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3일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를 비준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의 후폭풍이 거세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문 대통령의 비준이 ‘위헌’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이에 청와대와 여당은 “야권의 발상이 위헌”이라고 반박했다.

최종적인 효력이 발생하려면 관보 게재 절차가 남았다. 단, ‘군사 분야 합의서'는 상대국인 북한과 문건 교환을 거쳐야 효력이 발생하기에 별도의 관보 게재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평양 공동 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의 효력도 정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청와대는 “그 자체로 독자적인 성격도 가지기 때문에 이 문서에 담긴 내용 그 자체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또한 청와대가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을 위해 야당에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글쎄. 야당에 협력을 요청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비준동의안을 체결해 줄 것을 다각도로 의사를 전달할 것”이라면서도 여야 대표를 청와대에 초청해 설명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결정된 내용은 없고 논의중”이라고 얼버무렸다.

사실상 남북 관계 관련해선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청와대가 단독 플레이를 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때 여야정 상설 국정 협의체를 제안할 정도로 협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임기초에 적폐청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었지만 결과물에 따라 국민의 혈세가 들어갈 부분이 생길수록 국회 특히 야당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올해 하반기는 예산을 처리해야 하고 산적한 입법도 처리하려면 야당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청와대가 인내심을 갖고 야당과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청와대의 ‘마이웨이’ 모습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야당의 대화의 파트너로 삼지 않는다면 집권 여당이 나서 야당을 다독거려야 하는데 어쩐지 부창부수다. 당정청을 관통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세하고 있는 이해찬 당대표는 ‘최고 수준의 협치’를 공언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취임한 지 두달이 다 돼 가지만 야당과 협치를 이뤄 낸 사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 대표의 다소 ‘도발적 발언’이 협치에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20년 집권 플랜’, ‘살아있는 한 정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발언은 강경한 야당의 태도를 더욱 강경하게 만든 사례로 볼 수 있다. 또 강 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도 괜히 야당을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이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 비준과 관련해 당의 공식입장으로 갈음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회 후반기는 예산뿐만 아니라 판문점 선언 비준안, 각종 입법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이젠 당청이 ‘굿캅 배드캅’(당근과 채찍) 전략이 필요하다. 한 가정을 봐도 아버지가 자식에게 엄하면 어머니는 품어 안아야 자식들이 비뚤어지지 않는다. 둘 다 매를 들거나 감싸 안으면  잘될 턱이 없다. 야당을 대하는 당청이 강경 일변도로 간다면 결국 국회는 파행을 면할 수 없다.

야당이 참다못해 가출하면 죽어나는 건 국민이다. 그때가서 집권 여당이 여소야대 정국 운운하고 ‘발목 잡는 야당’때문이라고 비판의 화살을 돌리면 늦는다. 국민들의 원성은 집권 여당으로 향할 것이 분명하다. 늦을 때가 빠를때다. 집권 여당 발 진정성 있는 협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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