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정권을 빼앗긴 지 1년 반이 지났는데도 보수를 자처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인사들이 자기들이 하고 있는 행위가 ‘누워서 침 뱉기’인지도 모른 채 서로를 향해 대못을 박는 일에 혈안이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청산하기 위한 ‘끝장토론’ 운운하며 바른미래당과의 ‘묻지마 보수통합’ 기치를 올렸다. 

이에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은 다음 총선에서 없어질 정당”이라고 저주하면서 한국당을 “촛불혁명의 청산이자 적폐청산 대상이다”라고 규정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등은 ‘막가파’식 인식으로 일명 ‘태극기부대’를 폄하하는 발언을 일삼아 ‘태극기부대’의 공분을 사고 있다.

‘단말마의 비명’과도 같은 궤변을 시도 때도 없이 해대는 일부 바른미래당 인사들이나 그렇게 하도록 만든 한국당 모두 ‘도긴개긴’이다.      
 
# 하태경 vs 전원책
전원책 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이 보수 통합을 위해 ‘태극기부대’도 끌어안아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자 하태경 의원이 발끈해 “보수 대통합이 아니라 보수 대공멸의 주범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태극기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령으로 모시는 개인숭배집단에 불과하다”며 “이런 집단을 보수라고 규정하는 것은 보수 전체에 대한 모독이자 명백히 역사를 뒤로 돌리려는 반(反)혁명세력 도전”이라고 날을 세웠다. 하 의원은 또 “전 위원이 보수대통합이 아니라 태극기 극우세력과의 묻지마 대야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대야합은 보수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보수를 완전히 죽일 것이라는 걸 다시 경고한다”고 했다.

하 의원의 이 같은 질타에 전 위원은 “(하 의원이) 보수가 무너지는 데 내가 주범이라고 했다. 주범 하는 범자는 범죄의 범자다. 그 표현을 쓸 때 잘못 쓰면 상대방의 감정을 해치게 된다”며 “내가 만약에 하 의원은 보수가 아니다. 하 의원이야말로 ‘트로이목마’ ‘보수 궤멸의 주범’이라고 하면 기분이 좋겠나”고 되받아쳤다. 전 위원은 이어 “하 의원의 말엔 자꾸 날이 서 있다. 그 날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하태경 vs 윤상현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하태경 의원이 “태극기 세력이 헌법 부정뿐만 아니라 폭력까지 선동했다…계엄령과 공개처형을 선동한 저 사람들은 태극기 부대가 아니라 인공기 부대냐”고 지적한 데 대해 “태극기 집회는 헌법 부정이 아니라 헌법 수호를 위해 모인다. 태극기 부대는 폭력을 선동하는 게 아니라 압제에 저항하는 부대”라며 “오늘도 아스팔트 위에서 태극기를 휘감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분들이 있다. 함부로 능멸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정말 어이가 없다. 이들이 ‘태극기부대’ 성격을 두고 자의적 해석을 해대는 것도 문제지만, 대체 이 인사들이 ‘태극기부대’ 운운할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인사 모두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입장 아닌가.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든, 탄핵에 반대했든 탄핵 때문에 보수가 분열됐고 그 결과 보수당들이 대선과 6.13지방선거에서 거푸 참패하지 않았던가.
 
그나마 양대 선거에서 저들에게 가장 많은 표를 던진 보수 세력들 중 하나는 분명 ‘태극기부대’였을 것이다. 정체성의 호불호를 떠나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세력이다.
 
그런 세력에게 언제 이들이 관심을 보인 적이라도 있었는가. 그들이 왜 거리로 뛰쳐나왔는지 심각하게 들여다본 적이 있었는가 말이다. 마지못해 집회에 참여하거나 집회에 단 한 번도 나가보지도 않은 채 집회의 부정적인 면만 침소봉대해 마치 그것이 전체인 양 일반화하지 않았던가.
 
어찌 ‘태극기부대’를 ‘인공기부대’에 비유하고 특정인의 ‘개인숭배집단’으로 매도하는가. 도대체 ‘촛불집회’는 선이고 ‘태극기집회’는 악으로 단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진짜 ‘인공기부대’와 ‘개인숭배집단’이 누구인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 
 
탄핵정국 당시에는 역풍이 불까봐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세력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뒤늦게 깨닫고 보수통합이라는 그럴 듯한 대의명분으로 ‘태극기부대’를 끌어안아야겠다는 인사들의 발상 역시 가증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어떤 이는 이래서 안 되고, 누구는 저래서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옛날에는 물과 기름을 섞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학의 발달로 섞을 수 있다. 물 입자와 기름 입자를 아주 작게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니 이제라도 보수라 자처하는 인사들, 나르시시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인사들 모두 자신을 지금보다 훨씬 작게 만들어야 한다. 자신을 완전히 낮춰야 한다. 서로 내 탓이라 반성하면서 상대를 포용해야 한다. 그래야 통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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