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오는 12월 실시되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을 50여 일 앞두고 후보들 사이에 물밑 선거전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10여 명의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는 가운데 일부 주자는 벌써부터 계파·지역별로 당내 의원들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신임 원내대표의 임기는 2019년 12월까지다.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내년 초 열릴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전당대회 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하는 쪽은 당권 고수가 용이해진다는 의미다. 차기 당권은 총선 공천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에서 계파 간 ‘벼랑 끝 혈투’가 불가피하다. 원내대표 선거가 전당대회를 위한 지역·계파 간 ‘전초전’이 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국감이 끝난 이후인 이달 말께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다.


- 대주주 없는 한국당, 내년 전대 당권 향배 가늠자 ‘주목’
- 하마평만 10명… 전당대회팀-원내대표팀 ‘짝짓기’ 시작


12월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당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범주류가 김성태 원내대표를 내세워 승리했기에 지금까지 당권을 고수할 수 있었다.

더욱이 현재 당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면서 당내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탓에 경선 과정에서 계파별·지역별 이합집산은 당시보다 더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벌써 ‘전당대회팀’, ‘원내대표팀’ 등으로 나뉘어 짬짬이 만나는 분위기”라며 “선거에 나서 어떤 메시지와 화두를 던질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TK·범주류-강석호
PK·비주류-유기준

우선 대구·경북지역에선 4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을)과 3선의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김광림 의원(안동)이 물망에 올랐다. 이 중 주 의원은 지난 7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내대표 자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당 대표직 도전을 시사했다.

김 의원 역시 “타천일 뿐 원내대표 출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반면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당 관계자들의 관측을 종합하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범주류의 대표선수는 강석호 의원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강 의원은 주류·비박계로 분류하긴 어렵지만 범주류에는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대구·경북 출신의 3선 의원으로 최고위원·사무부총장과 외교통일위원장·정보위원장 등 주요 당직과 국회직을 두루 거쳤다. 탈·복당 전력도 전혀 없다.

다만 2월 전당대회에서 주호영 의원이 당대표로 출마하는 것은 변수다. 당의 ‘얼굴’인 당대표·원내대표를 둘 다 TK 출신이 맡는 것이 지역 안배상 적절치 않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주호영 의원이 당대표, 강석호 의원이 원내대표, 김광림 의원이 최고위원을 맡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했다던데 TK 지역지들이 희망사항을 갖고 앞서가는 것 같다”며 “당사자들도 이렇게 TK끼리만 다 나눠 가질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선 4선의 김정훈(부산 남구갑)·유기준(부산 서구동구)·조경태(부산 사하구을)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이중 김정훈·유기준 의원은 비주류·친박계로 분류되는데 특히 유 의원의 행보가 눈에 띈다.

유기준 의원은 ‘보수의 미래’ 포럼을 이끌면서, 최근 원내외에 세력을 활발히 형성해 가고 있고 황교안 전 총리에게도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11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주변에 당과 보수의 미래에 관해 황 전 총리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의원이 많아 황 전 총리와 며칠 전 통화를 하고 다음 달 초쯤 만찬을 하기로 했다”며 “10여 명 의원이 동참 의사를 밝혔고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신임 원내대표는 2월에 치러질 ‘전당대회 룰’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에 원내대표 후보와 당대표 후보 간에 연대하는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 의원 입장에선 황 전 총리만 한 ‘러닝 메이트’가 없는 게 사실이다.

‘권토중래’ 나경원·권성동
 VS ‘무계파’ 정용기

서울에선 4선의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구 을)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나 의원은 남성 중심의 경직된 당 이미지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원내사령탑 물망에 올랐다.

나 의원은 지난 2016년 5월 원내대표 경선 때 나경원(원내대표)-김재경(정책위의장) 조로 출마해 ‘유기준-이명수’, ‘정진석-김광림’ 의원 등과 3파전을 벌인 결과, 정진석-김광림 의원에게 아깝게 패한 바 있다.

강원에선 3선의 권성동 의원(강릉)이 하마평에 오른다. 현재 권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에 얽혀 기소됨으로써  당원권 정지 중이지만, 빠르면 다음 달 중으로 당원권 정지 규정 완화 방향으로 당헌·당규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 의원은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내 비박(비박근혜)계 및 복당파의 정책적 ‘브레인’ 역할을 하며 입지가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다만 권 의원의 향후 당직 출마의 최대 변수는 당원권 정지 규정이 언제 어떻게 개정될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충청에선 4선의 정용기(대전 대덕구)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9월 20일 보수 야권의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황교안 전 총리와의 저녁 식사 자리를 같이하는 등 중앙 정치권에서 정치 보폭을 넓혀나가는 모양새다. 또한, 한국당 초재선 잔류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통합과 전진’에 참여하며 당 혁신에도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정 의원은 ‘친박-비박’, ‘주류-비주류’ 사이에서 가장 무난한 정치력을 보이는 데다 민정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거치며 다양한 정치를 체득해 왔다는  경력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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