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신성장동력 확보에 있어 M&A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두산그룹은 세계 1위의 컴팩트 건설중장비 브랜드인 밥캣을 포함, 잉거솔랜드 그룹의 3개 사업부문을 인수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STX그룹은 지난해 핀란드 국적의 조선업체 ‘아커야즈’ 지분을 매입해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아커야즈는 세계 1,2위를 다투는 크루즈 조선업체로 STX그룹은 세계 크루즈 조선 시장의 최강자가 부상했다. 유진그룹 등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새로운 동력확보에 성공했다.

최근 M&A는 기업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 싸움으로 까지 치닫고 있다.

올해 국내 M&A시장의 관심은 온통 3개의 메가톤급 매물에 쏠려 있다. 현대건설,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이 그 주인공으로 이들 중 하나만 인수에 성공해도 재계 서열이 바뀔 정도의 메가톤급 매물이다.

시장에서는 현대건설과 대우조선해양 중 한 곳이 가장 먼저 공식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건설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건설회사다. 시공능력은 물론 수익창출력에서도 업계 톱이다. 어디라도 현대건설을 인수하기만 하면 단번에 국내 건설업계의 강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세인의 관심은 현대그룹과 범현대가 간의 대결에 더 몰려 있다. 옛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되찾아 그룹의 정통성을 이을 데가 둘 중 어디일까 하는 것.

특히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상선 지분 8%를 보유하고 있어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그룹 전체가 현대중공업 품에 들어온다. 현대중공업은 KCC 등 범현대가 지분을 합쳐 현대상선 지분을 이미 30% 넘게 보유하고 있다.

시장이 가장 유력하게 보는 시나리오는 KCC가 현대건설 인수전 전면에 나서고,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현대중공업이 측면 지원하는 것이다. 차기 정권의 심장부에 편입된 현대중공업의 오너가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현대건설 M&A 전면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 현대중공업은 현대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현대그룹 경영권을 차지함으로써 옛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되찾는다는 구도다.

하지만 실제 매각작업이 시작되면 현대건설 M&A 판도는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현대건설 부실화에 대한 구사주 책임 문제에 있어 지금의 현대건설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 역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시장의 관심권에서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잠재후보군이 치밀한 준비를 마치고 깜짝 등장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기업역량에 비해 건설 비중이 미미한 기업집단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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