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엔 붕어 없고 새우깡엔 쥐머리 있다”

신격호 롯데 회장(좌) 신춘호 농심 회장(우)

‘붕어빵 속에는 붕어가 없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러나 새우깡에도 새우가 없었다. 대신 쥐머리가 있었다.‘손이 가요 손이 가, 자꾸만 손이 가,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 가’라는 로고송으로 50년간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국민과자 새우깡이 일명 생쥐깡이 됐다. 생쥐머리를 튀긴 새우깡으로 어른이고 아이고 다시는 손이 갈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농심의 문제는 단순한 생쥐깡이 아니었다. 고객의 항의를 새우깡 세 박스로 덮으려했고 생쥐모양의 새우깡을 분쇄해버려 성분조차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신라면 가격인상으로 한차례 라면파동을 일으킨 농심의 신춘호 회장은 국민적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신 회장의 형인 신격호 회장의 롯데제과도 중량을 줄여 교묘한 눈속임으로 과자가격을 인상했다. ‘발가락이 닮았다’는 소설처럼 형제는 함께 제과분야에 말썽을 일으키며 더없이 닮은 형제애를 발휘하고 있다. 농심과 롯데, 신춘호와 신격호의 닮은 꼴 경영. 최근 소비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던 과자파동 속으로 들어가 본다.

충북 청원에 사는 유모(여·24)씨는 지난 달 초 수퍼마켓에서 산 ‘노래방 새우깡’을 구입해 먹는 중 아연실색했다.

새우깡 사이에서 1~1.5㎝ 길이의 쥐머리 모양 이물질이 검게 그을려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보아도 쥐머리가 튀겨진 것처럼 보여 충격을 받고 농심 측에 항의하고 보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유씨는 식약청에 이를 신고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지난 12일 제보에 따라 농심 부산공장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미 한발 때가 늦은 상태였다.


소비자 충격, 생쥐깡 보상 안일한 기업윤리 맹비난

조사 당시 농심측이 성분을 분석한다는 명분으로 이미 이물질을 분쇄해 없애버린 뒤였다. 식약청은 이물질의 실물조차 보지 못하고, 농심이 제공한 성분조사 결과와 사진만 확인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현물이 보관되어 있지 않아 생쥐머리인지 여부를 정확히 판별할 수는 없었지만 농심공장의 자체 시험분석결과를 확인한 결과, 이물의 크기는 약 16㎜, 외관은 딱딱하고 기름이 묻어있으며, 털이 미세하게 탄 흔적이 있는 물질로서 생쥐 머리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일파만파로 번진 생쥐깡에 대해 국민들이 충격에 쌓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농심의 안일한 자세였다. 최초 발견자인 유씨는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리나 꼬리 이런 게. 그래서 같은 라인 상품을 리콜해야 되는 거 아니냐 물었더니 그게 맞긴 맞는데 그 영업장 직원은 자기 소관이 아니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고 말했다.

그날 불탄 쥐머리가 나온 제품과 같은 날 제조된 새우깡은 3200상자 가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 달 동안 농심측은 문제의 새우깡을 리콜하지 않은 채 식약청의 공식발표까지 방관하고 있다 뒤늦게 부랴부랴 제품을 수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도 자발적이 아니라 부산 사상구청의 강제 회수명령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쥐머리와 함께 튀겨진 새우깡을 먹은 뒤였다.

뿐만 아니라 생쥐깡 파동이 채 가라앉기 전에 지난달 24일 대구에 거주하는 박모씨가 할인매장에서 구입한 소포장 ‘쌀새우깡’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며 소비자상담실에 신고했다.

이물질은 2cm 크기의 부드러운 흰색 물체로 농심측은 대구지점을 통해 이물질을 수거, 성분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심 측은 “제품 생산라인에 없는 재질이며 협력 업체에 이물질의 정확한 성분분석을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벌레왕국’ 농심사건 해외토픽 국제망신

영국의 METRO는 생쥐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든 ‘노래방새우깡’ 사진을 ‘오늘의 기이한(weird) 사진’으로 보도했다. 세계 70여 나라에 스낵과 라면을 수출하는 농심이 나라 망신까지 시켰다.

그러나 농심의 이러한 이물질 새우깡은 예고된 일이었다. 농심이 식음료업체 가운데 가공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신고 된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등 8개 소비자단체에 2007년 8월부터 2008년 1월까지 6개월 동안 접수된 가공식품 관련 위생고발 상담 198건 중 이물질 신고 1071건을 분석한 결과 농심이 58건으로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더욱 놀라온 사실은 이물질을 종류별로 보면 벌레가 38건, 종류가 불분명한 이물질이 8건, 곰팡이·쇠·플라스틱·비닐 각 2건, 머리카락 ·뼈 ·파리· 스테이플러 각 1건씩 이었다. 1971년 출시돼 38살이 된 ‘국민스낵’ 새우깡은 한 달에 월 40만봉지, 지금까지 약 57억 봉지가 팔려 농심 과자류 매출의 25%를 차지하며 매년 600억원어치가 팔려 나갔다. 그러나 정직하고 성실한 농부의 마음을 담았다는 ‘농심’(農心). 지나치게 성실하게 농민의 마음을 헤아려서일까 농부들의 밭과 논에 있을 벌레와 생쥐를 포장지에 담아 팔면서 국민들을 먹거리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농심의 신춘호 회장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동생이다.

그러나 형제라는 이들의 공동분모 외에도 이들은 농심의 새우깡 쥐머리 파동, 롯데그룹의 빼빼로 중량 줄이기라는 공통된 비난을 받고 있다.

아이들의 동심을 놀라게 하고 상처를 안겨주고 있는 농심과 롯데는 아직도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미개한 먹거리 사고의 중심에 버티고 서있다.

이것이 2008년 대한민국의 좌지우지하고 있는 재벌의 한심한 먹거리 경영과 기업윤리를 가늠하는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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