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밀약설’4·9총선 역할론 대두


1999년 대우그룹 퇴출 저지를 위해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상대로 로비를 했단 의혹을 받고 있는 재미교포 무기중개상 조풍언(68)씨가 지난 3월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느닷없이 귀국했다. 조씨의 입국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미완수사로 끝난 ‘대우그룹 정관계 로비의혹’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목포 출신인 그는 DJ의 숨겨진 최측근이다. 그런 조씨가 2년 반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그러나 그의 귀국이 여러모로 석연치 않다. 조씨의 갑작스런 귀국과 관련해 정·재계를 중심으로 떠돌고 있는 갖가지 설을 추적했다.


진짜 MB와 교감 있었나?

숨어 있어도 시원찮을 조풍언씨가 지난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당당히’ 귀국했다. 언론은 물론 정재계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 그러나 그도 잠시일 뿐, 정재계를 중심으로 조씨의 귀국과 관련된 갖가지 설이 빠르게 나돌았다. 그중 가장 설득력 있게 전해지는 게 바로 ‘MB와 밀약설’이다.

‘기획입국설’에 대한 소문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동문인 조씨가 귀국 전 ‘MB와 이미 모든 이야기가 끝났다. 처음 며칠만 고생하면 된다더라’며 지인들에게 쉼 없이 말했다는 것이다. 이번 귀국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와 모종의 교감이 있었다는 게 미 교
포들의 전언이다.

또한 그가 한국에 오기 전 몇몇 인사들과 만나 귀국을 저울질 했다는 얘기도 신빙성 있게 전해진다.

미 교포들에 따르면 특히 조씨는 경기고등학교 동창이자 전 과학기술처 장관인 이태섭씨와 일주일간 ‘동거동락’하며 많은 이야길 나눴다고 한다.

현지 교포들에 따르면 한 달 전 LA를 방문한 이 전 장관은 조씨 소유의 캘리포니아 컨트리클럽을 찾아 다정히 골프회동을 가졌다. 또 그는 약 일주일간 조씨 집에 머물면서 그동안 다하지 못했던 얘길 나눴다고 전해진다.

이뿐만 아니다. ‘MB 밀약설’을 뒷받침할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2004년 당시 조씨는 대검 중수부에 의해 기소중지 상태였다. 그런 그가 아무런 통보도 없이 불쑥 귀국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씨가 어린애도 아니고 신변이 보장되지 않은 이상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귀국했겠느냐”며 “정치차원의 어떠한 밀약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소중지 상태에도 한국 몇 차례 다녀가

‘정권 차원의 밀약설’에 대한 이유도 그럴 듯하다. ‘대우그룹 로비의혹’ 사건을 찜찜한 상태로 끝낸 대검 중수부가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이 제 발로 걸어왔는데 태연해도 너무하다는 것이다.

실제 대검 특수부는 조씨에 대해 ‘긴급체포’하지 않고 단순히 ‘출국금지’만 내려놓은 상태다. 심지어 조사에 대한 소환도 조만간 필요할 때 하겠다는 태도다.

더욱 이상한 점은 대우그룹 로비사태 이후 조씨의 귀국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귀국 두 달 전 조씨는 미국의 교포언론사 <선데이저널> 기자와 우연히 만나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나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고려대 동기동창이다. 그가 2년 후배지만 학교를 같이 다녀 친분 관계가 두텁다. 지난 번 한국에 나가서도…”란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선데이저널> 기자는 “한국엔 언제 또 갈 거냐” 물었고, 그에 대한 답으로 조씨는 “지난번에도 한국에 다녀왔다. 3일 동안 고향에 가서 제사도 지내고 돌아왔다. 나는 자유롭게 한국을 다닌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씨가 한국을 자유자재로 다녀간 정황은 또 있다. 그동안 조씨는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에 가서 잘 놀다 왔다” “누구랑 만나 골프를 쳤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한국을 다녀 온 것을 의식적으로 말하며 고국에 아무런 일도 없음을 과시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기소중지 상태인 조씨가 어떻게 마음대로 고국을 드나들 수 있었을까.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잘 알려진 대로 세계적인 무기중개상이다. 그런 조씨가 제3국 여권을 발급 받는 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만약 조씨가 수차례 한국을 오간 게 사실이라면 그동안 수사당국은 왜 그의 신병확보를 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의문점 또한 조씨의 이번 귀국이 ‘기획입국’이란 가정을 성립케 한 이유기도 하다.

또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간’ 남편을 보고도 태연함을 잃지 않는 조씨 부인 이덕희씨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이 점 또한 조씨가 귀국 전 검찰과 모종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데 힘을 더한다.

지난 3월 12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틀 전 ‘제 발로 걸어온’ 조풍언씨에 대해 출국정지 조치를 내렸다. 지난 2005년 마무리했던 ‘대우그룹 로비의혹’ 수사를 재개하겠단 의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자유의 몸’이 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재 소환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수사를 통
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씨와의 ‘밀착관계’도 속 시원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DJ 해외비자금 밝혀지나?

수사당국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는 이미 DJ의 해외비자금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재 광범위한 내사가 관계 부처 간에 이뤄지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심지어 뉴욕과 LA지역 DJ 가족들 측근을 대상으로 탐문수사가 실시되고 있단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정재계를 중심으로 나돌고 있는 DJ 해외비자금 관련 소문은 다음과 같다. DJ정권 말기인 2002년 10월경, 조씨는 DJ의 힘을 빌어 대우정보시스템 보유주식 163만주와 삼일빌딩을 싼 가격에 샀고, 2년여 만에 다시 내다 팔았다. 이때 생긴 차액은 삼일빌딩만도 200억원 이상.

이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 측은 “이때 얻어진 시세차익 중 일부가 DJ의 미국 내 비자금 조성에 쓰여 졌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DJ 해외비자금과 관련된 소문은 또 있다. 2005년 6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조씨에게 4430만 달러를 송금했고, 조씨가 이중 일부를 DJ에게 전달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당시 검찰은 이러한 사실을 포착, 김 전 회장에게 돈의 출처를 캐물었지만 “조씨에게 빌린 돈을 갚은 것일 뿐”이란 답변만 들었다.


# (DJ정권 숨은 실세) 조풍언은 누구?

“그는 DJ 막후 비자금 통로였다”

조풍언씨는 DJ정권의 숨은 실세로 통한다. DJ 전 대통령의 일산 자택을 사준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0년 총선 직전 이신범 한나라당 의원은 DJ의 3남 홍걸씨 부부가 미국 LA 인근 호화주택에서 살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주택도 나중에 조씨 소유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그는 끊임없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러나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져 있다.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스몰록 인베스트먼트’와 KMC, 미국의 베가스 등이 조풍언씨 소유로 알려진 게 사실의 전부다.

특히 스몰록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01년 3월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있는 삼일빌딩을 산업은행으로부터 502억원에 매입해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삼일빌딩에는 현재 조씨가 김우중 회장으로부터 인수한 대우정보시스템이 입주해 있다. 일각에 따르면 조씨와 김 회장은 경기고 선후배 지간으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김 회장은 지난 1999년 대우정보시스템·대우통신 TDX사업부·포천 아도니스 골프장을 조풍언씨에게 싼 값에 매각했다.

그러나 아도니스 골프장은 한나라당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포기했고, 대우통신은 주총에서 부결돼 무산됐다.

조씨는 또 무기거래 로비스트인 린다 김과도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는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린다 김은 지난 2002년 “그(조풍언)와는 원수지간이다. 때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조풍언-최규선 라인이 추진했던 무기 중개사업을 알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테니스선수였던 이덕희씨가 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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