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출두에‘핵심 단서’ 제공(?)

국세통합시스템

삼성그룹이 자사가 개발한 시스템에 발목을 잡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SDS가 국세청에 납품한 국세통합시스템(TIS)이 이번 삼성특검에서 중요한 단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삼성으로선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는 코믹한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특히 삼성은 2001년에 불거졌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사건’ 때도 이 시스템에 걸려 한차례 곤욕을 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국세청은 1997년 개발한 TIS의 웹 개발 3단계 사업권을 지난 2004년 삼성SDS에 최종 발주했다. 자사제품에 발목 잡혀 울상 짓고 있는 삼성의 현 상황을 되짚어 봤다.

삼성그룹 총수일가의 배를 불려주던 삼성SDS가 졸지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삼성SDS는 그동안 이건희 회장 일가에 이익을 불려주는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삼성SDS의 이 같은 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에겐 큰 재앙이 됐다.

사건의 발단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6월 국세청은 1997년 초 개발한 국세통합시스템(TIS) 웹 개발 3단계사업 프로젝트를 어느 업체에 맡길까 저울질하고 있었다. TIS란 탈세를 막는 국세청 핵심 시스템을 말한다.

이 사업에 군침을 흘린 곳은 크게 두 곳이었다. 삼성SDS와 LG CNS가 바로 그들이다. 특히 삼성SDS는 혹여나 라이벌인 LG CNS에 이번 프로젝트까지 뺏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그 시기 LG CNS는 200억원 규모의 국세청 현금영수증카드시스템 구축사업을 따내 상승가를 올리고 있었다.


삼성SDS 천덕꾸러기 전락한 사연

삼성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결국 국세청은 TIS 사업권을 삼성SDS에 넘겼다. 그러나 그게 화근이었다. 명실공이 국내 최대의 정보기술(IT) 기업이자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삼성SDS가 그룹의 ‘눈엣 가시’같은 존재로 전락하게 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국세청으로부터 국세통합시스템 보완 주문을 받은 삼성SDS는 국내 최대 ‘답게’ 제품 보완에 심혈을 기울였다. 세적(稅籍)·신고·조사기능 등 웹 기반 개발은 물론 징세분야 재설계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점검했다.

그 결과 2005년 4월 최종 완성된 국세청 국세통합시스템은 촘촘히 짜인 그물망처럼 크게 개선됐다. 주민번호만 입력하면 부동산 보유 현황과 금융자산 규모, 외화송금 내역까지 개인 재산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부모, 자식은 물론 일가친척의 재산 보유 내역까지 검색할 수 있고 숨겨놓은 부동산이나 증권정보까지 추적할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 편법과세징수란 꿈도 꾸지 못할 지경으로 꼼꼼하게 만든 것이다.

그로부터 4년 뒤, 문제가 발생했다. 발단은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면서부터다. 우연찮게도 특검팀이 영장 청구한 자료는 몇 해 전 삼성SDS가 만든 국세통합시스템에 담긴 과세자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자료들을 통해 삼성 계열사 주식의 지분이동 현황 등을 파악, 불법·편법 경영권 승계 과정과 탈세여부, 비자금 조성 규모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소득에 견줘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납부한 임원들의 차명주식 소유 여부도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으
로선 자기가 쳐놓은 덫에 걸려들고 만 셈이다.

이와 관련 한 특검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일가의 △취득세·양도세 △이자·배당소득세 △외화송금·신용카드 등 TIS(국세통합시스템)상으로 확보 가능한 대부분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이 같은 압수수색 대상에는 이 회장의 배우자인 홍라희 여사를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이부진 신라호텔 상무 등 자녀들까지 모두 포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핵심이 될 자료는 이자·배당소득세 등 내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납세내역을 살펴보면 이 회장과 일가들의 증권보유 내역은 물론 변동사항에서부터 현재 갖고 있는 예금 등 현금자산까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동산 보유 현황을 판단할 수 있는 취득세·양도세 내역과 해외재산 은닉 등을 단번에 추적하는 외화송금 내역 자료들도 삼성일가에는 작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총수일가 지분변동 내역도 손바닥에

한편 국세청 국세통합시스템(TIS)과 삼성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삼성은 특검에 앞서 2001년에 불거진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이나 삼성SDS 증여세 사건 때도 자사가 개발한 TIS시스템에 걸려 한차례 곤욕을 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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