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값 인상’신(辛)맛 다지는 신춘호 농심회장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주재한 지난달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여기 집에서 라면 드시는 분 있습니까? 최근 라면 값이 100원씩 올랐습니다. 쌀라면을 만들든지 하는 것도 해법이 될 겁니다. 모든 문제를 국민의 마음 높이에서, 서민의 지갑 두께를 생각하며 접근해주십시오” 대통령 취임 후 역사적인 첫 회의 화두는 라면 값 인상에 대한 것이었다. 라면의 선두주자‘신라면’ 가격이 100원(15.4%)인상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장바구니 물가인상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신라면을 만드는 농심의 수심이 깊어가고 있다. 라면 값에 지나치게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다. 신(辛)맛으로 성공해 신(辛)맛으로 고전하는 농심. 라면왕국 농심가에 신맛주의보가 발령됐다.

연간 판매량 9억 개, 시장점유율 25%의 신라면은 지난 1986년 10월 출시됐다. 이후 160여개의 라면이 출시되면서 포화상태에 이른 레드오션에서 독불장군으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 밀 가격이 80% 오르면서 밀가루 가격도 함께 올랐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밀가루 20㎏ 포대 당 가격은 64%가 인상됐다. g당 0.675원에서 1.1083원으로 오른 셈이다. 그러나 신 라면에서 봉지와 스프를 뺀 면은 110g, 면 1개당 들어가 있는 밀가루 원가가 1년 전엔 74원, 현재는 122원인 셈이다. 밀가루 값은 48원정도의 원가 인상 요인이 있었다.


신라면 100원 인상의 경제학

결국 원가의 상승에 비해 제품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알 수 없는 가격상승 이유에 대해 포털게시판 마다 비난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농심측은 단순한 밀가루 상승비용뿐만 아니라 밀가루·팜유·미강유 등 원자재 가격 폭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소비자 가격은 100원 올랐지만, 공장 출고가격은 50원보다 조금 더 올렸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라면 값 인상에 대한 서민들의 부담을 충분히 읽고 있는 농심의 최근 경영지표가 심상치 않다.

농심은 지난 2004년을 정점으로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2004년 1조 6500억 원, 2006년에는 1조 5800억 원, 지난해에도 1조 6000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제자리걸음이다. 주식은 30만 원대에서 10만 원대로 추락했다. 또한 새로운 성장 동력의 힘도 미미한 상태다.

농심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매출은 70%에 이른다. 특히 신라면의 매출 비중은 20%를 넘어 특정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새우깡, 포테이토칩으로 대변되는 매출 비중 2위인 스낵 부문도 정체 상태가 심각하다. 절치부심 농심이 내놓은 카드는 바로 전문경영인 영입이다. (주)농심은 지난 99년 신세계 출신인 권국주 메가마트 겸 호텔농심 사장 이후 처음으로 삼성 출신 손 욱(63)회장을 영입했다.


삼성 출신 손욱 회장 영입 승부수

신사업과 해외 진출 등을 모색하고 로드맵을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보수적인 농심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스스로를 ‘라면쟁이’ ‘스낵쟁이’라 불리기를 좋아하는 신춘호 회장. 그의 라면과 스낵사랑은 대단하다. 100원 인상된 신라면을 놓고 이어진 국무회의 논란, 그리고 농심의 체질변신을 위한 변화의 몸무림. 친기업 정부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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