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시간 단 57분...옷방, 싸이월드 등은 조사도 안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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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장자연 리스트'를 재조사 중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과거 수사가 초기 압수수색 과정부터 부실하게 이뤄진 정황을 포착했다. 

28일 조사단에 따르면 이 사건을 재조사하면서 지난 2009년 압수수색 진행 당시 압수물이 극히 일부만 확보됐음을 파악했다.

경찰은 2009년 3월 14일 장씨의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본체 1대, 휴대전화 3대, 메모리칩 3점, 다이어리 1권, 메모장 1권, 스케치북 1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침실 위주로만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옷방이나 장씨 핸드백은 살펴보지 않았다. 또 침실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곳곳에 장씨의 자필 기록이 있었음에도 다이어리와 메모장 1권씩만을 압수했다고 한다. 

아울러 핸드백 안과 립스틱 보관함 사이에 명함들이 꽂혀 있었음에도 이를 손대지 않았으며, 전체 압수수색이 이뤄진 시간은 57분에 그쳤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장씨의 개인 기록이 남아있을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확인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정황도 나타났다. 

조사단은 당시 수사기록에 '2009년 3월31일 장자연 싸이월드 압수수색 영장 신청 예정'이라고 적혀있었으나 실제 영장은 신청되지 않았던 것을 파악했다. 

싸이월드에 메일, 쪽지, 방명록, 게시물 등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상당했음에도 이를 확보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사단은 장씨의 통화내역이나 다이어리, 메모장 복사본 등 수사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자료들이 기록에 누락됐다는 것도 파악했다. 

수사기록에는 장씨 휴대전화 3대의 통화내역과 휴대전화, 컴퓨터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적혔으나 관련 내용이나 원본파일은 첨부되지 않았다.

아울러 경찰이 주거지 등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다이어리와 메모장 복사본도 수사기록에는 들어있지 않았다.

휴대전화에 있는 통화내역이나 문자메시지 수발신 내역, 연락처, 개인 기록 등 장자연 리스트 수사의 기본이 될 수 있는 주요 내용들이 수사기록에서 누락된 것이다. 

특히 통화 내역은 재조사 시작 이후 당시 수사 검사가 이를 뒤늦게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통화 내역에는 장씨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등과 문자메시지, 전화를 30차례 이상 주고받은 내용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당시 수사 검사가 제출한 통화 내역이 원본이 아닌 것으로 보고 진위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제출된 통화 내역은 마지막으로 수정된 날짜와 통신사가 통신내역을 제공한 날짜와 차이가 있으며, 내역 자체가 편집된 형태로 돼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장자연 통신내역에 등장하는 게 5만 건이었는데, 경찰이 CD를 별첨하지 않고 14명만 기록을 출력해 송치했다고 한다. 그런데 담당 검사가 통신내역 데이터를 따로 받아뒀다가 최근에서야 기록을 반환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은 "나머지 통신내역이 이번에 제출된 것은 관련 의뢰가 온 뒤 전체 사무실과 해당 검사실을 뒤져본 결과 담당 검사 본인이 나중에 찾게 되면서다"라면서도 "열람이 수차례 이뤄졌기 때문에 (진실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장씨가 2009년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 및 성 접대를 강요받고 욕설, 구타를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촉발됐다.

리스트에는 재벌그룹 총수, 방송사 프로듀서, 언론사 경영진 등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수사기관 조사를 통해 장씨 소속사 대표만 처벌이 이뤄지면서 진상이 은폐됐다는 의혹이 이어져 왔다.

이후 법무부·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사건을 재조사 대상 중 하나로 정했으며, 조사단은 당시 검찰 수사, 이 과정에서의 외압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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