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유통사업 늪’에 빠지나?


2010년까지 재계 톱5위에 들겠다고 선언한 GS그룹의 성장의지에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굵직한 인수합병(M&A)에서 모두 고배를 마신데다 유통 사업마저 총체적 위기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허창수 회장은 “GS홀딩스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 계획이고, GS칼텍스는 현대오일뱅크 인수에 나설 방침”이라며 “GS건설도 해외 M&A를 염두에 두는 등 각 계열사별로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 초 GS타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도 허 회장은 “시장과 고객의 니즈가 크게 변화고 있기에 그 추세를 적기에 포착해 미리 준비하고 필요한 투자를 두려워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대형 인수합병전을 위해 실탄까지 확보한 허 회장이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고 톱5에 들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GS그룹의 유통사업이 총체적 위기 상황에 빠졌다. GS그룹의 유통 사업이 뚜렷한 성적을 보이지 못하면서 오히려 후발주자와 경쟁사 등에게 추격당하고 있다. 2005년 LG그룹과 계열분리 된 후 4년째 접어들었지만 유통 사업이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슈퍼, 할인점, 백화점, 편의점, 홈쇼핑 등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내세울 만한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가 없다는 게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고민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대한통운, 하이마트 등 굵직한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면서 유통사업 몸집 불리기도 맘대로 되지 않고 있다.

GS그룹은 올해 유통 부문에만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지만 새로운 도약의 발판인 물건 찾기가 쉽지 않다.


GS홈쇼핑 초라한 해외진출 성적표

GS홈쇼핑은 외형상 홈쇼핑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라이벌인 CJ홈쇼핑과의 수익성을 비교하면 실속이 떨어진다. 실제 2006년과 2007년에 CJ홈쇼핑이 각각 852억원, 70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GS홈쇼핑은 702억원, 667억원에 그쳤다.

GS홈쇼핑은 중국 등 해외진출 사업도 CJ홈쇼핑에 크게 뒤처졌다.

CJ홈쇼핑은 베이징 등 중국 내 구매력이 높은 지역을 공략, 동방CJ홈쇼핑이 지난해 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조금씩 궤도에 오른 반면 2005년 충칭지역으로 진출한 GS홈쇼핑은 지난해에만 2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오픈마켓 ‘GSe스토어’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GS측에선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최근 SK텔레콤이 오픈마켓 ‘11번가’를 내세워 전자상거래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디앤샵 인수로 종합쇼핑몰시장을 장악하겠다는 GS홈쇼핑의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김승원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디앤샵 영업권 상각과 올해 케이블TV 송출 수수료 인상 등을 고려할 때 홈쇼핑의 수익성 개선여지가 크지 않다”며 “중국 사업의 경우 현재 방송되고 있는 지역이 소득수준이 높지 않아 올해도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GS그룹 유통사업의 중심축인 GS슈퍼는 점포수로 현재 업계 1위지만 최근 1~2년 새 롯데슈퍼, 홈플러스 등 후발주자들이 적극적인 공격경영으로 추격에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GS슈퍼 1위 휘청…유통부문 계속 정체

2007년 85개 점포에서 7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GS슈퍼는 올해 점포 수 105개, 매출 8700억원이 목표다.

하지만 지난해 영호남의 군소마트 19개를 인수한 롯데슈퍼가 상반기에만 10개 점포를 새로 여는 등 연내 점포 100개, 매출 8500억원이라는 경영목표를 세워놓고 추격에 발판을 마련한 상태다. 테스코그룹 홈플러스도 연말까지 매장면적 300㎡ 안팎의 소형슈퍼(익스프레스)를 100개 이상 늘릴 방침이어서 1위 자리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점포수 13개인 GS마트는 2005년 이래 신규 출점이 없고 GS스퀘어 백화점 역시 3개에 불과해 쟁쟁한 신세계 이마트, 롯데마트 등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나마 GS리테일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GS25 편의점 사업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3년 전 시장에서 GS그룹이 유통사업을 매각한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에서는 과거 LG그룹 시절부터 유통사업은 상대적으로 소외돼왔는데 GS그룹으로 계열분리가 된 이후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허창수 회장의 경영전략은?

재계는 GS그룹이 지난해 말 유진그룹에 하이마트를 뺏긴 데 이어 대한통운을 둘러싼 금호아시아나와의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출범 첫해인 2005년에 ‘밸류 넘버 원 GS’라는 비전과 함께 2010년까지 ‘재계 톱5 위상 확보’라는 중기 목표를 발표한 허 회장은 올해가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보고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GS그룹은 에너지, 유통, 건설 등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해 지난해 2조3000억원 대비 약 10% 늘어난 2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에 GS칼텍스의 제2 중질유 분해시설(HOU) 완공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음을 고려하면 공격적 투자의지를 엿볼 수 있는 액수다.


GS칼텍스 글로벌 경영으로 돌파구 마련

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는 계열사간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을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에너지 개발이다. 2005년 1월 인도네시아 3개 광구에 대한 탐사권을 인수하면서 시작한 GS홀딩스의 해외 유전 개발 사업은 예맨, 카자흐스탄, 이라크 등의 탐사 지분 매입으로 이어지며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유전개발 사업은 GS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고 올해도 투자를 계속한다.

지난해 12월 GS홀딩스는 시흥 장현. 목감 지구 집단에너지 사업자로 선정돼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원유정제에서부터 전력, 지역난방, 도시가스 사업 등 에너지 인프라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올해 GS는 에너지, 전력 및 지역난방 사업에서 계열사의 사업 능력을 결합, 국내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 신흥 경제국의 발전 및 난방 사업에 참여하는 식으로 해외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실탄확보 작업 완료

사업별로는 ▷GS칼텍스의 중질유 분해시설 추가 증설(제3중질유 분해시설) 등 에너지 부문에 1조5000억원 ▷GS리테일의 신규 매장 확장 및 기존 점포 리뉴얼과 GS홈쇼핑의 인터넷 연관사업 확장 등 유통부문에 5000억원 ▷GS건설의 사업용지 확보 및 민자 SOC출자 등에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총 1조5000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간 제2중질유 분해시설(HOU)의 안정적인 가동에 성공한 GS칼텍스는 올해 중점 과제를 우선 총 3조원 가량의 금액이 투자되는 초거대 프로젝트인 제3중질유 분해시설 건설의 성공적인 추진으로 잡았다. GS칼텍스는 이 설비가 최종 완공될 경우 최저급 중질 잔사유(殘渣油)를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종으로 전환함으로써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정적인 원유 공급로를 확보하고 국가 에너지 자립에 기여하기 위해 GS칼텍스는 지주회사인 GS홀딩스와의 전략적 연계 강화 및 국내외 에너지기업과의 제휴 확대를 통해 해외 유전 개발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장기적인 목표는 회사 1일 정제능력의 10%까지 자체 조달한다는 것이다.

2003년 셰브론으로부터 캄보디아 블록 A 해상광구 탐사권 15%를 인수하면서 유전개발 사업에 진출한 GS칼텍스는 이후 러시아 서캄차카 해상 탐사광구 탐사 참여, 태국 육상 L10/43.L11/43 탐사광구 지분의 30% 인수, 아제르바이젠의 카스피해에 위치한 이남 광구 개발권 인수 등 다양한 지역의 유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석유 시대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GS칼텍스는 신재생에너지를 차세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육성중이다. 2006년 서울 성내동에 개관한 ‘GS칼텍스 신에너지 연구센터’와 지난해 9월 연세대에 준공한 수소스테이션을 중심으로 이 분야의 연구 및 투자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이미 자금 확보 준비 작업을 마쳤다.

GS칼텍스는 2007회계연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0% 이상 늘었지만 올해 배당은 지난해(2480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인 1260억원만을 하기로 결정했다. GS칼텍스는 또 외부 자금 조달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로부터 신용평가도 받았다. GS홀딩스와 GS칼텍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재계는 GS가 올해 예정된 대형 M&A에 대비해 실탄을 확보하고 대규모 자금 출혈 후의 재무 안정성까지 대비하는 차원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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