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내 동생을 두 번 죽였다”

사망한 차병국씨의 아들

“동생의 시신은 냉동 창고에 보관 중입니다. 20여일 째 하늘에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돌고 있는 불쌍한 저의 동생의 원혼을 달래주세요.”

지난 1월 21일 이마트에 납품하던 중 불공정 횡포에 항의하며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자살한 고 차병국(45)씨의 형인 병호씨의 눈
가에 눈물이 촉촉이 젖어왔다. 동생 차씨는 전신 75%에 달하는 3도 화상을 입고 생사를 넘나드는 투병 중 지난달 3일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시신은 이마트 측의 무성의한 대응으로 장례식을 치루지 못한 채 냉동 창고에 누워있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차씨의 의학적 사인은 전신 화상이었지만 결정적인 사인은 ‘이마트에 대한 원통함’이었다. 열심히 살았던 그에게 남겨진 것은 감당할 수 없는 빚과 이혼 후 뿔뿔이 흩어져있는 애달픈 가족사였기 때문이었다.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이승을 떠돌고 있을 차씨가 못한 억울한 사연을 들어본다.

‘사고소식을 인터넷에서 본 후 이마트에 대한 불신과 원망이 찾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버지를 두고 (이마트가) 장난을 쳤다는 사실이 너무 증오스럽습니다. (중략) 저의 아버지를 좋은 곳에 보내도록 도와주세요. 저와 동생은 잘 모르지만 이마트 사장님은 저희 아버지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아시잖아요. 제가 이마트에 대한 불신만이라도 갖지 않도록 제발 선처 좀 해주세요.’

본지에서 입수한 고 차병국씨 아들이 이마트에게 쓴 편지의 일부분이다. 사망한 차씨는 이마트와 거래를 위해 수차례 협의 중 거래불가 통보를 받고 수십억 원의 돈을 날린 채 온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자살했다. 이마트의 모든 요구조건을 들어줬으나 결국 거래불가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수십억 피해에도 이마트는 “책임 없다”

이마트는 현재 우리나라 제1의 유통업체로 물건을 납품하기 위해 업자들은 항상 대기 중이다. 그 만큼 이마트는 납품업자들이 무시할 수 없는 절대적인 우월적 위치로 군림하고 있다. 사망한 차씨도 그런 수 백, 수 만 명 중 한 명이었다.

그가 이마트와 처음 거래를 시작한 것은 2001년 이마트에 수산물을 납품하면서 부터다. 이마트는 그에게 일본에서 판매하는 포장기계와 포장지를 들여와 판매하라는 제안을 한다.

이마트의 제안을 뿌리치기 힘들었던 차씨는 일본에서 기계를 들여와 판매를 시작했으나 이마트는 판매 3달 만에 판매부진이란 이유로 계약을 파기한다. 당시 그가 입은 손실은 13억 원이다.

이에 이마트를 공정거래 위원회에 제소를 하고 이마트는 취하조건으로 3~4곳 매장의 판매를 제안했다. 그러나 모두 후미진 곳에 자리를 받고 7개월 정도 운영하다 손해만 보았다. 결국 수억 원의 부도가 났고 결국 신용 불량자가 됐다.

그로인해 아내와 이혼하고 자녀들과도 뿔뿔히 흩어졌다. 이후 재기를 노리던 그는 2005년 1월 화산재를 이용한 수산물 가공방법으로 특허 3개를 받는다. 그가 개발한 특허기술은 냉장 상태 생선의 유통기한을 1개월로 늘리는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이에 지난해 5월 이마트의 관계자는 ‘좋은 아이템이다. 상품을 출시해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이마트는 수시로 그를 불러내 ‘포장지, 도안, 굴비의 크기를 알 수 있는 자를 그려 넣어라’는 등의 지나친 요구를 하기 시작하지만 모두 들어주었다.

그러나 추석 전까지 이마트에서는 어떤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9월 6일 식약청에서 인정한 영웅과학 환경 생명연구원에서 검사 성적서에 적합판정이 나오자 그때서야 이마트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체에서 조사를 하겠다며 샘플을 요청했다.

그러나 11월초 이마트에서는 자체검사결과 중량미달로 인한 불합격 판정이라는 통보를 했다. 이미 차씨는 공장 부지까지 구하고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이마트가 제주도의 추자도에서 위치한 공장을 육지로 옮기라는 조건도 모두 수용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때 차씨 형제는 이마트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그 사이 이마트에 수산물을 납품하는 K통상에서 자신들의 포장용기와 색깔만 달리해 상품을 판매한 사실을 알게 된다. 차 씨 형제들이 이마트가 자신들의 아이템을 빼돌렸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에 차씨 형제는 이마트에 강력히 항의를 하기 시작했고 지난 1월 15일 이마트 수산과장과 직접면담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마트로 찾아간 차씨 형제에게 팀장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생태의 판매도 부진하고 마진도 안 좋으니 수입생태 견적서를 뽑아 싸게 공급한다면 생
각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이에 차씨 형이 일본에 건너가 견적서를 빼온다. 하지만 최종승인을 위해 차씨를 기다린 사람은 새로 바뀐 신임 팀장이었다.

이에 차 씨는 처음부터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했고 그의 답은 신용불량자와는 거래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말이었다.

차씨는 이미 수십억 원의 빚을 얻은 상태였기 때문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이마트 근처 주유소에서 온몸에 휘발유를 뿌린
채 자신의 몸을 불사르게 됐다.


납품업체 샘플 빼돌린 의혹도

차씨의 형은 “동생이 이번 사업에 성공해서 가족들과 합쳐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보겠다는 의욕을 보였지만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트에 대해서는 “원통하게 죽은 사람의 시신을 앞에 두고 이마트 관계자가 찾아와 이마트는 근로자가 근무 중 사망해도 3000만 원 이상 보상을 해준 적이 없다”며 “도의적인 차원에서 치료비 정도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며 분개했다.

우리나라 유통업계1위, 재계 서열 15위의 신세계 이마트가 자사 직원이 근무 중 사망해도 3000만 원 이상 보상해준 적이 없다고 당당히 말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트 관계자는 “3000만원 보상여부에 대해서는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알지 못한지만 차씨에 대해 부당한 요구는 없었다”며 “냉장 수산물은 원래부터 판매중인 아이템으로 다른 업체에게 빼돌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번 차씨의 분신자살의 경우 이마트가 유통업자나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나는 사건이다.

특히 이마트는 판촉사원 고용 강요, 납품 단가 후려치기, 부당반품, 판매 장려금 강요, 판촉·광고비와 경품 비용 떠넘기기, 일방적 거래 중단, 아이템 빼돌리기 등으로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는 비난이 점점 거세게 일고 있다.

유통업자들의 죽음의 덫이라 불리는 이마트는 ‘함께해요 이마트 행복해요 이마트’라는 로고송처럼 납품업자들과도 함께하고 행복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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