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 NCC 맞소송 ‘뚝섬대첩’ 확산

이준용 대림 명예회장(좌) 김승연 한화 회장(우)

사상 초유의 회장 간 명예훼손까지 번져 세간의 이목을 집중했던 한화와 대림. 지분 50%씩을 각각 투자한 여천 NCC. 여천이라는 한 도시에서 한화와 대림이라는 한 지붕 두 가족의 경영권 다툼은 흙탕물 싸움으로 번졌고 법정소송으로 이어져 ‘혐의 없음’으로 일단락 됐다. 그러나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의 싸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양사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인 ‘제2차 뚝섬대전’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은 회장의 친인척까지 동원돼 아파트 청약을 했으나 한화의 판정승으로 기우는 모양이다. 이준용호와 김승연호의 양보할 수 없는 수중전. 이들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화의 뚝섬 야심작인 ‘갤러리아 포레’.

서울 성동구 뚝섬 초고가 아파트 극장 및 공연시설, 운동시설 등으로 구성된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이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주변의 고급 주택가에 견줄 만한 최고의 주거공간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서울숲과 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조경은 주거조경분야에서 세계최고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마사모 교수가 맡았다.


‘증여세 폭탄’ 썰렁한 분양시장

또 같은 뚝섬상업용지에서 대림산업의 ‘한숲 e-편한세상’은 입주민들만의 문화와 생활공간을 가지는 단일 커뮤니티가 특징이다. 단지 내에서 주거, 업무, 쇼핑, 공연, 레저, 스포츠 등이 가능하다. 설계는 미국의 nbbj가 맡았다. 일본의 미드타운, 미국 록펠러 센터, 프랑스 라데팡스를 눈높이에 두고 설계했다

그러나 같은 장소 비슷한 시기에 분양을 실시하는 이 두 개의 주상복합아파트의 성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두 단지 모두 대거 분양을 시작했지만 한화의 갤러리아 포레는 순위 내 청약접수에서 일반분양분 229가구 중 44가구를 신청 받았고, 대림산업 한숲 e편한세상은 196가구 중 29명의 청약을 받았다.

이에 따라서 한화건설이 판정승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대림은 청약을 받은 29가구의 아파트 중 4가구가 대림 이준용 명예회장의 친인척들인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사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330.83㎡형(100평형,101동) 22층, 이해욱 부사장은 330.79㎡형(100평형,201동) 24층에 각각 당첨됐다.

또 이 명예회장의 조카이자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의 아들인 이해서씨(34)는 101동 43층을 얻게 됐다. 전문경영인인 이용구 대림산업 회장(62)도 이 명예회장과 같은 101동 21층에 당첨됐다.

이에 대림산업측은 “아파트에 대한 자신감의 피력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아파트가 대거 미분양된 상황으로 분양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혹이 돌고 있다.

반면 한화측은 김승연 회장 측의 친인척 중 한명도 청약에 들지 않아 대림과 대조를 보였다.

또 증여세논란도 일고 있다. 대림산업의 ‘한숲 e-편한세상’는 총 당첨자 29명중 7명 (24%)이 30대인 1970년대생이다.

330㎡의 분양가 45억7930만원을 모두 부모가 낸다면 분양가 45억7930만원을 증여했다고 보고 16억3300만원의 증여세가 부과된다.

여기에 취득세와 등록세까지 부모가 내줬다고 보면 증여세는 더욱 불어난다.

이에 따라서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 동원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피하기 위해서는 계약자 본인이 분양가의 80% 이상을 부담했음을 소명해야 한다.

또 수입 범위 내에서 꼬박 꼬박 이자를 갚고 있다는 증명만 있으면 과세당국의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

하지만 뚝섬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는 분양가가 워낙 높아 이 같은 방법으로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증여세 부담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림 회장일가 대거 분양 나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14.8%의 청약률을 기록하고 있는 대림은 울상을 짓고 있다.

분양받고자했던 일부 부유층의 자제들의 청약이 부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같은 증여세폭탄은 한화건설의 ‘갤러리아 포레’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천NCC의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한화와 대림은 뚝섬에서도 편치 않은 동거생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여천과 뚝섬에서 이들의 공생관계는 그다지 성공작으로 평가되고 있지 않다.

한 곳은 경영권으로 인한, 한 곳은 미분양으로 인한 비명의 소리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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