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당내 화합과 보수통합을 외치고 있으나 별 효험이 없어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우클릭’을 지속해 오던 방향을 ‘180도’ 틀며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전례 없는 도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차도살인 음모론’이 덧씌워지는 등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 내지 못한 채 사실상 개혁 드라이브에 실패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꺼낸 카드가 보수 논객으로 잘 알려진 전원책 변호사 영입이었다. 그를 조직강화특위 위원에 앉히며 전국 당협위원장의 ‘생살여탈’의 전권을 거머쥐게 했으나 이 역시 ‘차도살인’의 전형이어서 당내 호응을 받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전 변호사는 마치 자신이 김 위원장의 ‘대체재’인 양 박 전 대통령 청산을 위한 ‘끝장토론’을 제안하는 등 천방지축 난리법석을 떨어 당 안팎을 뒤흔들어놓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니 당내 화합과 보수통합 기치는 소리만 요란하고 국민들을 감동시킬 만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당이 당내 화합과 보수통합을 위한 전제 조건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 통합 전제조건이 해결되지 않는 한 보수 대통합론은 빈 가마 행차에 벽제( 除) 소리가 될 뿐이다.

먼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이른바 친박으로 규정한 사람들의 진솔한 사죄가 있어야 한다.

만일 그들이 진정 친박이었다면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했어야 했고, 또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러나 유감천만하게도 그 누구 한 사람 끝까지 저항하거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 사람이 없었다. 비굴한 모습으로 자신의 정치생명을 이어갈 궁리만을 하면서 침묵하거나 난파선의 쥐처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형국이었다.

‘친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한국당에 친 이명박계가 존재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정국에서 왜 모두 입을 다물었는가.

그러니 한국당에는 재작년 탄핵정국 이후로 친박, 친이계는 스스로 소멸해 버린 셈이다.

둘째, 탄핵 정국에서 당에 잔류했든, 당을 뛰쳐나갔다 다시 돌아왔든 간에 한국당 의원들 모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찬반 행위 여하와 관계없이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이적분열행위에 대해 깊은 사과를 해야 한다. 윤리적 측면에서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甘呑苦吐)의 정치판이라 해도 최소한의 윤리적 양심은 지키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 한국당 의원들 중 박 전 대통령 후광으로 배지를 달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2012년 총선 때 100석도 건지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새누리당이 무려 152석을 차지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들은 그러했던 은인이 강제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을 때 철저하게 침묵하거나 탄핵에 앞장서기까지 했다. 이런 사실을 국민이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는 얘기다.

셋째,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을 ‘안보무능, 경제실정, 좌파 포퓰리즘, 졸속정책, 코드인사’ 등 ‘5대 新적폐’로 규정했다.

그런 한국당이 큰소리만 냈지 행동으로 나타낸 건 아무것도 없다. 문 정부 독주에 질질 끌려가는 모습이 고작이었다.

이처럼 일 있을 때마다 변죽만 울리는 무기력한 모습에 등 돌린 민심은 문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당을 외면하고 있는 터다.

그런 점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이제 스스로 친박 친이 친홍 친김이라는 계파는 더 이상 당 내에 없다는 점을 천명해야 한다. 그것이 하나가 되는 시작점인 게다.

이런 전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채 마냥 인적 쇄신을 입에 달고 끝장토론 등을 수없이 한들 무슨 결론이 날 수 있으며 무슨 화합과 통합을 이룰 수 있단 말인가. 보수 통합은 10여 명 잔여 탈당파 국회의원들 복당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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