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치닫는‘47년만의 파업’


알리안츠생명 노사가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노조창립 47년 만에 불거진 사태로 ‘너 죽고 나 살자’식이다. 지난 1월 23일 정면돌파를 선언한 알리안츠 노조는 제일 먼저 정문국 사장을 비롯한 핵심간부들의 목을 조였다. 노조로부터 퇴진압력을 받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몇몇 임원은 갖가지 혐의로 노동부에 고발까지 당했다. 심지어 모 임원은 조합원 조문 후 지역간부 8명과 고급 룸살롱에 갔다가 심판대 위에 서기도 했다.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알리안츠생명 노사분규를 살펴봤다.

독일에 본사를 둔 알리안츠생명보험 노동조합이 60여일 째 파업 중이다.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들의 파업은 보험업계에서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알리안츠는 지난 1999년 업계 4위였던 제일생명을 인수하며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 2700여명의 정규직원을 1700여명대로 대폭 축소했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두 차례나 계속됐다.


신성과급제 대체 뭐 길래?

그때까지만 해도 노조는 사측의 입장을 모두 수용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올 1월 사측이 ‘신(新)성과급제’를 적용하면서 노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그만큼 이해해줬으면 됐지 해도 너무하는 게 아니냐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47년간 사측의 입장을 묵묵히 받아들였던 노조가 ‘그깟’ 정책 하나로 발끈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올 초 알리안츠가 강제 시행한 ‘신성과급제’는 어떤 제도일까?

사측이 내세우고 있는 신성과급제란 직원을 5등급(S·A·B·C·D)으로 나눠 임금을 차등화하겠다 것이다. 중간등급인 B등급 직원에게는 노사가 합의한 임금인상률을 그대로 적용하되, 대신 상위등급 S·A는 이보다 많게, 하위등급 C·D는 이보다 적게 주겠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그러나 알리안츠 노조는 차등 성과급제에 대해 “허울 좋은 전략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 노조 서미화 조직부장은 “하위등급을 받은 직원들을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노사 간 합의를 통해 누구나 임금인상률만큼 보장받으면서 성과에 따라 추가로 받는 성과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성과급제 도입을 위해 최근 3년간 임금을 40%나 인상했다”며 “더 이상의 무조건적 인상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노사 간 신경전은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조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 10여 년간 근무해온 류영희(39)씨가 1년여의 위암투병 끝에 결국 지난 2월 18일 세상을 떠났다.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은 본사는 류씨의 명복을 빌기 위해 이튿날 주대진 전무를 사측대표로 내세워 빈소가 마련된 부산으로 부랴부랴 내려 보냈다. 오후 3시경 빈소를 찾은 주 전무는 유가족에 깊은 조의를 표했다. 여기까지는 아무 탈 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사건은 조문을 마친 후 일어났다.

노조에 따르면 문상을 마친 주 전무는 부산소재 영업관리자들을 하나둘 소집했다. 간단한 저녁식사와 함께 친목을 도모하자는 이유에서였다.

이날 모인 간부는 주대진 전무를 비롯 ▲그의 수행원 1명과 ▲인창효 영남본부장 ▲김인목 영남영업부장 ▲조우진 영남교육부장 ▲박창완 마산영업단장 등 총 8명이다.

오후 11시께 저녁식사를 마친 그들은 “술 한 잔 더 하자”며 영남본부 사옥 근처 술집을 찾았다. 고급룸살롱이었다. 노조에 따르면 주 전무는 이날 호스티스를 불러 고급양주로 새벽까지 질펀한 ‘룸살롱 파티’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노조는 “평상시 심성이 유난히 순수하고 인정이 많기로 소문난 류 동지의 사망소식에 동료들이 많이 슬퍼했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숙연하고 죄책감을 가져야 할 경영진이 고인을 문상한 바로 그날 수백만원대 호화 술자리를 가졌다는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노조는 “영업간부들이 술파티를 벌이던 그 시간 장례식장에는 100여명의 동료 조합원들이 눈물로 밤을 새웠다. 어떤 이유에서든 호화스런 술파티를 벌인 영업간부들은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야할 것”이라며 해당 간부들의 사임을 촉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업무 외 시간에 벌어진 일로 별 문제가 아니”란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파업 중인 노조가 성과급제 이슈로는 언론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고 판단했는지 개인적인 술자리 등 지엽적인 이슈를 들고 나와 회사를 공격하고 있다”며 “주 전무가 조문을 마치고 몇몇 지역 영업관리자와 술자리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날 술자리 업무시간이 지난 다음에 벌어진 일로 개인 사생활일 뿐”이라고 답했다.


조문 후 룸살롱에선 무슨 일이…

이어 관계자는 “술자리 또한 노조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호화스러웠던 것만도 아니었다. 100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으로 술값도 개인카드로 결제했다”며 “현재 회사는 노조관계자들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법률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노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장기화되면서 징계와 고소도 이어졌다.

노조원이 아니면서 불법적으로 파업에 동참한 지점장 18명이 징계를 받았고, 그중 5명은 해고됐다. 반대로 노조는 회사가 파업기간 중 대체인력을 투입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노동부에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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