贊 교육 평등권 보장 vs 反 포퓰리즘 정책…첨예한 대립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시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서울시교육청에서 발표한 ‘학교 밖 청소년 수당’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과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복지 향상 측면을 두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있다.

반면, 청소년에게 현금으로 20만 원을 지급한다는 점과 사용 후 현금 영수증 등을 제출하지 않아 별도 증빙이 없다는 점을 들면서 우려하는 의견이 대치한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최고위원 “카드, 바우처로 시작…왜 아이들 시험 들게 하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기본적 ‘신뢰’있어…현재 시범 운영 기간, 차후 조정 계획”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7일 국가적 복지수당 제도에서 학교 밖 청소년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지적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 교육지원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학교 밖 청소년 수당 지급 제도(이하 교육기본수당)는 이 정책의 일부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학교 밖 청소년에 관한 복지를 강화할 목적으로 만들어져 2019년 시범 운행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기본수당 지급을 통해 서울시교육청 청소년도움센터 ‘친구랑’에 등록한 만9세부터 만18세까지의 학교 밖 청소년 중 심사를 거쳐 선발된 200명에게 매달 20만 원씩 연 240만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年240만 원 지원
“학업 잇기 위한 목적”

 

먼저 이 제도를 반기는 이들은 형평성과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 이른바 교육의 평등권 보장을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는 지난 23일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교육수당지급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 우리 헌법 정신을 현실화 하는 정책”이라며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환영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황법량 상임활동가 역시 “학교 안 청소년들에게 막대한 국가 세금이 투입되고 있으니 형평성으로 보자면 (이 제도는)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제도 마련 취지에 관해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업을 계속 이어가고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수당을 지급하려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 제도의 목적에는 동의하나 보완점을 거론하는 의견도 있었다. 황 상임활동가는 “정책 방향이 이보다는 대안학교, 학교 밖 시설에 대한 지원이 확충돼 다양성이 보장되는 측면으로 나아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학교 밖 청소년은 배움의 장으로 삼을 수 있는 시설 등이 부족한 상황이다. (청소년이) 학교를 벗어난다 해도 기술, 진로, 자신의 교양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확충되고 다양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이 제도가 서울에서 시행됨으로써 수도권과 지방 간 복지 격차가 벌어지고 이로 인한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 24일 진행된 바른미래당 제21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권은희 최고위원은 “이 돈(교육기본수당)이 학교 밖 아이들을 무작정 서울로 오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일갈했다.

이러한 비판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밖 청소년이) ‘친구랑’에 등록만 하면 20만 원을 준다는 개념은 잘못됐다”면서 “실제로 (학교 밖 청소년이) ‘친구랑’에서 2~3개월간 활동해야만 이 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당장 (서울로) 올라온다고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최고위원 [뉴시스]
바른미래당 권은희 최고위원 [뉴시스]

 

‘현금’ 주지만
‘영수증’ 안 받아

 

이 제도에서 가장 논란을 사는 부분은 ‘지급 방식’이다. 이를 두고 학생의 자율성 보장과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먼저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의 개인통장으로 돈을 입금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들은 수당의 사용처를 ▲학업 복귀 및 지속을 위한 교재 및 도서구입비 ▲온라인학습비 및 학원수강료 ▲진로계발을 위한 문화체험비 ▲기본생활 보장을 위한 중식비·교통비 등으로 제한한다. 하지만 수당 사용 후 영수증 제출 등의 절차가 없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이에 대해 권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제도의 문제점으로 현금 지급을 최우선으로 언급하면서 “만9세~만18세가 지급 대상이다. 만9세 등 어린 아이의 경우 돈의 개념과 규모 있게 쓰는 방법을 모른다”면서 “(교육청이 사용처를 정해놨지만 그에 대한) 증빙 과정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명시된 대로) 안 쓸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본다”고 희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계속해서 “청소년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싶다면 이들에게 카드, 바우처를 주는 등 ‘이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제도를 만들어 주라는 것”이라면서 “조 교육감은 (교육기본수당이) ‘일단 현금으로 시작하지만 카드로 바뀔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지급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인도 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왜 아이들을 시험하느냐”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단 현금으로 추진하지만 (지금은) 시범 운영 기간이기 때문에 과정 중 사회에서 우려하는 문제가 나타난다면 이것들을 보완할 예정”이라며 “정책 연구도 진행하고, 이 결과를 가지고 토론회나 공청회를 거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에 따르면 이후 본 사업에 접어들 때 최종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청소년의 자율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는 논지와 직결된다. 청소년을 보호 대상으로 인식하고 이들이 성숙한 어른이 되기 전엔 보호·감독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의 범위를 넓게 보는 시각이 충돌하는 것이다.

권 최고위원은 “(청소년의) 자율성에 대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청소년은 성숙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교육을 통해 이들의 판단력이 자리 잡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이다.

이에 반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영수 처리 부분은 초등학생의 경우는 힘들 수 있지만 중고생의 경우 돈 관리가 일정 부분 가능하다”면서 “이에 대해 사전에 컨설팅, 지도, 학부모 교육 등을 하고, (지급받는 학생들 스스로가) 수당 사용 전 ‘이 돈을 어디에 쓸 것이다’라고 계획하고 이후 어떻게 사용했는지 살펴보는 자가 진단(self-reporting)도 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친구랑’ 센터에서 관리하고 상담 인력과 계속 공부한 친구들이 (지급) 기본 대상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기본적으로 신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기본수당 지급이 순탄하게 이뤄진다면 그 다음 단계로 서울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 참여 학생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2단계 방안을 검토해 교육기본수당 지급대상을 4000~5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1,2단계의 사업 결과 분석을 토대로 3단계 비인가 대안학교 재학생과 4단계 질병 기타 부적응 등 학업 중단 학생 전체 중 개인정보 연계에 동의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점차 확대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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