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했다. 조명래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행하기에는 도덕적 흠결이 있다면서 야당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조명래 후보자에게 제기된 도덕성 문제는 부동산 투기와 다운계약서 작성, 증여세 탈루, 위장전입 의혹 등이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 없다. 그 중에서도 더욱 주목을 끈 것은 장남의 강남소재 중학교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 의혹이었다.

조명래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한 질문에, “이른바 명문학교 입학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체벌과 학교폭력 등의 충격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어 친한 친구가 있는 학교로 진학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외국생활 중 귀국한 장남이 교실에서 이뤄지던 체벌과 폭력에 놀라 학교생활을 어려워했기 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친한 친구가 있는 학교로 전학시켰다는 것이다. “아들만 생각했었다”는 그의 구구절절한 자식사랑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그러한 변명이 그의 장관 임명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조명래 후보자의 이러한 변명은 많이 귀에 익다. 불과 한 달 남짓 전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장녀의 덕수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 의혹에 대하여, “당시 민주화운동으로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해 친구들과 같은 학교에 보내려 한 것”이라며, “덕수초등학교는 명문 초등학교가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이들 둘의 변명의 공통점은 자녀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한 선택이었고, 결코 명문학교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조명래 후보자가 유은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답변을 많이 연구한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결국 유은혜 후보자는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해서 현재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조명래 후보자는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임명을 강행해 줄 것을 내심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위장전입, 장관 임명의 평행이론’에 따르면 그러한 그의 기대는 충족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필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가끔 나 자신이 혹시라도 장관 지명을 받게 되면 자녀들의 학교 전학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명해야 할까 쓸데없는 걱정을 할 때가 있다.

필자의 장남은 초등학교 1학년 때 귀국하여 당시 거주하던 서대문구 소재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담임 선생님의 폭력적 체벌에 상처를 입어 결국 2학년 때 S사대 부설초등학교 귀국 자녀반으로 전학을 가게 된 사실이 있다.

물론 주소와는 상관없이 다닐 수 있었던 경우였지만, 누군가가 문제제기를 한다면, 그래서 장남이 상처를 받는다면 어찌 할까 괜한 걱정이다.

장녀는 이사를 가기 위해 구입한 집에 주소를 옮겨 중학교를 배정받았지만, 결국 이사가 여의치 않아 전셋집에 계속 살게 되었는데, 1년 반을 먼 거리를 통학해서 다니다가 편두통이 심해져서 병원진단서를 첨부하여 거주지의 중학교로 전학시킨 전력이 있다.

조명래 후보자가 ‘위장전입, 장관 임명의 평행이론’을 신봉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마디 충고하고 싶다. 당신이 진정으로 자녀를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이었다면, 그것으로 당신 자녀에게 상처를 남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아니어도 대한민국에서 환경부 장관 할 사람 어디 없겠나! 당신이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보호하고 싶다면 그 장관자리 버려라! 당신은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다. 자칫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당신을 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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