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비판한 조국 수석에 “겁박 말라” 일갈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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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페이스북 글을 통해 비판받았던 강민구(60·사법연수원 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조국 수석을 향해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법관을 치사한 방법으로 겁박하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 판사 “권한과 지위 이용해 법관을 치사한 방법으로 겁박 말라”
조 수석 “법관은 문제 있는 행위에 대해 사회적 책임 져야 한다”

강민구 판사는 지난 23일 법원 내부전산망에 ‘역사를 위해 남깁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글에서 강 판사는 “저로 인해 근심을 안겨 드려 송구한 마음이다. 모 수석이 가담하리라 하는 점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라며 “이참에 제 주장에 동참해 자신의 수사기관을 총괄하는 지위에서 당장 지금부터라도 악습 철폐에 나서는 법적, 공적 책임을 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여 법관을 치사한 방법으로 겁박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공개적으로 조 수석을 비난했다.  강 판사는 ‘겁박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대목에 빨간색 밑줄을 그어 강조했다.

강 판사는 “그분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으나 전달할 방법이 없다”며 “개인적 인연이 있는 분은 참조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강 판사는 이 게시물에 법관들이 댓글을 달지 못하게 조치하고 “격렬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조치했다. 개인 카톡이나 문자, 이메일로 의견을 받겠다”고 글을 달아놓았다.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9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검찰의 밤샘 조사를 비판한 강 부장판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조 수석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검찰의 밤샘 조사를 비판한 강 부장판사와 관련한 ‘민중의 소리’ 기사를 링크했다.

이 기사는 ‘삼성 장충기에 아부 문자를 보냈던 현직 고위판사, 사법농단 수사 검찰 공격’을 제목으로, 강 부장판사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을 담았다.

그러자 중앙일보는 조 수석의 기사 공유와 관련해 강 부장판사의 후배이자 판사 출신 변호사가 한 발언을 소개했다.

이 기사에서 이 변호사는 “청와대(민정수석)가 사법부의 특정 판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함과 동시에 검찰의 밤샘수사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 이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조 수석을 비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조 수석의 권력이 헌법 위에 있는 것인가? 임명직인 수석비서관이 사법부를 비판하는 모양새가 되니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 아닌가?”라며 “그동안 조 수석은 자주 페이스북에 글이나 기사 등을 올려 자기 생각을 직·간접적으로 밝혔다. 내가 ‘조국’이로소이다 라고 홍보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건건이 현안에 대해 페이스북에 견해를 밝히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사법부는 사법부 수장이 따로 있다. 사법부의 문제는 사법부가 해결토록 하면 될 뿐 민정수석이 압박할 일이 아니다”며 “제발! 수석비서관이면 수석비서관답게 행동하라. 부실한 조국을 보는 국민의 피로감이 높다”고 조 수석을 비난했다.

법률저널도 ‘조국 민정수석 벌써 권력에 취했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조 수석을 저격했다. 
법률저널은 “민정수석은 고위 공직자의 인사 검증, 직무 관찰, 대통령 친인척 감찰 등이 주된 임무다. 인사 검증 권한을 기반으로 검찰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5대 사정기관(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을 총괄해 이 기관들이 생산하는 정보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일이다.

조 수석은 임명직 공직자로 자신의 권한과 지위를 망각하고 ‘완장’을 찬 듯 여기저기에 직접 나서고 있다. 조 수석이 특정 법관을 비난한 행위는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몰각한 것이다.

최근엔 로스쿨을 옹호하는 글을 기고해 고시 준비생들의 극한 반발을 불렀다. 더욱 가관인 것은 기고문 끝에 ‘청와대 민정수석이 아닌 학자로서 쓴 글’이라고 적시했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고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조 수석 벌써 권력에 취했나”

위키백과에 따르면 강 부장판사는 제28대 창원지방법원 법원장을 역임한 법조인으로 1958년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태어났다. 강 부장판사는 용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제14기 사법연수원과 군 복무(육군사관학교 교수)를 마치고 1988년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판사에 임용되어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마산지방법원 진주지원, 서울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에서 판사를 하다가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을 거쳤다. 2000년에 대구지방법원 판사에 임명되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 서울고등법원에서 부장판사를 하다가 2014년 2월에 법원장으로 승진했다.

창원지방법원에서 1년 동안 법원장을 하면서 제39대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다가 2015년 2월에 부산지방법원으로 전보해 제37대 부산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 법원장직을 2년간 겸직했다.

공직사회에서 IT 혁신가로 알려진 강 부장판사는 2016년 4월에는 대법원 사법정보화발전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2017년 2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판에 복귀했으나 2017년 2월부터 1년 동안 법원도서관장으로 재직하다가 2018년 2월에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복귀했다.

2012년에 ‘인터넷 그 길을 묻다’를 한국정보법학회 공동회장 자격으로 기획했고 법원도서관장을 마친 뒤 서울고등법원으로 복귀 직전 2018년 2월 12일에 ‘인생의 밀도: 날마다 비우고 단단하게 채우는 새로 고침의 힘’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또한 법원 차원에서 양형 기준이 시행되기 이전이었던 2003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형사 피고인의 양형 사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해 법원 내부에 공유함으로써 양형자료의 체계화와 통일적 기준의 정립에 기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교통사고, 산업재해 손해배상 실무’를 8인 공저로 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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