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박용오 두산과는 결별


화목한 가족경영을 실현한 그룹이 있었다. 창업주의 철학인 ‘공동소유, 공동 경영’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형제들이 과도기를 메워주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109년을 유지했던 화목경영이 무참히 깨졌다.

경영권을 두고 형제들이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서로에게 날카로운 칼날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두산그룹 ‘왕자의 난’이다. 치졸한 경영권 분쟁에서 두산을 피바다로 만들었던 장본인인 박용오 전 두산회장이 컴백했다. 자산규모 2000억 중견건설사인 성지건설을 인수한 것이다. 그의 두 아들도 함께 경영에 참여했다. 형제 경영을 포기했던 박 회장은 아들들에게 어떤 경영을 보여 줄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성지건설은 주식시장 마감 후 박 전 회장이 김홍식 성지건설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8명이 보유한 주식 24.4%(146만주)를 730억 5555만원(주당 5만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고 공시했다.

박 전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주)두산 주식 10만여 주(0.42%, 185억 원 상당) 중 일부를 팔고 대출을 받아 인수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730억에 성지건설 주식 24% 취득

그 동안 박 전 회장은 두산그룹 경영에서 배척당하면서 아들인 경원, 중원까지 완전히 물러난 상태였다. 그러나 이들은 그 동안 다른 사업체를 인수하는 등 경영일선 복귀를 시도해왔다.

장남 경원은 정보기술(IT)업체인 전신전자를, 차남 중원은 재생 에너지업체인 뉴 월코프를 경영했으나 실패해 현재 대표직에서 물러난 쓰디쓴 아픔이 있었다.

이번 박 전 회장의 성지건설 인수를 두고 두 아들이 두산산업개발(현 두산건설)에서 일했고 박 전 회장 자신도 두산을 떠나기 전 4년여 동안 두산산업개발회장을 겸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적 경영에 익숙한 건설업체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5년 7월 두산그룹 회장에서 물러난 지 2년 7개월 만에 성지건설을 인수해 경영에 뛰어든 박 전 회장. 장자 승계 원칙을 깨고 그룹의 지주 회사격인 두산산업개발을 분리해 두 아들에게 주려고 했던 잘못된 내리사랑으로 결국 파국을 불렀고 가문에서 영구제명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두산건설 경영 경험 탄력

지난해 매출액 2100억 원, 당기순이익 80억 원에 도급순위 55위로 수익성이 높고 재무구조가 탄탄한 성지건설을 인수한 아버지와 두 아들. 이들의 부자(父子)경영이 부자(富者)경영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현재 두산그룹은 동생인 박용성 회장이 이끌고 있는 가운데 조카이자 장손인 박정원 부회장으로 4세 경영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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