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安心’ 지우려다 ‘고립무원’ 되나… 유승민계 이탈 조짐 ‘골머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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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양쪽 날개를 모두 잃은 형국이다. 당을 구성하는 두 축인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모두에게서 외면받는 모양새다. 당초 양측의 계파 갈등 속 안심(安心)’을 등에 업고 당선된 탓에 유승민계에 환영받지 못한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런데 최근 손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며, 안 전 대표 측근의 이탈 조짐이 만연하다는 후문이다. 손 대표는 탕평(蕩平)’을 명분으로 당 지도부에 ()안철수계인사를 대거 앉히는 한편, 이번 지역위원장 모집에서도 새 사람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탓에 손학규 대세론이 불거졌고, ‘안철수 복귀를 위해 손 대표 편에 섰던 안철수계가 이를 마뜩치 않게 생각한다는 것. 결국 손 대표가 한국당 발()보수대통합의 주도권을 가져오거나 차기 총선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상,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탕평(蕩平)’ 명분 내세웠지만 안철수 지우기논란 욕심낼수록 자기 무덤
지상욱 의원 필두 구()새누리 의원들 날세우기입지 약화 불가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당 지역위원장 선출을 계기로 다음 총선에 대비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지역위원장 선출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해도 손색없는 인물을 발굴, 당 기초체력을 다는 모양새로 비친다.

앞서 지난 9월 손 대표는 당 지역위원장 선출을 앞두고 최소한 총선에 내보낼 수 있는 사람을 지역위원장에 세우자며 이른바 휴대폰 위원장’(당원들을 직접 만나지 않고 이름만 올려놓는 위원장)을 없애겠다는 목표로 자격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이에 따라 일반 전형에 해당하는 지역 조직책 신청자의 경우 해당 지역구 인구 0.1% 이상(최대 300)의 책임당원을 모집해야 한다.

이는 유령 당원’ ‘이중 당적 당원등을 색출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바른미래당은 그동안 당원으로 등록돼 있지만 국민의당의 창당 또는 분당 과정을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과 이중 당적을 갖고 있는 인사가 상당하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지역위원장 요건 대폭 강화
자기 사람심기 전략?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자기 정치에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했다. 당내 세력 기반이 약한 손 대표가 자신의 세력을 다지기 위해 지역위원장 선출부터 자기 사람을 심고 다음 총선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뒤, 향후 대권에 도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손 대표가 당 지도부에 각각 다른 정당 출신의 인재들을 고루 기용한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손 대표는 사무총장에 오신환, 수석대변인에 김삼화, 비서실장에 채이배 의원을 지명, 바른정당 출신과 비()안철수계 의원을 선임했다. 표면상으로는 계파 봉합을 위한 목적으로 알려졌지만, 자기 세력 구축의 일환 아니겠냐는 해석이 있다.

사실 손 대표가 자기 정치를 펼칠 가능성은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사실상 9.2전당대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힘을 받아 당선됐지만, 손 대표의 경력과 정치적 내공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손 대표가 막상 대표 자리에 앉으면 소위 바지 사장역할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손 대표가 대선에 도전한 것만 3번이다. 쉽사리 포기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보수대통합 주도권을 바른미래당이 쥐거나, 이번 총선에서 어떻게든 성공을 거둬 자신의 존재감을 피력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손 대표는 불과 2년 전인 2016년 대선 때만 해도 대권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국민의당 대선 경선에서 손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손을 잡고 더불어민주당의 반패권 의원들이 힘을 모을 때라고 밝히며 새로운 정치 세력에 대한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손 대표는 취임 후 자신을 둘러싼 대권설에 대해 지금 대선을 이야기하는 것은 좀 이르다면서 앞으로 당이 통합정당으로서 기반을 튼튼히 하면 정치적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많은 젊은 분들이 마당에 와서 뛰어놀고, 가능성 있는 미래 정치 지도자들이 앞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해 대권설에 대한 유보적 태도가 감지됐다.

대권욕심낼수록 역효과
측 인사 외면공산 커

하지만 손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역효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 손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려고 할수록 안철수 지우기가 불가피해지고, 이 경우 자신의 세력 기반으로 있던 안철수계 의원들의 외면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

손 대표의 대권설이 구체화되면 9.2전당대회부터 곁을 지켰던 안 전 대표 측 인사들이 손 대표를 떠날 공산이 크다. 안 전 대표 측 인사들이 손 대표의 당선을 도운 것은 사실상 안 전 대표의 정치 복귀를 유리하게 하려는 정치적 계산이었다는 시각이 컸다. 당대표가 21대 총선 공천권을 갖게 되는 만큼, 친안계 당대표를 선출해 안 전 의원이 정치권에 돌아올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손 대표가 자기 정치에 욕심을 내면 도리어 손 대표에게 발톱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손 대표가 욕심을 낼수록 등지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겠나라며 “(전대에서) 손 대표를 도운 사람들이 그의 대권 도전까지 도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정치권의 관계자도 올드보이로 비판받던 손 대표를 그 자리에 앉힌 것이 안철수계다. 안철수계가 손 대표를 왜 지원했겠나. 손 대표가 그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손 대표가 대선에 도전한다면 과욕으로 본다. 현재 자리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정치인으로서 이미지에도 좋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에서도 안철수계에 속하는 대표 인물로 꼽혔다. 안 전 대표는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송파을 공천에 손 대표를 추천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도 손 대표의 자기 정치행보가 무의미하다는 관측이 크다. 손 대표는 차기 대선이 예정된 202276세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80세가 된다. 이번 전대 당시에도 올드보이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이유다.

()손학규 기류 확산
초반 입지 확보 실패 원인

여기에 한국당발() 보수대통합설도 손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한국당이 자체 인적 쇄신에 나서며 바른미래당 측 인사 포섭을 대거 시도했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 이 중에서도 유승민 의원의 한국당 복귀설이 바른미래당 내 분위기를 더욱 혼란시켰다. 유 의원이 한국당으로 복귀할 경우 그를 중심으로 한 구()새누리당 인사들의 이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유승민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지상욱 의원을 필두로 손 대표에게 날을 세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최근 지 의원은 공개적으로 손 대표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최근 손 대표가 일부 의원들에게 ‘(한국당에)갈 테면 가라는 발언을 두고, 지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포함한 얘기 아니겠느냐내가 뭘 잘못했는지 묻고 싶다. 국감 잘하라고 피자까지 돌려놓고, 갈 테면 가라니 앞뒤가 안 맞다. ‘갈 테면 가라고 공개회의에서 5번이나 얘기했다. 통합 얘기했던 분이 당내 분란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최근 자신을 둘러싼 이적설에 대해서는 이 당이 처음 국민에게 약속한 걸 지키기 위해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게 예의고 도리라고 답했다. 우선 바른미래당 잔류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이적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 반()손학규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도 감지된다. 손 대표가 국민의당 출신계와 바른정당 출신계 양측 모두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며 초반 입지 확보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손 대표의 갈테면 가라라는 발언이 바른정당계에 분열명분을 제공했고, ‘자기 정치가 국민의당계에 외면명분을 제공한 셈이라면서 손 대표에게는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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