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도 거의 끝나간다. 다음 주면 대부분 마무리되고 겸임 상임위인 여성위, 정보위, 운영위를 끝으로 국회와 정부기관 사이 드잡이질도 끝날 것이다.

덕분에 국회가 직장인 사람들은 여의도에 가을이 오는 것도 몰랐다. 매일같이 산처럼 쌓인 자료와 질의서에 코 박고 지내다 보니 어느덧 약속된 20일이 거의 다 지났다. 성큼 가을 한복판에 와 있지만 어느 때보다 지리멸렬했던 국감이다. 타고 남은 잿더미를 뒤적이며 성적표를 매겨본다.

2018년도 국정감사의 최후 승자는 문재인 정부다. 야당은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큰 흠결 없이 국정을 운영해 왔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야당이 무능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번 국감은 요란하게 문을 열었지만 빈 수레만 내보내는 결과가 되어 버렸다. 야당은 건진 게 별로 없다. 겨우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를 낚았지만 참돔이나 돌돔은 아니고 우럭이나 고등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서울시라는 다른 갯가에서 낚은 것이다. 손맛이 날 리가 없다.

여당 최고 수훈갑은 박용진 의원이다.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정도는 몰아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다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9년 야당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실하게 여당의 방패 역할을 하는 데 충실했다.

이 한 몸 방패가 된 여당 의원들은 여럿 있었지만 눈에 띄게 활약한 의원들을 꼽으라면 난감해진다. 여당 노릇하느라 고생했지만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인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뺀 감투상, 참가상, 노력상 따위는 모두 야당 차지다. 의원 개개인은 열심히 노력한 티가 나는데, 야권 전체를 놓고 보면 “내가 이러려고 국정감사 했나?”하는 탄식이 절로 나는 20일간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밖에 안 된 영향도 있었겠지만 기껏 지적해 놓고 나서 보면 누가 누굴 욕하나, 탓하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시간이 약이다. 내년 국감 때는 문재인 정부의 실수가 더 많이 쌓일 것을 기대해 보자.

상임위로 보면 교육위원회에 워스트를 주고 싶다. 교육위가 무슨 이유로 그 먼 독도에 아까운 시간, 돈 들여서 현장 시찰을 갔는지 의문이다. 독도는 우리가 실효 지배하는 우리 땅이다.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그에 상응하는 외교적 대응을 하면 그만이다.

우리 군이 독도를 지키는 한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다. 독도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올리는 건 일본이 원하는 일이다. 당장 일본 자민당은 “독도 문제를 협의하는 기구를 설치하자”면서 반격에 나섰다.

선전한 국회의원들을 꼽아보면 기재위에서 활약한 김성식 의원은 “역시 다르다”는 평을 들었다. 김 의원이 질의하면 기재부 관료들조차 긴장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과기정위에서는 신용현, 송희경 의원이 눈에 띄었다. 신용현 의원은 말 그대로 전문가 포스를 뿜어냈다. 송희경 의원은 정책도 정책이지만 메시지 전달력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법사위에서는 박주민 의원이 여당의 에이스다운 자태를 뽐냈다.

환노위에서는 전현희 의원이 잘 준비된 질의란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보건복지위에서는 정춘숙 의원이 비례대표다운 전문성이 돋보였다. 국방전문가 김종대 의원은 지난해 ‘국방위 지배자’ 이철희 의원의 빈자리를 차지했다. 증인, 참고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인물들이 있었다.

백종원 씨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참신하고 분명한 입장 표명으로 국회에 한 수 가르침을 줬다는 평을 들었다. 워스트는 워낙 많아서 꼽기가 어렵다. 실명을 거론하기도 거북하다.

다만 국민들이 사랑하는 국보급 존재에는 존중을 표하는 에티켓을 가졌으면 좋겠고, 자료를 스태플러로 찍어왔다고 화내지 말자. 국정감사 무용론이 나올 때마다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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