독 〉 MLB 감독
현대 야구감독의 역할은 매니지먼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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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신희철 기자]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일까. 아니면 선수가 하는 것일까.

 

몇 해 전 A감독이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당시 A감독의 이 발언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스스로를 질책한 셈이 됐다. A감독 재임 당시 구단은 FA와 용병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감독이 거둔 성적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였다.

 

그렇다면 현대야구에서 감독의 비중과 경기 승패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물론 선수들처럼 감독에게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같은 수치가 없기 때문에 명확히 수치화할 순 없다.

 

MLB, NBA, 유럽축구 감독들의 연봉 비교

 

이에 야구감독의 승리 기여도와 팀 내 비중에 대한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메이저리그, NBA(미프로농구), 유럽축구의 감독을 살펴보았다.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 프로스포츠와 유럽축구는 현대 상업 스포츠의 상징이다. 따라서 프로는 돈으로 가치를 입증한다는 명제가 가장 잘 적용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종목별 감독들의 연봉을 비교해 보면 야구감독의 승리 기여도 등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축구감독의 경우, 현재 연봉 랭킹은 다음과 같다.

1위 펩 과르디올라 감독(맨체스터 시티) 2682위 마르첼로 리피(중국 국가대표) 2683위 주제 무리뉴(멘체스터 유나이티드) 1874위 카를로 안첼로티(바이에른 뮌헨) 187억으로 축구감독의 경우 스타 선수들 못지않다.

 

유럽축구 빅 클럽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1위 맨유(잉글랜드) 872위 바르셀로나(스페인) 853위 맨시티(잉글랜드) 824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765위 첼시(잉글랜드) 68억인 점을 감안하면 스타 축구감독들의 연봉이 얼마나 큰지 감이 온다. 게다가 위의 상위 5개 팀은 수많은 유럽축구 팀들 중 최고의 빅 마켓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 유럽 스몰 마켓 팀들까지 모두 적용하면 선수들의 평균연봉은 훨씬 낮아진다.

 

NBA감독은 어떨까. 1위 그렉 포포비치 1192위 글랜 덕 리버스 1083위 톰 티보듀 864위 스콧 브룩스 765위 스탠 반 군디 76, 릭 칼리스 76억이다. NBA 스타감독들도 100억이 넘거나 이에 근접한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NBA 전체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약 60억인 점을 감안하면 NBA 스타감독들도 선수들 평균 연봉에 비해 금액이 크다.

 

그렇다면 야구에서 세계 최고의 리그인 메이저리그 감독들은 어떨까. 천정부지 몸값의 메이저리그 선수들에 비해 박봉이라는 평이 많다. 30개 팀 감독들의 평균 연봉은 약 150만 달러(17)이다. 이에 반해 메이저리그 30개 팀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447만 달러(50)였다.

 

메이저리그 감독 연봉 순위는 다음과 같다. 1위 마이크 소시아(에인절스) 672위 조 매든(컵스) 673위 브루스 보치(샌프란시스코) 674위 테리 프랑코나(클리블랜드) 455위 벅 쇼월터(볼티모어) 45억이다. 이처럼 야구 스타감독들의 연봉은 선수들 평균연봉과 비슷하거나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 국가이자 프로스포츠 상업화 역사가 가장 깊은 미국과 유럽이다. 이곳에서 종목별 감독 연봉이 차이 나는 것은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 자본주의 논리는 기여한 만큼 보상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감독들의 팀 기여도를 축구>농구>야구 정도로 추론할 수 있다물론 연봉이 정확한 팀 승리 기여도를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연봉 비교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보충해보면 야구감독의 팀 승리 기여도가 축구나 농구에 비해선 확실히 낮다.

 

매니지먼트로서의 야구감독

 

그렇다면 야구감독의 정확한 역할은 무엇일까. 현대야구에서 감독은 경기 전략, 전술적 측면 보단 매지니먼트의 측면이 강조된다고 한다. 즉 전반적인 팀 운영과 선수 관리 측면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 메이저리그 추세이기도 하다.

 

야구 경기를 잠시 상상해 보자. 팀의 4번 타자가 나왔다. 주자는 1사 만루. 여기서 도대체 벤치가 낼 수 있는 작전이나 사인이 어떤 게 있을까.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았다. 작전은 기껏해야 스퀴즈 번트. 물론 스퀴즈도 수어사이드 스퀴즈와 세이프티 스퀴즈 두 가지가 있다. 이러한 스퀴즈 작전 말고 1사 만루에서 감독이 4번 타자에게 지시할 사항이 있을까. 순간순간 투수와 포수의 볼배합, 이에 대한 타자의 노림수와 순간 판단력 외에 이 순간을 결정지을 요소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반면 축구, 농구의 경우 감독의 순간순간 대처능력과 전술능력, 작전 등이 팀의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축구의 경우 국가대표 급 공격수를 기용하더라도 오로지 선수 기량에만 의존할 수 없다. 공격수를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쓸 수도 있고, 타겟형 스트라이커로 쓸 수도 있다. 게다가 전술도 무궁무진하다. 메시, 호날두 같은 뛰어난 스트라이커를 막기 위해 전담 방어를 할 수도, 지역 방어를 할 수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상대 감독이 실시간으로 변경하는 전술에 따른 대응도 해야 한다. 전후반 90분은 선수에게만 극한의 시간이 아니다. 축구 감독은 90분의 시간만큼 간이 타들어간다.

 

야구 감독이 편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축구나 농구 감독에 비해 실시간으로 개입할 요소, 전략 적용, 구상, 순간 판단의 영역이 비교적 적다는 뜻이다.

 

물론 162경기의 대장정을 달리려면 분명히 야구감독은 피 말리는 구상을 해야 한다. , 그것이 경기 매 실시간의 구상이 아닐 뿐이다. 8개월에 가까운 대장정의 리그 전반의 운영에 대한 구상이다. 선발 로테이션을 어떻게 할지, 수비와 타자의 백업은 누구로 할지, 타순을 어떻게 운용할지 등 매크로적인 요소를 계속 고민하고 구상해야 한다. 그것이 야구감독의 역할이라고 본다. 다시 언급하지만 축구감독, 농구감독보다 결코 쉽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어디까지나 각 종목 감독들 간의 역할 분야가 다르다는 뜻일 뿐이다.

 

◇ 김기태 감독 지나치게 잦은 작전지시, 선수교체, 경기개입

 

그런데 김기태 감독은 이러한 야구감독의 본질,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 보인다. 매크로적인 요소보다는 마이크로적인 요소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마치 축구감독이 실시간으로 전략, 전술을 지시하듯 경기 내적인 요소에 많은 개입을 한다. 그나마 선명한 야구철학과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한 경기 개입이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확률이 클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감에 의존하거나 선수교체를 위한 교체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 대표적인 모습이 전편에서 언급한 초반 번트작전이다. 번트작전은 현대야구의 추세에 맞지 않다. 그리고 감독이 경기 내적인 부분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 도움은커녕 오히려 경기력을 망칠 수도 있다.

 

실제 통계에 의하면 무사 1, 무사 2루에서의 번트는 기대득점, 득점확률 모두 떨어진다. 그럼에도 김기태 감독은 번트 지시를 지나치게 많이 한다. 무사 2루는 다음 세 명의 타자 중 한 명만 안타를 쳐도 득점과 연결되는 기회다. 번트로 귀중한 1아웃을 헌납하면서 13루를 만들면 나머지 두 타자 중 한 명이 안타를 치든 첫 타자가 외야 플라이를 치든 두 가지 경우의 득점 확률이 있을 뿐이다. 득점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귀중한 아웃카운트 하나를 고스란히 헌납한 것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작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현재 KBO리그는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데 말이다.

 

또한 대주자, 대수비에 대한 기용이 지나치게 잦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든 엔트리를 소모하기 위한 대주자, 대수비 기용도 보인다. 무리한 선수교체로 인해 연장전 돌입 시 필요할 때 쳐줄 선수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의미 없는 대주자 기용은 왜 그리 많은가. 발 빠르기에서 메리트가 없는 한승택, 김지성 같은 선수들이 대주자로 기용되는 장면에서 김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러한 경기 개입의 방점을 찍은 것이 지난 2015513일 광주 KIA-kt. 5-5 동점으로 맞선 9회초 kt22, 3루 찬스. 김상현 타석에 고의 4구를 위해 포수 이홍구가 일어선 가운데 3루수 이범호가 난데없이 포수 뒤에 위치했다. 제구가 불안한 투수 심동섭의 혹시 모를 폭투를 대비, 3루 주자의 홈 득점을 막겠다는 게 김기태 KIA 감독의 의도였다. 그러자 주심들이 모여 상의 후 이범호의 수비 포지션이 반칙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야수는 포수를 제외하고 선 밖에서 수비하면 안 된다는 야구 조항에 의거한 결정이었다. 이범호의 변칙 수비는 잠깐 동안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다음날 이범호의 이날 변칙 수비는 해외 유력 언론의 스포츠 란을 장식했다. 외신 톱 기사에 나올 정도로 김 감독의 야구 룰에 대한 무지와 경기개입은 도를 지나쳤다.

 

◇ 철저한 선수관리와 팀 전체의 미래를 생각하는 운영이 필요하다

 

김기태 감독은 현대 야구감독의 역할과 진정한 팀 공헌 방법에 대해 고심해보았으면 한다. 선진야구인 메이저리그를 보고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그들이 왜 번트지시를 안 하는지, 그리고 경기개입보다는 선수관리 측면에 집중하는지는 오랜 경험을 통한 노하우일 것이다.

 

실제로 양현종, 김윤동, 홍건희 같은 선수들은 앞으로 KIA의 마운드를 책임질 기둥 같은 재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구 수, 이닝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너무 많이 던지고 있다. 관리 부족으로 또다시 제2의 한기주, 곽정철, 이범석과 같은 아픈 손가락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직전 김기태 감독의 인터뷰는 KIA팬들의 걱정을 사기에 충분했다. 시즌 말미에 부상을 당했고 올 시즌은 아시안게임을 포함해 거의 200이닝을 던진 그였다. 관리를 중시하고 선수생명의 중요성을 아는 감독이라면 양현종을 등판시키지 말았어야 한다. 설령 선수가 강하게 원한다 해도 최근 5년간 양현종의 투구 수 및 소화이닝을 보면 말렸어야 한다. 단기전 승리가 중요한가, 팀의 미래가 중요한가. 그것이 현대야구 감독의 의무이자 역할이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양현종을 선발투수로 등판시켰다. “잘 던져주면 좋겠지만 정확한 컨디션은 내일 확인해봐야 한다. 몇 개를 던질지 지금 말하기 어렵다. 코칭스태프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할 것 같다구위가 어떨지 나도 궁금하다. 하지만 우리팀 에이스고 책임감이 강한 선수인 만큼 내일 좋은 피칭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즉 김 감독 또한 양현종의 당시 상태에 대해 확신이 있던 것이 아니다. 일단 올리고 보자, 일단 이기고 보자라는 마음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김 감독이 선수 생명과 팀의 미래를 중요시 여기는 좋은 매니지먼트가 아니라는 단적인 증거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팬들은 선수들 개개인의 활약과 응원팀의 짜릿한 승리를 함께 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다. 팬들은 뻔한 번트야구, 작전야구, 틀에 박힌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선수가 풀어나가는 화끈한 공격야구, 장타, 홈런 등에 열광한다. 그라운드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선수다.

 

감독과 코칭 스테프는 조연이고 나타나지 않는 조력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감독이 중심이 되고 선수가 감독의 구상에 의해 장기의 졸이 되는 야구는 식상하고 따분할 뿐이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선수들에게 맡기고 팬들이 즐겁도록 해야 한다. 감독이 비록 보이지 않는 관리와 운영만 하더라도 답답할 이유는 없다. 그로 인해 팀이 빛나고 팬들이 즐거우면 감독의 역할 또한 모두 인정하게 돼 있다. 그만큼 한국 야구팬들의 눈높이와 수준도 충분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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