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돼 지난 2월 28일 오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로 출두하고 있다.

1. 누가 돈을 벌고 누가 일자리를 주나?

“국회의원이 돈 법니까. 청와대·공무원이 돈 법니까. 돈 버는 것은 기업입니다.” 경제부처 장관이 임기를 마치며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결국 기업이 번 돈이 순환이 되면서 나눠 먹는다고 했다. 한국 경제를 책임지는 자리에서 오랫동안 일하신 분이 한 말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2006년 4월 사단법인 한국-사우디 친선협회가 조선일보 강당에서 개최한 ‘변화하고 있는 중동, 사우디아라비아’ 주제 세미나에 참석한 중동기업인이 한 말은 참으로 한국인인 나를 부끄럽게 했다.

“자기가 알고 있는 한국 기업인들이 대부분 감옥에 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정권이 바뀌었다하여 기업인을 감옥에 보내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기업 활동 감독은 전적으로 정부책임이다. 정권이 교체되고, 정치인과 담당 공무원이 현직을 떠났다는 이유로 면책이 되고, 정부의 지도와 감독을 받아가며 열심히 사업한 기업인만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모순이다. 기업인을 처벌하면 국가 신인도 실추로 국가경제손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했다.

한국에는 평생 정치인으로 활동하신 분들 중에 부자가 많다. 분명 정치인이나 공직자는 돈을 버는 기업인이 아니다.

정치 비자금이 언제부터 조성이 되었고, 선거 때 마다 유력정치인이나 정당에 얼마의 비자금을 주었는지에 대한 논문이 아직은 없는 듯하다.

아마 이런 자료는 수집이 어렵고 발표가 된다 하더라도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삼성 특검을 포함한 기업 조사보다 한국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초기부터 관련 정치인과 정부 인사들을 먼저 수사하고 처벌하는 게 순리라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삼성 비자금을 알고도 조성 사실을 은닉하다 폭로한 전 삼성 직원도 우선 처벌해야 한다.

정치와 종교 분리 헌법 정신을 무시한 특정 종교단체도 이제는 더 이상 비자금 폭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 비자금 감독은 정부 책임인데 왜 기업만 순교자가 되어야 하나? 물러난 대통령들은 왜 침묵하고 있고, 정치인들은 왜 조용하나? 누가 삼성에만 돌을 던질 수 있나?


2. 기업에 기(氣)를 불어주자

한국인들은 신바람이 나면 죽을 줄도 모르고 일을 한다고 한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는 기업 우대 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앞으로는 비자금으로 한국기업이 국제 신뢰도를 잃는 일이 없기 바란다. 지난 98년 IMF 위기를 전후하여 동구권 국가에서는 한국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대우자동차와 김우중은 잘 알고, 한국인들을 좋아했다.

우리는 한국을 상징하는 대우 브랜드가 없어짐으로써 이미 얼마나 많은 값비싼 수업료를 내지 않았는가. 대우가 사라짐으로써 좋아할 사람은 경쟁 기업인이고, 싫어할 사람은 직장을 잃은 한국인들이다.

김우중 회장의 분식회계는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감독책임이 있으면서 묵인을 한 정치인과 관련 공무원들도 처벌해야 한다.

이러한 풍조가 한국의 청소년들로 하여금 서방 선진국 청소년과는 달리 대학을 졸업한 후에 기업 진출이나 창업보다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 편안하고 평생이 보장되는 직장을 선호하게 하여 국가 발전 원동력을 상실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좁은 나라에서 태어난 우리의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국에 나가야 하는데 모두가 국내에 안주하거나 국제 경쟁력에서 이기려 하는 기업 마인드가 없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어떠한 운명을 맞게 될지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독일 광부파견, 월남전 참전, 열사의 중동 건설 진출, 수출 제일주의 등 모험을 감수한 선배들의 열정으로 오늘의 한국이 있다고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3. 이제 삼성 특검 그만 할 때다

한국-사우디 친선협회는 지난 62년 수교 이후부터 사우디를 다녀온 5백만 산업 전사들을 회원으로 하여, 사우디와 민간교류활동을 하는 친목
단체이다.

"한국이 중동을 돈으로만 생각한다"고 하는 중동사람들의 인식을 불식하고자 주로 문화교류 사업을 하고 있다.

70년대 중동 취업 한국 근로자 임금은 월 400불 정도인데, 지금 사우디 취업 외국 근로자 임금은 월 300불 정도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더 어려워 질 것이다.

자원이 없는 한국은 더욱 국제 경기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대표 브랜드 삼성을 우리 스스로 죽여서야 되겠는가.

이 정도면 삼성도 정신을 차릴 것이고, 앞으로 정부에서 감독을 잘 하면 재발 방지를 할 수가 있어, 이제 그만 해도 특검 효과는 충분하다. 국가를 위한다는 그 많은 정치가나 시민단체는 왜 침묵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삼성을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이라 하면서 삼성이 망하길 바라고
있는가, 삼성 특검 반대 데모를 하면 사이비로 매도당하는가.

연일 치솟는 고유가로 지금 제 2중동 붐이 일고 있다. 내가 만난 사우디 왕족이나 기업인들은 삼성 진출을 요청하고 있다. 사우디인은 지난 70년대 열사의 기후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 한국인들을 기억하며 한국을 좋아한다.

지난 70년대 한국의 중동 진출이 저임금 노동력 수출이었다면, 이제는 고급 기술 플랜트 수출이다.

고유가가 우리에게는 기회이다. 환경을 지키려고 노력하신 스님의 단식도 중요하고, 깨끗한 기업풍토 조상을 위해 뒤늦게나마 내부 고발을 한 삼성직원의 비리 폭로도 국가발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터널 공사를 해야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난한 가장의 입장을, 한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고, 한국인은 배신한다고 외국회사가 고용을 하지 않겠다하여 취업 못하는 청소년의 장래는 걱정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100억대 보수를 받아본 내부 고발자는 가난을 모를 것이다. 삼성 특검이 국내 비리를 잡았지만, 장차 후손들에게 한국인이 조직을 배반하는 국민으로 낙인을 찍히지 않을까 두렵다. 특히 산업화 시대에서 기업은 능력보다, 조직을 사랑하고 배반하지 않는 사람을 채용하려 한다.

직장비리는 당당히 재직하며 고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기대한다. 대우사태로 우리는 큰 국가 브랜드를 잃었다. 삼성이 제 2의 대우가 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나와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이 특권층 비호라고 매도를 당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종천 (한국-사우디 친선협회장)영남대, 고려대 대학원 졸업,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대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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