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택 · 정몽준 · 구본무 · 최태원 · 신격호

대기업 계열사들의 주식시장 상장 추진이 올해 들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증시 호황기 때 추진된 대기업들의 계열사 상장 작업이 올 들어 결실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그룹사들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과 인수·합병에 대비한 실탄 확보 움직임이 알짜 계열사의 기업공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올 들어 LG, 롯데, SK, 현대중공업, 포스코그룹 등 대기업 비상장 계열사들의 상장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이 상장하면 지분 보유 모기업의 주가 하락방지는 물론 상승에도 긍정적 영향을 줘 자금조달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규모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중에서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롯데의 롯데건설, POSCO의 자회사인 포스코건설이 기업공개(IPO)를 위해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외부감사인 지정을 신청했다.


LG SK 롯데 현대중공업 포스코 비상장 계열사

기업공개 시장의 ‘빅3’로 꼽히는 이들은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각각 5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상장 주관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증권사간의 유치경쟁도 볼만하다.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인 SK그룹은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인 SKC&C의 상장을 위해 우리투자증권과 주관계약을 체결했다.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인 SKC&C는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최대주주로 공모 규모가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 C&C의 상장으로 SK C&C 지분 44.5%를 보유하고 있는 최 회장의 향후 평가차익 규모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K C&C처럼 계열사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고속성장하며 지배주주 일가의 재산을 불릴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대기업 계열 SI 업체들이 오너는 물론 2·3세들의 경영권 승계 기반을 마련하는 주춧돌 역할을 하는 데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LG그룹의 계열사인 LG이노텍도 연내 증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 중인 ▲LED ▲차량전장부품 ▲LCD 모듈 등의 설비투자와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재원 확보, 글로벌 부품업체로서 브랜드가치 제고를 상장 이유로 꼽았다.

상장 주간사로 대우증권이 선정됐으며 이르면 다음달 말 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상장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상반기 내 증권시장에 입성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계열 자동차 부품·기계업체인 위아도 미래에셋증권 등과 이미 주관계약을 체결했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두 달 내에 심사를 처리한다”며 “예비심사 후 상장까지 3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게 통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LG이노텍의 상장을 IT 대형주 진입으로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회사 측에서도 자금조달이나 해외업체 수주가 보다 쉬워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밖에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STX그룹의 선박엔진 부품업체인 STX엔파코, 금호그룹 계열사인 금호렌터카 등도 올해 상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재상장을 추진 중인 진로는 지분 41.8%를 가진 하이트맥주가 장부가로 주당 4만5292원(총 8151억원)으로 평가했다. 주관사는 우리투자증권이다. 해태제과는 삼성증권과 주관계약을 했다.


주관사 선정 놓고 증권사 무한경쟁

상장 추진 기업 가운데 장부가액이 가장 큰 곳은 현대삼호중공업으로 1조1400억원에 달한다. 또 포스코특수강(포스코 지분 100%보유) 현대삼호중공업(현대중공업 94.9%) 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77.5%) 금호렌터카(금호석유 76.7%) 등은 상장에 필요한 지분 분산 요건인 최대주주 지분 70% 이하를 초과하고 있다. 따라서 모기업은 지분 매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금호생명이 우리투자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맺은 것을 비롯해 동양생명(대우ㆍ굿모닝신한증권) 교보생명이 재무구조 개선과 자본 확충을 위해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업은 한국지역난방공사(삼성증권)ㆍ기은캐피탈(한국투자증권)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자산규모 1조원 이상 저축은행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작년에 기업공개를 위한 감사인 지정을 신청한 데 이어 굿모닝신한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도 불똥, 110개사 예비심사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작년에 공모 규모 1조원 이상인 대규모 IPO가 2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0곳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적으로도 올해 IPO 시장은 유례없는 풍년이 될 전망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인 비상장사가 평년의 서너 배 수준인 56개사에 달한다고 밝혔다.

코스닥시장에도 110여개사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거래소측은 예상했다.

증권가에선 올해 100여개 기업이 IPO에 나섬에 따라 주식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규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우량 자회사의 상장은 모회사의 자산가치를 높여준다"며 "보유지분 매각에 따른 차익 발생으로 현금흐름도 개선된다”며 긍정적인 효과들을 열거했다.

특히 올해 상장을 추진중인 회사들은 ▲실적이 우수하고 ▲기존 거래소 및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를 둔 자회사가 많고 ▲기업규모나 자산규모가 큰 대형사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특징에 따라 해당 기업들의 상장 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상장시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
(IPO추진기업-지분보유회사)

생명보험
▲금호생명-금호석유,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동양생명-동양종금증권
▲교보생명-대우인터내셔널

공기업
▲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전력
▲기은캐피탈-기업은행

일반대형사
▲금호렌터카-금호석유
▲롯데건설-호남석유화학
▲만도-한라건설
▲위아-현대차 기아차
▲진로-하이트맥주
▲포스코특수강-포스코
▲해태제과-크라운제과
▲현대삼호중공업-현대중공업
▲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CJ투자증권-CJ
▲LG CNS-LG
▲LG 파워콤-LG데이콤
▲STX엔파코-STX엔진
▲YES24-한세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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